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돌아온 삼성그룹…지배구조 개편 등 과제 '산더미'
입력 2018.02.22 07:00|수정 2018.02.23 10:03
    정부발 규제강화에 지배구조 개편 눈앞
    무너진 컨트롤타워 회복과 조직개편도 필수
    '우려' 나타내는 삼성전자…성장엔진 마련에 총력 기울여야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앞에 총수 부재로 해결되지 못했던 그룹의 현안들이 쌓여있다. 복잡하게 얽힌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사회 중심의 조직개편을 마무리하는 것도 이 부회장의 과제다. 무엇보다 삼성의 르네상스 시대를 이끌었던 반도체를 대신할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

      삼성그룹의 의지와 무관하게 가장 먼저 진행돼야 하는 작업은 지배구조 개편이다.

      정부는 3월을 데드라인으로 정하고 국내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방안을 내놓을 것을 주문하고 있다. 지난해 김상조 위원장 취임 후 공정위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개혁을 요구해 왔고 이에 현대차·SK·LG·롯데 등 10곳이 개선방안을 제출했다. 자구책을 내놓지 않은 그룹은 삼성이 유일했다.

      현재 공정위는 합병과 관련한 순환출자 가이드라인을 변경하는 내용의 예규를 마련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예규안을 발표,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절차를 거쳤다. 전원회의 의결만을 남겨 둔 상태다.

      예규가 확정되면 삼성SDI는 보유하고 있는 삼성물산 지분 전량(404만2783주, 2.11%)을 매각해야 한다. 규모는 약 5300억원이다.

      삼성물산이 그룹의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것을 고려하면 이 지분을 제 3자에게 매각하는 것은 선택하기 쉽지 않은 카드다. 계열사가 이 지분을 사들이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지만 지분매입을 위해 출자 여력이 있는 계열사가 몇 안 될뿐더러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이 현 시점에서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하거나 소송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진 않을 것으로 본다"며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물산 지분을 사와 장악력을 높이거나 삼성물산이 자사주로 사들이는 방안 등을 생각할 수 있다"고 했다.

      순환출자와 관련한 지배구조 개편뿐 아니라 '금융계열사'의 지분 정리도 부담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금융계열사 통합감독' 제도 도입을 발표했다. 오는 3월 세부적인 모범규준을 발표하고 하반기 시범운영을 거쳐 내년 7월부터 본격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대기업 그룹 5곳(삼성·한화·현대차·DB·롯데)과 금융그룹 2곳(교보·미래에셋)이 해당한다.

      삼성은 금융계열사와 비금융계열사의 지분이 가장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룹 중 하나다. 삼성생명(7.55%)과 삼성화재(1.3%)가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매각 필요성이 거론된다. 지분 규모만 총 25조원, 오너일가 또는 삼성물산이 전부 매입하기엔 부담이 크다. 삼성물산이 일부 매입하거나 삼성전자가 자사주 형태로 매입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역할이 커진 삼성물산은 자체적으로 현금확보에 힘쓰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는 그룹에 남겨뒀던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을 추진했고 최근엔 서초동 사옥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가치는 약 1조원으로 평가되고 서초빌딩은 장부가가 5600억원이다.

    • 그룹 차원에선 삼성중공업의 턴어라운드가 시급하다. 회사는 은행권의 여신회수 압박이 이어지면서 돌아오는 차입금을 상환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이에 삼성중공업은 1년만에 1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오는 4월 유상증자 청약이 실시된다.

      과거 2015년 말, 삼성엔지니어링이 유상증자를 실시했을 당시 이재용 부회장은 최대 3000억원의 사재(私財)를 들여 참여할 뜻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아 이 부회장은 참여하지 않았다. 사업적·재무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성공에는 이 부회장의 참여 선언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당초 석방 여부가 불투명할 당시만 해도 이 부회장의 삼성중공업 증자 참여를 기대하기 어려웠으나 최근에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관사단에서 삼성에 이 부회장 참여를 요청했으나 기대는 하지 않았다"면서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한 이상 계열사를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선 참여 의사를 밝힐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에 대규모 자금 유입 이후 사업을 이끌어 가는 것은 또 다른 과제다. 삼성중공업은 삼성엔지니어링과 합병, 대우조선해양 인수 등은 추진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독자생존 의지를 밝혔다. 조선 업황이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분위기를 제대로 탈 수 있을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이 부회장의 석방 이후 처음 열리는 주주총회에선 이사회 중심의 조직개편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이사회 의장은 이상훈 사장이 내정된 상태로 3월말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선임된다. 삼성전자의 주총에서는 이사회 의장인 이상훈 사장이 사내이사로 포함돼 5명으로 늘어나면서 과반수 규정에 따라 사외이사를 1명 이상 더 선임해야 한다.

      이 부회장이 강한 의지를 갖고 영입을 추진했던 글로벌기업 CEO출신의 사외이사 선임도 지켜볼 만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6년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적합한 후보를 찾아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1명 이상을 추천하겠다고 했으나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주요계열사에 외국인 및 여성 임원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래전략실을 대체하고 있는 계열사 테스크포스(TF) 구성 작업도 마무리해야 한다. 현재 전자계열사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는 정현호 사장이, 비전자계열 'EPC 경쟁력 강화 TF'는 김명수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금융계열사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금융계열사 TF를 이끌 수장의 선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에게 부여된 과제 중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신사업, 즉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M&A는 지난 2016년말 하만 인수로 멈춰있다. 다행히 반도체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실적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안팎으로 성장 정체에 대한 불안감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최근 국내외 애널리스트들에게 실적 전망치를 낮춰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개편과 맞물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대한 부담도 있겠지만 사업 성장에 대한 부담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삼성전자 CEO들은 신사업 추진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해 왔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수백 건의 M&A를 검토하고 성장동력 마련에 대한 고민을 해왔지만 오너 부재로 추진하기 쉽지 않았던 건들이 있다"며 "지배구조와 조직개편도 중요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성장성을 증명할 수 있는 투자와 이에 대한 오너의 결정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