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롯데, 올해 갚을 돈만 2조원…IPO 속도 빨라지나
입력 2018.02.23 07:00|수정 2018.02.26 10:29
    2500억 회사채 발행해도 역부족
    면세점 실적 꺾여 IPO 효과 감소
    • 호텔롯데가 직면한 가장 큰 숙제는 차입금 상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장단기 차입금 규모만 2조원이 넘는다. 이번 달에 올해 첫 공모채 발행을 하지만 갈 길은 멀다. 기업공개(IPO) 재추진이 예상되지만 재무 부담이 가중된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반길 지는 미지수다.

      호텔롯데는이달 2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한다. 당초 1500억원어치를 발행할 예정이었지만 수요예측 결과 기관투자가들의 수요가 늘면서 1000억원 증액 발행하기로 했다. 호텔롯데는 조달자금 전액을 3월에 만기도래하는 기업어음(CP) 상환에 쓸 예정이다. 부족분은 회사 자체 자금을 활용한다.

      호텔롯데의 차입금 상환 움직임은 시작에 불과하다. 올 한 해 2조원 수준의 차입금을 갚거나 리파이낸싱(채무재조정)을 해야 한다.

    • 이달 발행분을 포함해 호텔롯데의 공모·사모 회사채 발행잔액은 총 2조5000억원에 이른다. 이중 9800억원을 올해 갚아야 한다. 2015년에 회사가 미즈호은행과 싱가포르개발은행(DBS), 일본 스미토모미쓰이은행(SMBC) 등으로부터 사모로 빌린 자금이다.

      만기도래 CP는 1조원을 넘어선다. 회사는 지난해 신한은행과 KTB투자증권, IBK투자증권 등 국내 금융사를 대상으로 1년 만기 CP를 연이어 발행했다. 올 상반기엔 4300억원을, 하반기 6200억원을 갚아야 한다. 단기차입금 특성상 차환발행이 원활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회사의 전반적인 차입금 만기가 짧아지고 있는 점 역시 부담이라고 할 수 있다.

      2015년부터 추진한 호텔롯데 IPO가 무산되면서 필요 자금 상당분을 사모채 또는 CP로 조달한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말 신용등급이 ‘AA+’에서 ‘AA’로 하락했다. 신평사들은 투자 확대로 재무 부담이 증가했고, 면세점 산업 전반의 경쟁 심화로 수익성이 저하된 점을 지적했다.

      조달 비용도 높아졌다. 3년물 금리는 2.7%, 5년물 금리는 3.1%로 확정됐다. 지난해 공모채 발행 당시 같은 조건으로 각각 2.2%, 2.5%의 금리로 발행했다.

      일본계 금융사 의존도는 크게 줄었다. 2015년까지 일본계 은행을 중심으로 사모채를 발행했다. 형제의 난이 불거진 이후 일본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지난해부턴 국내 증권사를 통해 공모 또는 사모채를 발행하고 있다. 지난해 발행한 회사채 15건 중 12건을 국내 증권사를 통해 발행했다.

      현재 보유 현금(2017년 9월말 기준 현금성자산 5784억원), 그리고 5000억원대의 현금창출력을 감안하면 호텔롯데가 차입금 만기를 단숨에 끄기는 사실상 어렵다. 호텔롯데가 올해 최우선 과제로 IPO를 거론한 이유이기도 하다.

      2년 전 상장을 준비할 당시 호텔롯데의 공모 규모는 6조원에 이르렀다. 이중 신주 발행분 3조원이 회사로 유입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그간 면세점 실적이 꺾이면서 IPO의 효과도 2년전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롯데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면세점은 업황 악화로 고전을 겪고 있다. 지난해 2분기 사드 보복 조치 이후 면세사업부는 298억원의 적자를 냈다.

      마땅한 투자처도 없는 상황인만큼 호텔롯데의 공모자금 대부분은 차입금 상환에 쓰일 가능성이 크다. 이에 IPO에 대한 투자자 반응도 미온적이다. 2년 전과 같은 기업가치를 받는다 해도 신주 발행으로 유입된 자금 중 절반가량을 소진해야 한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롯데가 당시의 가치를 온전히 받기엔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무 상황도 악화한 상황이어서 (상장 공모자금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