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금융의 'WM 상품화' 고민하는 초대형 IB들
입력 2018.03.14 07:00|수정 2018.03.16 09:23
    인수금융의 개인 판매, IB·WM 일거양득
    "한화화학 인수금융 WM 공급 적합" 평가
    개인, 민원 많고 신용 보강 필요해 어려워
    "기초자산 판매하며 효율적인 방안 연구"
    • 인수금융의 자산관리(WM) 상품화가 초대형 투자은행(IB)들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몇 년 새 적극적으로 늘린 인수금융을 상품으로 만들어 개인 고객들에게 팔면 WM 사업부문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화종합화학 소수 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후보자들은 최근 인수금융 파트너를 대부분 결정했다. 베인캐피털은 신한은행과 KEB하나은행·미래에셋대우를 인수금융 기관으로 선정했고, IBK투자증권 PE-스톤브릿지캐피탈 컨소시엄은 NH투자증권과 계열 은행인 IBK기업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한다. 한국투자파트너스는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을 인수금융 기관으로 선정했다.

      인수금융 기관으로 선정된 증권사들은 이번 딜(Deal)을 WM 사업과 연계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인수금융을 상품화해 개인 고객들에게 공급하면 주요 사업 목표인 IB 사업 확대와 WM 강화 모두 충족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유통 과정에서 수수료 등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 인수금융이 WM 시장에 공급된 사례가 많지 않아 상품 다양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한 대형 증권사 인수금융 담당자는 "잔뜩 늘린 인수금융 자산의 활용법 중 하나로 WM 상품화를 떠올린 것"이라면서 "중개(Brokerage) 비중이 줄면서 중요도가 낮아진 소매 영업점도 활용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 3년 안팎의 만기가 짧은 인수금융 거래가 나오면 WM 및 개인영업 부서와 상품화를 먼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한화종합화학 인수금융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다. 거래 주체인 삼성과 한화는 기업공개(IPO)·동반 매각 청구권 등 여러 회수 방안을 마련해둬 개인 고객들이 가장 우려하는 신용 사건 발생 가능성이 낮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FI)의 추가 회수 방안까지 감안하면 더 안정적이고, 재계 10대 그룹 간의 M&A 거래라는 점도 신뢰감을 높여준다"며 "해당 거래에 발을 걸친 증권사들은 인수금융을 WM 상품으로 공급하기 위해 구조화 방안을 연구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인수금융의 WM 상품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증권이다. 지난 2015년 말 국내 최초로 홈플러스 인수금융을 상품화, 신용 연계 파생결합증권(DLS)을 발행해 연 4%대 초반의 금리를 제공했다. 작년 하반기 신한금융투자도 게이트그룹 인수금융을 상품화했다. 선순위 대출채권을 기반으로 자산유동화증권(ABS)를 발행해 연 3%대 초반 금리로 개인 고객에게 판매했다.

      초대형 IB들은 IB 사업부문 강화를 위해 최근 몇 년 새 인수금융을 적극적으로 확대했다. 이에 인수금융을 기초자산으로 상품화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부담 요소도 있다. 개인 고객들에게 판매할 경우 기관 투자자 대비 이해관계자 수가 늘어나 '민원'이 많아진다. 조기 상환을 원할 경우를 대비해 증권사가 매입 약정을 제공하는 등 신용 보강 과정도 필요하다. 또 기관들이 보기엔 만기가 짧은 상품이지만, 선택의 폭이 크지 않은 개인들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만기가 길어 보유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

      다른 대형 증권사 인수금융 담당자는 "개인 고객 대상으로는 상품화 과정부터 판매 이후 전 과정에 걸쳐 손이 많이 가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며 "ABS 발행 등이 아닌 기초자산 자체를 판매하면서도 효율성을 높일 구조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