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귀환에 다시 주목받는 '오너회사' 삼성물산
한지웅·양선우 기자 | hanjw@chosun.com | 2018.02.13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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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 활발한 경영 활동은 자제할 듯
전자 대신 오너家 최대주주인 삼성물산 주목도 높아져
정부 규제 속 삼성물산 삼성전자 지분 확보 가능성도
지주회사로 '부각'…"사업 성장성 제시해야 장기적 비전 보여"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정부의 압박 속에 지배구조개편과 경영 투명성 강화라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의 성장성을 보여달라는 투자자들의 목소리에도 화답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삼성전자에 대한 경영 활동이 예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분을 충분히 확보한 삼성물산의 활용법에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기간 동안 가장 주목받던 계열사는 단연 삼성전자였다. 분기마다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지난해 말에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했다. 반도체의 업황이 좋았고 모바일과 가전 부분도 선전했다.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서 이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선임된 삼성전자의 전략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이 부회장이 4년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점, 그리고 3심 재판이 곧 시작될 것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에서 적극적인 경영 활동은 자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 부회장 복귀 이후 급격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이 부회장이 당장 경영일선에 모습을 드러내기보다 구축해둔 조직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모양새를 그려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대신 사실상 지주회사인 삼성물산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 부회장이 지분 17.08%를 보유한 단일 최대주주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6%를 보유한 3대 주주(국민연금 9.7%, 삼성생명 8.5%), 삼성생명의 19.3%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사실상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의 지분율을 늘린다면 이 부회장의 그룹 장악력 또한 높아지는 구조다.

삼성그룹 지배구조

삼성을 향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압박은 거세지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 부회장의 석방 하루 전 5대 대기업 중 삼성그룹만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자구노력이 없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금융계열사 통합감독' 도입을 앞두고 삼성그룹은 가장 부담이 큰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7.55%)을 어떻게 처리하느냐다. 시장가 기준 23조원 규모다. 오너일가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이건희 3.8%, 홍라희 0.8%, 이재용 0.65%)이 미미해 확실하게 경영권을 방어하려면 외부투자 유치와 시장 매각은 고려대상이 아니다.

삼성물산이 이 지분 일부를 매입해 오너일가의 경영권을 강화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 부회장 구속의 단초가 됐던 삼성물산과 옛 제일모직의 합병 문제는 이 부회장의 석방과 함께 잦아들었다. 삼성물산 경영 활동의 선택지가 예년보다 늘어났다는 평가다. 삼성물산 내 사업부 규모가 가장 큰 건설 부문이 상일동 삼성엔지니어링 사옥으로 이주하면서 기존에 언급하기 힘들었던 '합병' 가능성도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미 삼성물산은 현금확보에 매진 중이다.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약 1조원 규모의 한화종합화학 지분매각에 나섰다. 이르면 이달 중 지분매각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장부가 5600억원 규모의 서초동 사옥 매각도 추진 중이다. 재무구조 개선과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배당은 전년보다 50%가량 증가했다. 대주주인 삼성물산은 최대 수혜 업체다. 내리막을 걷던 실적은 지난해 말을 기점으로 회복세를 보인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물산은 자본시장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외부차입을 최소화했고 그 결과 2조6000억원의 순부채 감소 효과를 봤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현재, 회복세를 보이는 현금흐름과 재무구조 개선의 효과로 차입 여력은 늘어나게 됐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이기 때문에 향후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면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사업적, 재무적으로 건전화하는 작업과 현금을 끌어들이는 작업 모두 앞으로 있을 자금 소요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삼성전자 주식을 사들이는 데에 대한 부담감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이견을 갖는 투자자들의 반발도 고려해야 한다. 사들인 삼성전자의 주식 가치가 높아질 경우 지주회사로서 더 주목받는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반대의 경우엔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부담도 있다.

삼성물산은 주주 환원 정책을 통해 투자자들의 유인책을 마련하고 있다. 사외이사와 외부인사로만 구성된 거버넌스 위원회를 신설했고, 글로벌 기업출신의 외국인 사외이사 영입도 검토 중이다. 배당은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33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는데 이는 지난 2016년에 908억원에 비해 3.6배 증가한 규모다.

삼성물산이 그룹의 지배구조 속에서 다시 주목을 받는 것과 달리 사업적으로 성장성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삼성물산은 이미 최치훈 전 사장(현재 이사회 의장)이 삼성전자의 배당과 그룹 계열사 공사만으로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을 역설하며 지주회사로서 위치를 사실상 인정했다. '사업'보단 그룹 내 '위치'에 방점이 찍혀있다는 평가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현재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기존 수주의 질과 프로젝트의 건전성 등을 따져봐야 한다"며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가 크게 성장성을 보이지 않는 상황인데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려는 노력이 없다면 삼성전자의 불황에 맞닥뜨려 같은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7일 16:1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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