[취재노트]
뒷말 무성한 로엔엔터 박성훈 리더십
경지현 기자 | peakhyun@chosun.com | 2018.02.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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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엔은 지난해 10월 신원수·박성훈 공동대표 체제에서 박성훈 단독대표 체제로 바꿨다. 당시 회사는 "로엔이 글로벌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적임자로 박성훈 대표를 세웠다"고 밝혔다. 신원수 대표가 대의를 위해 스스로 물러났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로엔 안팎에선 모회사 카카오 출신인 박성훈 대표에 신원수 대표가 밀려난 것이나 다름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긴 추석 연휴가 끝난 직후 관련 소식을 조용히 공시로만 전한 이유 역시 리더십 교체에 대한 이런저런 뒷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작업이었다는 풀이다.

신 대표는 멜론(Melon)을 키운 장본인이다, SK텔레콤이 2005년 국내 최대 음반회사인 서울음반사를 인수한 직후부터 SK텔레콤 내에서 음원 콘텐츠 사업을 기획했다. 신 대표의 진두지휘 하에 로엔은 거침없이 성장했다. 이를 인정받아 SK텔레콤에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로, 다시 카카오로 손바뀜이 이뤄지는 과정에서도 신 대표는 자리를 지켜왔다.

업계 관계자는 "멜론 등 사업 하나하나를 다 챙기던 신원수 대표가 스스로 물러났다는 게 쉽게 납득이 가지 않았다"며 "박성훈 대표가 M&A나 투자전략에 밝다고 하더라도 업(業)에 대한 이해도 면에선 아직 배울 게 많지 않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더십 교체 후 이뤄진 조직개편은 내부 구성원들의 불만에 불을 붙였다. 업무 성과와 무관하게 박성훈 대표 사람들 중심으로 인사태풍이 불었다는 전언이다. 이 과정에서 회사를 떠난 인재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는 "자기(박성훈 대표) 사람만 남겼다"고 귀띔했다.

신원수 대표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사내이사 한자리도 카카오 측 박성훈 대표 사람으로 채워질 전망이다. 앞서 카카오 원년 멤버인 송지호 카카오 공동체성장센터 센터장은 박성훈 대표가 선임된 2016년 당시 사내이사로 로엔 경영에 참여했다.

급작스럽게 이뤄진 로엔의 사명 변경 건도 박 대표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로엔은 지난해 말 사명을 카카오M으로 변경했다. 당시 회사는 모회사인 카카오와의 시너지를 강화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했지만, 이 역시 박성훈 대표의 의중이 깊게 반영된 결과라는 데 힘이 실린다.

로엔에 정통한 관계자는 "로엔이라고 하면 해외에서도 잘 모르고, 국내에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종종 있어 사명에 카카오를 넣은 것"이라며 "박 대표가 본인 이름 알리기에 관심이 많은 점과 맞닿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이번 사명 변경 건에 대해 모회사 카카오는 관여한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로엔은 멜론을 중심으로 한 음원 콘텐츠 기업에서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사업보단 자리 챙기기에만 바쁜 리더가 어떤 비전과 전략을 보여줄 수 있겠느냐는 평가다. 이를 반영하듯 주가도 10만원대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SK텔레콤이 연예기획사 SM, 빅히트와 손을 잡고 음원 유통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탄탄한 멜론을 바탕으로 새롭게 영상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 준비를 하던 로엔으로선 이래저래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4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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