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에 '뜨거운 감자' 된 발행어음 사업
입력 2018.03.14 07:00|수정 2018.03.15 09:28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대대적 홍보
    올해는 발행 규모조차 밝히기 꺼려해
    안정적인 투자처 발굴 쉽지 않은 탓
    • ‘유상호 대표이사 발행어음 1호 가입’

      ‘발행 이틀 만에 완판’

      ‘수익률 2.3%’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에 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달라졌다. 조용하다 못해 쉬쉬하는 분위기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퍼스트 발행어음’을 내놓으며 국내 증권사 중에서 처음으로 발행어음 사업에 나섰다. 불과 이틀만에 5000억원 규모의 발행어음이 완판됐다. 예금보다 높은 금리에 보수적인 개인투자자들이 대거 몰렸다. 회사는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이후 행보는 조용하다. 발행규모조차 밝히기를 꺼린다. 이달 기준으로 1조원이 넘었을 것으로 업계에서 추산할 뿐이다. 한 투자금융업계 관계자는 “1조4000억원 정도를 발행한 것으로 안다”라며 “공식적인 자료 확인이 힘들어 건너서 듣는 정도다”라고 말했다.

      이렇듯 숨 죽인 이유로는 우선 지나친 관심에 대한 부담이 거론된다. 사업 인가를 신청한 5개 대형 증권사 중에서 유일하게 인가를 받다 보니 현재로선 독점적 사업자다. 선점 효과가 있다고는 하나,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책임을 홀로 떠안아야 한다.

      관심에 비해 사업성이 높지 않은 점도 꼽힌다. 당초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비롯한 대체투자에 적극 나서려 했으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아 마땅한 투자처를 발굴하기 힘들다. 기껏해야 A등급 회사채 정도가 투자처로 거론된다. 시장에 알려진 바로는 두산인프라코어 같은 BBB급 회사채 투자에도 나서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A급 회사채 중에서도 리스크 위험이 작은 상품에 투자해야 하다 보니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정부 눈치도 봐야 한다. 조달 재원이 개인고객의 쌈짓돈이라 감독당국이 ‘도끼눈’을 뜨고 감시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에는 금융감독원이 대대적인 발행어음 판매실태 점검에 나섰다. 이를 두고 증권사들에선 '초대형 IB사업은 자기자본으로 하는 게 속 편하다'라는 뒷말이 나왔다.

      이러다 보니 “(발행어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인 줄 알았더니 실상은 아니다”라는 푸념이 나온다. 낮은 이자로 자금을 조달해 운용만 잘 해도 수백억원의 이익이 날것이라고 예상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정부에서 신용공여 한도를 100%로 묶어 놓아 무작정 자금을 끌어올 수도 없다.

      한 국내 대형사 IB 임원은 “수탁금 50% 이상은 기업금융에 써야 해서 리스크 관리가 안될 경우 증권사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라며 “회사채, 기업대출은 규모가 크다 보니 한 두군 데서만 문제가 생겨도 수익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미 발행인가 사업을 신청한 다른 증권사들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다. 사업권을 취득하면 좋지만, 그렇다고 당장 큰 수익이 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지는 않다. 인가를 안 내 준다고 볼멘소리를 하지만 조급해하지도 않는다. 일부 증권사들은 당초 제출한 자금활용 계획보다 보수적으로 운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발행어음 사업을 키우는 데 따른 리스크가 수익보다 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 대형사 초대형 IB사업 담당자는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창구가 하나 더 생긴다는 의미이지 이 사업을 통해 큰 수익을 얻겠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