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G아시아 서울서 첫 총회, 일단 '한국'을 띄워라?
입력 2018.03.19 07:00|수정 2018.03.20 12:47
    13~14일 서울서 총회…각 지역 성과 및 계획도 발표
    한국선 카카오택시·녹수 투자…향후 성장성 기대감
    성공리 마쳤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시큰둥한 반응도
    • TPG아시아가 글로벌 사모펀드(PEF)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주주총회를 열었다. 각 지역 대표들이 모여 지난해 성과를 냈던 한국 사무소를 격려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한국 직원들은 향후 더 많은 투자 기회가 있을 거라며 성과를 자신했다.

      다만 '한국 띄우기'에 급급하다보니 시큰둥한 반응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내 투자 포트폴리오 기업의 성장가능성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에는 아쉬웠다는 지적도 나왔다.

      TPG아시아는 지난 13~14일 이틀 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주주총회(Annual Investor Meeting)를 진행했다.

      아시아 각지의 투자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을 국내외 출자자(LP)들에 설명하는 자리였다. 한국에선 5000억원 규모 카카오모빌리티와 3600억원 규모 모림('녹수'의 모회사) 2건의 투자 성과가 있었다.

      TPG아시아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여러 플랫폼을 활용해 이익을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다. 주요 서비스 중 하나인 카카오택시는 웃돈을 얹어주면 택시를 우선 배정받을 수 있는 유료서비스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TPG는 2013년 우버에 투자한 경험이 있다.

      최근 투자한 녹수 설명엔 더 공을 들였다. 고동환 녹수 대표(Dan Koh)가 직접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10분가량 세션을 진행해 눈길을 모았다. 고 대표는 TPG가 녹수의 해외 진출과 사업확장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를 표했다.

      이번 총회의 주최자이자 TPG아시아 한국 수장인 이상훈 대표는 한국에서 좋은 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의 지배구조 개편 관련 거래나 녹수와 같은 상속 성격의 거래가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총회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TPG아시아가 글로벌 PEF 중 처음으로 한국에서 총회를 열었는데 한국 사무소에 힘을 실어주려는 분위기도 있었다”며 “각 지역 수장들이 이상훈 대표가 열심히 하고 있어 한국 사업이 잘 되고 있다는 격려를 건네기도 했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그간 한국에서 활동이 적었던 TPG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는 의미다.

      TPG아시아의 총회를 주최하는 이는 단순한 설명회 외에도 문화 공연 등을 준비하는 관례가 있다. 이상훈 대표가 준비한 이번 행사는 총회 첫날 미슐랭 가이드 2018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정원’이라는 평가를 받은 강남의 한 식당에서 저녁 연회가 열렸다. 또 한 주류의 플래그십 매장에서 술자리가 이어졌다. 아이돌그룹의 공연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국인에 친숙한 한류를 활용하려는 의도란 평가다.

      총회는 성공적으로 진행됐지만 일부 국내 참가자들은 떨떠름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큰 행사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것은 반갑지만 행사 특성상 지루함을 피하긴 어려웠다고 했다. 물레방아가 돌아가는 식당이나 아이돌 공연도 외국인의 눈엔 이채롭게 보일 수는 있지만 국내 관계자들엔 썩 매력적이지 않았다. 오후 총회에만 잠시 얼굴을 비추고 돌아왔다는 사람도 많았다.

      무엇보다 카카오택시의 사업성에 의문을 갖는 의견이 있었다. 정부로부터 유료서비스가 합법적이라는 의견을 받았다지만 비판 여론도 비등하다. 당장 소비자에 비용이 전가되고 영세 콜택시 사업자들의 고사 우려도 있다. 과거 T맵 택시가 웃돈 제시 기능을 도입했다 서울시로부터 시정조치를 받고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다른 총회 참가자는 “카카오택시 플랫폼 활용 계획에 대해 외국 사람들은 수긍하는 모습이었지만 국내 기관 참가자들은 규제 이슈 때문에 가능할 것인지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