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이익보다 오너가 우선?"…교감없는 합병에 뿔난 CJ 투자자들
입력 2018.02.21 07:00|수정 2018.02.22 16:00
    공정위 명분 업고 지배력 강화
    "투자자보단 그룹·오너가 의중 반영"
    사실상 승계 위한 사전 작업에 무게
    마지막 퍼즐은 CJ올리브네트웍스?
    • CJ그룹이 단행한 일련의 지배구조 개편을 두고 투자자들의 불만이 증폭되고 있다. 두 건의 합병 거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주주들의 이익은 뒷전으로 밀려났다는 지적이다. 납득할만한 근거를 내놓으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합병 비용 부담은 물론 그룹 전체 평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CJ그룹은 지난달 CJ오쇼핑와 CJ E&M의 합병을 발표했다. CJ제일제당을 중심으로 한 삼각합병을 발표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다. CJ그룹은 주주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약속했다. 하지만 발표 후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투자자들의 불만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CJ오쇼핑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이 같은 목소리가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안정적인 내수 소비재라는 CJ오쇼핑의 사업 능력을 보고 투자한 투자자들 입장에선 사업적 성격과 재무 상황이 전혀 다른 CJ E&M과의 합병이 달가울 리 없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합병을 발표하며 T-커머스(Television Commerce)와 콘텐츠 사업 간 시너지 강화를 언급했으나 구체적인 향후 사업의 방향이나 조직 구성 등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CJ오쇼핑 투자자 사이에선 효자 자회사인 CJ헬로에 대한 언급이 생략돼 향후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CJ오쇼핑 투자자들은 홈쇼핑의 꾸준한 현금흐름을 보고 투자한 가치주 투자자들"이라며 "향후 대규모 투자를 해야 하고, 수익의 변동성 또한 큰 CJ E&M 상황을 감안하면 CJ E&M을 위해 CJ오쇼핑을 희생하는 구조라 불만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그룹 차원의 다른 계산이 있었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설 합병법인은 이재현 회장의 측근인 허민회 CJ오쇼핑 대표가 주도적으로 꾸려갈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외부 인사인 김성수 CJ E&M 대표의 역할은 스튜디오드래곤 상장까지였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김 대표는 측근들에게 "이제 쉬고 싶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허민회 대표는 지난해 이재현 회장 복귀 후 이뤄진 첫 정기 인사에서 총괄부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입지를 굳혔다. 정통 CJ맨인 허 대표는 CJ제일제당·CJ올리브네트웍스 등 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친 재무통이다.

      CJ오쇼핑과 CJ E&M 주주들은 오는 7월29일부터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현재 양사 주식은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기준 이하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막대한 매수청구액을 떠안고 합병을 강행할 경우 비용부담은 물론 투자자들의 인식도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유통 담당 연구원은 "6월까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주가 하방 압력이 거세다"며 "남은 기간 동안 주주들을 납득시키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 투자업계는 비교적 짧은 시간 동안 연이어 두 건의 굵직한 지배구조 개편을 발표한 CJ그룹의 속내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투자자와 충분한 사전 교감 없이 급박하게 거래를 진행한 것에 대한 반감이 쌓이면서 기관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CJ그룹 이탈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사업적인 것보다도 그룹 차원의 큰 그림을 우선시하고 있다"며 "주주 이익에 반하는 사례들이 쌓이면서 결국은 오너가를 위한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란 풀이다.

      실제 CJ그룹은 지난해 CJ제일제당-KX홀딩스-영우냉동식품 간 삼각합병과 CJ대한통운-CJ건설 흡수합병을 통해 일감 몰아주기와 손자회사 공동지배 불허 등 공정거래법 개정 이슈을 사전에 차단했다. 이 과정에 CJ㈜의 CJ제일제당 지분율이 늘면서 CJ제일제당, CJ대한통운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효과도 거뒀다.

      오너가의 지배력 강화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기 위해 남은 조각은 CJ올리브네트웍스다. 실제 투자자들 사이에선 구체적인 다음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가 거론되면서 CJ올리브네트웍스를 활용한 딜(Deal)의 실현 가능성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잇따라 진행한 딜을 보면 결국 답은 승계인데 그 정도로 급하냐는 말이 나오면서 이재현 회장 건강에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며 "CJ올리브네트웍스도 일감 몰아주기 이슈를 명분 삼아 분할 후 CJ오쇼핑-CJ E&M 신설 합병법인에 매각 혹은 합병해 승계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