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익거래 구멍' 공매도 투자자 유증 청약 제한, '2년째 공회전'
이재영 기자 | leejy@chosun.com | 2018.02.13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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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정무위 상정되고도 상세 논의 '無'
미국·일본은 해당 차익거래 행위 '불법' 규정
당장 2월 말 삼성重 공매도 몰릴 우려

부당한 차익거래를 막겠다는 목적으로 도입이 추진되고 있는 '공매도 투자자 유상증자 참여 제한'이 2년째 공회전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 시장은 해당 차익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회의 정쟁으로 인해 입법이 늦어지며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카카오 등 최근 대규모 증자를 결의한 회사와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상증자 기업 주식 공매도를 통한 차익거래 문제는 지난 2016년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당시 진행된 현대상선과 삼성중공업 유상증자에서 일부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투자가가 공매도로 주가로 떨어뜨린 뒤, 낮은 가격으로 신주를 배정받아 이를 상환하는 모습이 포착되면서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제한을 위한 규정 점검에 착수했다. 핵심은 자본시장법 개정이었다. 유상증자를 한 순간부터 신주의 가격이 확정될 때까지 공매도에 나선 투자자는 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자본시장법 제 180조 '공매도의 제한' 조항을 고쳐야 해결되는 문제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해당 법안을 2016년 11월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정무위원회에 4번이나 상정됐지만, 단 한 차례도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정무위 소관 법률이 워낙 많아 우선 순위에서 밀린데다, 예산안 등을 둘러싼 여야 정쟁으로 위원회가 파행되기 일쑤였다.

그 사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카카오가 '공매도 폭탄'을 맞았다. 카카오의 경우 지난해 12월 15일 주식예탁증서(GDR) 발행을 통한 유상증자 공시 이후 지난달 말까지 거래량 중 공매도 평균 비중이 20%에 육박한다. 지난달 18일엔 전체 거래량의 47%가 공매도였다. 삼성중공업과 현대중공업도 증자 공시 이후 공매도가 급증했다.

카카오의 경우 공매도 평균 가격이 13만5000원에서 14만4000원 사이에 형성돼있다. 단순 평균 가격은 14만1000원 안팎이다. 카카오 신주 발행 확정가액은 12만9000원으로, 공매도 투자자가 증자에 참여해 신주를 받아 주식을 상환하면 주당 1만2000원씩 약 10%의 무위험 차익을 챙길 수 있다.

현대중공업 역시 1차 발행가액 산정 직후인 지난달 31일 거래량 대비 공매도 비중이 25%에 달했다. 공매도 평균가격은 13만4100원으로, 예정 발행가액(10만3000원)을 고려하면 30% 이상의 무위험 차익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 같은 차익거래는 선진 시장에선 금지돼있다. 미국은 연방증권거래위원회(SEC) 시행규칙 105호에서 '누구든지 공모 대상 증권을 공매도하고 공모된 증권을 취득하는 건 불법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일본 역시 금융상품거래법을 통해 '유상증자 계획 공시 이후 공매도를 한 자는 증자로 받은 신주를 공매도 거래의 결제에 사용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내 규제 미비로 인해 발행사는 공매도로 떨어진 주가로 발행가액을 산정해야 하고, 주가 하락의 피해를 소액 주주들이 입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한 증권사 기업금융담당역(RM)은 "외국인은 물론 헤지펀드 등 국내 일부 기관도 유상증자 차익거래를 '땅 짚고 헤엄치기'로 인식하고 있다"며 "당장 3월 초 1차 발행가액을 확정하는 삼성중공업에 또 다시 공매도가 집중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도 이런 흐름을 인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유상증자 주관사단 및 인수단과 인수계약을 맺으며 실권 수수료 조항을 넣었다. 주가 하락으로 인해 증자 발행가가 액면가인 5000원으로 결정하면, 각 인수단은 인수 금액의 7%를 실권 수수료로 받는다.

공모가를 액면가 이하로 내릴 수 없기 때문에, 주가 하락시 할인율(20% 예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을 감안해 총액인수에 나선 인수단에 수수료를 더 줄 수 있는 단서 조항을 달아둔 것이다.

공매도 투자자의 증자 참여 규제는 법 개정 사안이라 주무부처인 금융위도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한 차례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 기준을 낮추고, 공시 규정을 강화하고, 고의와 과실로 구분했던 위반 동기에 '중과실' 요건을 추가한 정도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2월 02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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