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 수익 중심축 이동
입력 2018.02.23 07:00|수정 2018.02.22 21:34
    채권·PF '끝물'...자산 규모 즐어
    해외부동산·대체투자 등에 눈독
    •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 중심축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지난 3~4년간 위탁매매(브로커리지) 부문이 위축됐음에도 수익의 마중물 역할을 해주던 채권과 PF마저 '끝물'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증권사들의 시선은 해외 부동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그리고 대체투자로 향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55개 증권사가 기록한 당기순이익 규모는 3조5000억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16년(2조1300억여원) 대비 60% 이상 성장한 수준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시장금리가 떨어지며 운용(트레이딩) 부문에서 대규모 수익이 났고, 투자금융(IB) 및 PF 부문 수익도 쏠쏠했다.

      채권과 PF는 지난 2~3년간 증권사들의 이익을 책임졌다. 지금은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2.8%를 돌파하는등 시장금리가 오르며 채권 평가이익이 줄기 시작했다. 지난해 1분기 1716억원에 달했던 한국투자증권의 트레이딩부문 순영업수익은 4분기 995억원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대우는 채권 보유량 잔고를 265조원에서 218조원으로 줄였다. 부동산 PF가 주축인 메리츠종금증권의 기업금융자산 규모도 지난해 3분기 하락세로 돌아섰다.

      대신 증권사들은 새 시익원으로 해외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당장 연말 조직개편만 봐도 분위기가 명확하다.

      미래에셋대우는 IB3부문을 신설하며 해외 부동산 및 SOC 투자를 전담하는 부서를 배치했다. 신한금융투자도 최근 글로벌IB추진팀을 대체투자본부 내 글로벌부동산부로 재편했다. 대신증권은 리서치센터에 5명 규모의 해외부동산 전문팀을 새로 만들었다.

      지난해 8월 신설된 하나금융투자 글로벌자산본부가 해외 SOC 사업 시니어론 주선 등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며 '벤치마크' 대상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올해 첫 대규모 투자도 해외 부동산에 이뤄졌다. 지난달 4일 미래에셋대우는 미국 라스베가스 코스모폴리탄 호텔에 1000억원의 메자닌(mezzanine) 투자를 집행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연초 미국 워싱턴DC에 소재한 중형 오피스 빌딩 센티넬2를 2000억원에 매입하는 거래를 마무리했다.

      해외 SOC에 대한 관심도 크다. 지난해 미국 메릴랜드주 메타우먼 가스화력발전소 투자(NH투자증권)·미국 네바다주 태양광 발전소 지분 시니어론 주선(하나금융투자) 등 해외 SOC 투자건에 연기금·보험사 등 장기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다. 증권사가 투자확약서(LOC)를 제출해 선인수한 뒤 재매각(sell-down) 하면 건당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의 수익을 낼수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신용등급 더블에이(AA) 이상의 사회적 위험이 적은 국가의 민·관합동투자사업(PPP)을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다"면서 "정부가 참여하는 인프라 개발 사업은 안정성이 높아 지분(equity) 투자가 가능, 연 5~6%가량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항공기금융·선박금융 등 관심이 다소 뜸했던 대체투자에 대한 관심도 다시 커지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약 300억원 규모의 선박 투자를 집행했다. 특수목적회사(SPC)에 대출하는 형태로 안정성을 높였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말 DB금융투자와 함께 대만 항공사가 보유한 보잉777 항공기를 1800억여원에 매입하기도 했다. 선순위 1000억원·중순위 600억원 등 이 항공기의 현금흐름을 구조화해 내놓은 상품엔 국내외 기관들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한 증권사 IB담당 임원은 "요즘엔 젊고 유능한 직원들이 인수합병(M&A)이나 기업공개(IPO) 같은 전통 IB보단 부동산이나 구조화 부문 배치를 선호한다"며 "해외 부동산과 대체투자 부문은 거래 확보(deal-souring)과 리스크 관리 등에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필요한만큼 회사간 실적 차별화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