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산업·SK건설, 승전기념일 직전 터키 현수교 사업자금 모집
입력 2018.03.16 10:55|수정 2018.03.16 10:32
    터키 현수교 사업, 건국 100주년·승전기념 의미 담겨
    작년 승전기념일 착공 이어 올해 기념일에 본격 개시
    금융약정 체결 촉박했지만 기념일 전 금융사 승인 완료
    •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1881~1938년)는 터키의 국부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터키의 모든 화폐에 그의 초상이 들어가며 그에 대한 모독은 법으로 금지될 정도다. 2023년은 무스타파 케말이 터키 공화국을 건국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대림산업과 SK건설은 작년 초 터키 건설사 리마크(Limak), 야프메르케지(Yapi) 등과 컨소시엄을 이뤄 3조원대 다르다넬스 해협 현수교(차나칼레 현수교) 및 연결도로 공사를 따냈다. 세계 최장 현수교 건설 사업이자 터키 건국 100주년을 기념하는 의미도 담겼다. 2022년까지 공사를 마치고 2023년부터는 본격 개통된다. 현수교 주탑 거리는 2023미터로 정했다.

      차나칼레 사업에는 또 다른 의미도 담겼다. 현수교 주탑 높이는 318미터다. 이는 갈리폴리(Gallipoli) 승전기념일(1915년 3월 18일)에서 따왔다. 터키는 1차 세계대전 동안 해외 영토를 모두 잃었지만 갈리폴리에서 영국·프랑스 연합군을 격퇴함으로써 본국을 지켜냈다. 사업 착공식도 작년 3월 18일에 열렸다.

    • 대림·SK 컨소시엄은 착공식 이후 설계 등 초기 작업(early work)에 들어갔다. 건설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금융 계약 체결 절차도 밟았다. 17일까지 계약을 마무리하고 승전기념일인 18일부터는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기 위해서다.

      이번 사업은 터키 정부의 관심이 높고 부여된 의미도 크기 때문에 시작 일정을 맞추는 것이 중요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금융약정 체결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당초 이달 초엔 체결이 완료될 것으로 봤지만 수출신용기관(EAC) 수출입은행과 무역보험공사 등의 심사가 늦어졌다.

      차나칼레 사업은 우리나라도 수주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은 준국책 프로젝트였다. 시중은행들이 함께 참여하는 것이 보기 좋다. 여러 금융회사들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민간 금융사들은 보증구조 마련 전에는 승인 절차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일부 회사는 야근에 주말까지 반납하며 노심초사했다. 사실상 17일 안에 승인을 내기 쉽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한번 늦어지면 사업이 걷잡을 수 없이 지연되기 때문에 입밖으로 꺼내기 어렵다는 푸념도 있었다.

      심사 지연 배경은 사업 단계벌 가격 책정이나 터키 정부로부터 받아와야 하는 서류 등 중요한 부분들이 미비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터키는 2016년 군부 쿠데타 이후 정정이 불안해졌다. 이번 사업에 참여하려는 터키 현지 은행들의 요구 조건은 늘고, 국내 금융사들의 부담 규모도 커졌다. 컨소시엄의 터키 건설사들이 현지 대관 업무를 맡았지만 정부와 소통은 순탄치 못했다.

      SK건설은 터키에서 유라시아터널과 보스포러스3교 사업 등을 성사시켰고, 대림산업도 중동·소아시아 지역에서 성과를 쌓아가고 있다. 그러나 금융 계약 체결이 늦어져 승전기념일을 넘긴다면 SK건설과 대림산업의 평판이나, 인근 지역 인프라 수주경쟁에도 득 될 것이 없었다.

      컨소시엄은 완공 후 운영기간을 크게 단축하기로 하는 등 총력전을 펼쳐 이번 사업을 따냈다. 사업 지연은 평판 위험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에도 영향을 미친다. 빨리 완공하고 운영해야 수익이 빨리,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칫 금융약정 체결 작업이 장기화 할 수 있었지만 금융회사들이 속도를 내며 기한 안에 결실을 거뒀다. 8일 무역보험공사가 사업 지원 승인을 냈고, 12일엔 수출입은행이 뒤를 이었다. 나머지 금융사들도 16일까지 모두 승인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