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열풍 타고 몸값 귀해진 스몰캡 애널리스트
입력 2018.02.19 07:00|수정 2018.02.20 09:09
    코스닥 활황에 스몰캡 공석 채워가는 증권사들
    넓은 커버리지에 정보력 풍부…타분야 진출도 활발
    '구조조정 1순위' 트라우마는 여전
    • 코스닥 지수가 16년 만에 900선을 넘어 1000을 넘나들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유동성이 코스닥에 쏠리는 모양새다. 뜨거웠던 가상화폐 시장도 점차 식어가며 뭉칫돈들이 여의도로 몰리고 있다.

      코스닥 시장 가장 앞단에 선 스몰캡(소형주 담당) 애널리스트들도 모처럼 찾아온 호황에 눈코 뜰 새 없는 날들을 보내고 있다. 각 증권사들도 규모를 줄이던 스몰캡 분야를 다시 충원하며 노 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여의도에서 스몰캡 분야에 특화된 증권사로 꼽히는 중대형 A사는 스몰캡 분야 RA(리서치 어시스턴트) 인력을 기존 4명에서 7명까지 충원했다. 중소형 증권사 B도 공석인 스몰캡 애널리스트 충원을 위해 인력을 수소문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찾는 중형 증권사 C는 스몰캡 인력을 두 명 더 뽑을 예정이다.

      불과 몇년 전과는 정 반대의 상황이다. 지난 2013~2014년 증권사 구조조정으로 리서치센터도 휘청일 때 가장 먼저 규모를 줄인 분야는 스몰캡이었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국내 리서치센터의 규모는 당연히 홀세일(브로커리지) 부문 수익과 직결되는데, 시가총액이 작은 스몰캡 특성상 거래량이 늘어도 돈이 안됐다”며 “그러다보니 장이 힘들면 구조조정 1순위는 스몰캡 섹터였고, 지난해 하반기가 돼서야 공석인 스몰캡 자리를 채워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점차 지점을 줄여가는 증권사들의 움직임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분야도 스몰캡이었다.

      다른 증권사 스몰캡담당 애널리스트는 “스몰캡 분야가 뛰어난 A사만 해도 강남구 청담 지점에서 벌어들이는 수익 비중이 크다보니 자연스레 그쪽 분야가 전문성을 갖춘 것”이라며 “IT·자동차 등 대형 섹터 외에 애널리스트가 커버하지 못하는 회사들은 지점 요청이 있을 때마다 탐방도 가고 커버리지도 해야 하는데 주로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이 그 일을 맡아 왔다”고 설명했다.

      바삐 뛰는 애널리스트를 지켜보는 다른 종목 애널리스트 사이에선 부러움 섞인 목소리도 벌써부터 들린다. 주요 고객이 자산운용사·기관 등으로 한정된 타 섹터 애널리스트들과 달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커버리지가 넓다 보니 정보에도 밝다는 평가다. 비상장사의 상장(IPO) 혹은 상장사의 각종 ECM(주식자본시장) 업무 혹은 중견·중소사의 M&A 등 IB업무와 연계할 수 있는 먹거리 발굴도 '몸값'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돈 쓰는 부서로 구박받는 리서치센터 내에서도 스몰캡이 유일하게 돈 벌어주는 섹터”라는 얘기도 나온다.

      실제 여의도 증권가에서도 스몰캡 출신 '큰 손'들을 찾기 어렵지 않다. 각 증권사 내 센터장은 물론 자산운용사·헤지펀드 등 ‘바이(Buy)’ 사이드에서 활약을 펼치는 스몰캡 출신 인사들도 보인다. 지난해 헤지펀드 분야 수익률 선두를 기록했다고 회자되는 T 운용사의 대표 매니저도 20여년동안 스몰캡 애널리스트로 경력을 쌓아왔다. 수 년전에는 중형 스몰캡 팀장이 사모펀드(PEF)가 인수한 포트폴리오사의 대표이사(CEO)로 스카웃 되기도 했다. 책상 앞에 있는 시간보다 '탐방'이 잦다보니 감각도 갖추고 시장 흐름도 더욱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평가다.

      물론 스몰캡 현직자들은 이 같은 외부 시선에 손사래를 친다. 증권사 내 컴플라이언스 강화로 이해상충 요소가 짙은 IB업무에 관여할 수 없는 구조가 정착했다는 항변이다.

      오히려 호황 이후를 벌써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D증권사의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언제 호황이 끝날지 모르기 때문에 스몰캡 외에 다른 대형 섹터도 동시에 맡아 대비해놓는 애널리스트들이 많다”며 “한 종목만 담당하기도 벅찬데 병행하려다 보니 격무에 시달려 업을 떠나는 사례도 부지기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