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지배구조' 절실해진 롯데...호텔롯데 상장 급물살?
입력 2018.02.19 07:00|수정 2018.02.21 09:32
    롯데지주-6개 계열사 분할합병으로 순환출자 완전해소
    지주 구조 완성 위해선 호텔롯데 상장·투자부문 분할 불가피
    금융계열사 및 잔여지분 정리도 '예정된 수순'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대표 지위 유지 여부는 '변수'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법정구속되며 그룹 최대 현안인 지배구조 개편의 향방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장은 의사결정 혼란이 불가피하겠지만, 지주회사 전환 및 지배구조 정리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만큼 가속페달을 밟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형을 선고받은 신 회장 입장에선 2심을 대비해 여론의 환기를 위해서라도 '합법적 지배구조' 개편을 멈출 수 없을 거란 분석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15년부터 본격적인 지배구조 정리 작업을 진행해왔다.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한 게 대표적인 성과다. 오는 4월 롯데상사·롯데지알에스 등 6개 계열사와 롯데지주간 분할합병이 마무리되면 호텔롯데·롯데물산 등 일부 일본롯데홀딩스 계열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지주로 편입된다.

      이번 롯데지주 분할합병이 끝나면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아킬레스건이었던 순환출자와 상호출자의 고리가 모두 끊어진다. 2014년말 기준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는 75만개에 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특별히 따로 언급할 정도였다. 이는 롯데지주 출범 후 지난해 말 기준 13개로 줄었고, 오는 4월 드디어 '제로'가 되는 것이다.

      물론 오는 27일 주주총회 결의이라는 관문이 남아있긴 하다. 롯데그룹의 계열 지분율이 높은데다, 롯데지주의 경우에도 순자산이 1조원가량 늘어나는 효과가 있어 주총 결의엔 큰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신 회장의 수감 여부와는 상관없이 순환출자 해소는 예정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물론 순환출자 해소 이후에도 지배구조 개편을 완성하려면 갈 길이 멀다.

      다만 후속 작업의 상당 부분은 롯데지주의 출범에 따른 '예정된 수순'에 속한다는 지적이다. 롯데지주는 지난 10월 출범했다. 2019년 10월까지는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하는 '지주회사의 행위제한 요건'을 해소해야 한다.

      당장 롯데지주는 계열사인 롯데제과·롯데칠성의 지분율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지주회사는 상장 계열사의 경우 20%(비상장은 40%)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해당 계열사의 최대주주가 되어야 하는 까닭이다. 롯데제과의 경우 롯데알미늄이 최대주주(지분율 15.3%)이기 때문에, 이 지분의 일정 부분 이상을 롯데지주가 사와야 할 필요성이 있다.

      지주회사에는 '수직적 출자구조 유지 의무'도 주어진다. 지주를 비롯해 지주 체계에 편입된 회사들은 자회사 이외에 다른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면 안된다. 예컨데 롯데하이마트와 롯데손해보험이 각각 4.9%씩 보유한 롯데렌탈 지분을 매각할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호텔롯데의 상장과 투자부문 분할도 결국 초읽기에 들어갈 거란 예상이 나온다. 사실상 롯데지주가 출범할 때부터 호텔롯데는 상장과 투자부문 분할은 '한 세트'라는 평가가 많았다. 지주회사가 출범한 마당에 지주 외부의 계열회사인 호텔롯데가 주요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건 '편법'으로 비치기 좋은 모양새인 까닭이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기업가치와 합병비율, 주당 가격에 대한 논란의 여지를 없애기 위해선 상장이 필수다. 삼성이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제일모직(삼성에버랜드)를 상장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 증권사 고위 임원은 "신 회장 1심 선고를 계기로 오히려 호텔롯데 상장이 가속화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며 "롯데의 아킬레스건은 복잡한 지배구조인데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호텔롯데를 상장시킨 후 지주 구조 내부에 편입시키는 방법밖에 없는 까닭"이라고 말했다.

      금융계열사 정리도 신 회장의 신변과는 상관없이 어떻게든 추진해야 할 일이다. 당장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지분 93.8%와 롯데캐피탈 지분 38.1%의 향방이 변수다. 이 지분 역시 2019년 10월까지 정리해야 한다.

      롯데카드는 유통 부문과의 시너지가 상당해 외부 매각이 쉽지 않은 계열사로 꼽힌다. 롯데그룹 역시 금융계열사 지분을 롯데지주 외부로 옮겨 당분간 보유하겠다는 의지를 이미 시장에 확인시켜줬다. 지난해 말 롯데지알에스 등이 보유한 롯데캐피탈 지분 12.6%와 롯데손해보험 지분 16.2%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에 매각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추후 롯데지주와 롯데물산간 지분 교환이 일어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롯데케미칼 등 화학 부문을 지주 내로 편입하려면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 31.3% 확보가 필요한 까닭이다. 이 지분을 받아오는 대신 롯데지주가 보유한 롯데카드 등 금융계열사 지분을 넘기면 이슈가 한번에 해결된다.

    • 남은 변수는 신 회장의 일본롯데홀딩스 내 지위다. 호텔롯데 상장, 금융계열사 정리 등 지배구조의 남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선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알미늄의 최대주주인 일본롯데홀딩스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지금까지는 신 회장이 1.4%의 낮은 지분율에도 종업원지주회(27.8%), 임원지주회(6%), 관계사(20.1%)의 지지를 받아 일본롯데홀딩스의 대표이사로서 의사결정을 해왔다.

      신 회장이 지난해 경영비리 재판에서 징역 1년8개월(형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을 때에도 일본롯데홀딩스는 신 회장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해왔다. 이번 판결은 정치적 사건인 국정농단 관련 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문제가 없을 거라는 반론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 신 회장이 수감되며 직접 일본 내 우호 주주들에게 현안을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은 큰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당장 신 회장의 형인 신동주 일본 광윤사 대표가 논란 재점화에 나섰다. 신동주 대표는 14일 광윤사 대표 명의로 "신동빈 씨의 즉시 사임, 해임은 물론 회사의 근본적인 쇄신과 살리기가 롯데그룹에서 있어서 불가결하고 또한 매우 중요한 과제임은 분명하다"라고 주장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은 앞으로 다가올 2심에서 집행유예 등 유리한 판결을 끌어내기 위해서라도 여론을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며 "현재 추진 중인 지배구조 개편에 어떻게든 속도를 내어 '정상 참작할 부분'을 늘리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