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KB생명, 성장전략 놓고 그룹 내 의견 분분
양선우·위상호 기자 | thesun@chosun.com | 2018.03.13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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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성 없다" VS "금융그룹 내 반드시 필요"
신한은 TF 꾸리고 생보 확장 모색
허정수 KB생명 사장 어깨 무거워

‘리딩금융지주’의 전장은 생명보험사로 이동하고 있다. 알려진 바로는 신한금융은 생명보험사 인수를 위한 TF를 조직하는 등 그룹 차원의 확장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반해 KB생명은 그룹 내부에서도 필요성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금융그룹의 한 축으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지만, 워낙 존재감이 미미하다. 이미 M&A에서 성과를 많이 거뒀는데 성과가 불투명한 산업을 막대한 자금을 들여서 키울 필요가 있냐는 반대여론도 있다.

KB생명의 현황을 살펴보면 25개 생보사 중에서 업계 17위 수준에 머무른다. 지난해 총자산이익률(ROA) 자기자본이익률(ROE)은 각각 0.23%, 3.87%로 KB금융 계열사 중에서 가장 낮다. 주요계열사(은행,증권,보험) 중에서 자산규모(9조원)로나 수익성 측면에서나 경쟁력이 가장 떨어진다는 평가다. 말 그대로 ‘계륵’이다.

새로운 회계제도 도입에 따른 영향도 클 것으로 보인다. 지급여력비율(RBC)비율이 업계 평균에 못 미치는 200% 수준에 불과해 당장 내실 다지기에도 급급하다. 금융지주 경영진들 중에선 앞으로 ▲인구 노령화 ▲건전성 제도 강화▲생명보험업 시장 성숙 이란 상황을 감안했을 때 성장성이 크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2021년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 도입, 수명연장에 따른 리스크 등도 존재한다.

한 KB금융 고위관계자는 “지금 당장 생명보험업을 키우는 것 보다는 회계제도 변화, 경쟁사들의 움직임 등을 감안해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한다”라며 “KB생명의 확장에 대해선 경영진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른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자연스레 관심은 새롭게 부임한 허정수 사장에 쏠린다. 허 사장은 금융지주 최고재무책임자,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역임한 재무통으로 국민은행 시절에는 호남지역 본부장을 맡는 등 영업 일선에서도 활약했다. 연말 인사에서 허 사장이 KB생명 신임 사장으로 왔을 때 ‘좌천인사’란 말이 나왔다. 통상 부행장이 계열사 대표로 이동하면 승진 인사로 평가 받지만, KB생명의 그룹 내 위상을 살펴보면 좌천인사로 보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윤종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란 분석이다. 그룹과 은행에서 CFO를 역임한 만큼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는 것이다. 그룹차원의 전략을 고민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허 사장은 부임초기부터 회사의 근본적인 영업 및 성장 전략에 대한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 고령화 시대에 맞춤형 상품인 연금 및 건강보험을 강화한다는 포석이다. 고령화 시대에 생명보험업 비즈니스가 저물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그는 오히려 새로운 상품계발을 통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다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규모를 키운다면 충분히 그룹 내 ‘캐쉬카우’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KB생명의 미래는 허 사장의 경영성과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필요성에 대한 의구심이 있는 상황에서 회사가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사회와 주주를 설득할 ‘숫자’를 가져와야 한다. 즉, 자생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허 사장 앞에 놓인 선결 과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KB생명을 키울지 아닐지에 대한 의사 판단이 허 사장에 달렸다”라며 “윤 회장이 좌천인사란 평가 속에서도 허 사장을 KB생명에 보낸 것은 그에 대한 답을 가져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3월 05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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