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 "연2% 받아가라" 통보한 삼성...매각중단 목표?
입력 2018.03.20 07:00|수정 2018.03.21 12:36
    FI들에게 한화로 풋옵션은 무의미...결국 삼성이 수익보장
    당초 보장하기로한 수익 크게 낮춰...국내 후보 투자못할 구조
    경험 많은 삼성이 왜 이제와서....'매각 중단' 가능성 대두
    의견 조율 부재ㆍ이재용 부회장 복귀 후 분위기 변화 등 거론
    • 삼성그룹이 작년 11월부터 추진해 온 한화종합화학(옛 삼성종합화학) 잔여지분 매각이 논란거리다.

      사실 이 지분은 그룹 총수끼리 단행한 '빅딜'의 잔여자산으로 현금화 방안까지 미리 마련돼 있었다. 이를 굳이 이재용 부회장 부재 상황에서, 한화에 대한 '배려'(?)도 없이 시장에 경쟁입찰로 매각할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다.

      삼성은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으며 거래를 진행해놓고는 막판에 바이어들이 도저히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빈축을 사고 있다. 시중은행 예ㆍ적금 금리보다 낮은 수익을 제시하며 1조5000억원 언저리의 가격을 요구했다. 이러다보니 투자업계에서는 "삼성이 거래를 중단시키려는 것 아니냐"라고 유추하는 이들이 상당수다.

      ◆ FI에게 한화로 풋옵션은 무의미ㆍIPO보장도 못받아...삼성 아니면 보장 어려운 구조

      알려진대로 2015년 4월 한화케미칼ㆍ한화에너지가 삼성그룹으로부터 지금의 한화종합화학인 삼성종합화학 경영권을 '빅딜'로 인수했다. 이때 지분 100%를 사가지 않고 좀 남겨뒀는데 "당장은 자금이 부족할테니 나중에 여유 생기면 남은 지분을 사가세요"라고 삼성이 배려해준 덕분이었다. 이 지분이 지금 매각 중인 한화종합화학 지분 24.1%다.

      당시 두 그룹은 잔여지분 처리를 위해 '상장(IPO)의무화'와 '풋옵션ㆍ콜옵션' 조건을 약속했다.

      우선 첫째. 경영권이 매각되는 시점(2015년)부터 6년(한화가 요구하면 7년)이 되는 2021년(또는 2022년)까지 한화그룹이 한화종합화학을 상장한다. 삼성그룹은 상장 과정에서 잔여지분을 구주매출해 자금을 회수한다. 둘째, 만약 이런저런 사정으로 상장을 못하면 한화그룹이 잔여지분을 사주는데 (풋ㆍ콜옵션), 가격은 한화종합화학의 상각전이익(EBITDA) 11배를 적용한다. 셋째, 만일 삼성이 그 전에 다른 곳에 잔여지분을 팔고 싶으면 한화그룹이 우선매수청구권(Right of first refusal)을 가진다.

      결국 2022년이면 한화가 사줄 지분을 삼성이 작년 말부터 다른 데다 미리 팔겠다고 나섰다는 얘기다. 새 인수자는 자연스럽게 삼성-한화가 맺은 위 계약조건을 그대로 '승계'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예상 매각가격이 높아지면서 이 조건의 승계가 무의미해졌다.

      삼성그룹은 사모펀드 후보들을 초청했고 협상과정에서 예상가격이 1조5000억원 이상이 나왔다. 달리 말해 이 가격에 지분을 사가는 사모펀드들은 더 비싼 값에 한화에 팔수 있어야 투자금 회수가 가능하다.

      그런데 작년말 기준 한화종합화학의 EBITDA가 약 5500~5700억원이다. 여기에 11배 멀티플을 적용하고 지분 24.1%를 적용하면 한화에 팔수 있는 가격이 딱 1조5000억원이다. 한마디로 1조5000억원을 주고 삼성으로부터 지분을 사봤자 한화에 되팔 수 있는 가격도 1조5000억원이란 뜻이다.

      물론 한화종합화학의 EBITDA가 수년 뒤 지금보다 더 오른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한화에 더 비싼 가격에 팔 방법이 생긴다. 하지만 이번 거래에 참가하거나 관여 또는 검토했던 이들 상당수는 "현재 한화종합화학의 현금창출력과 밸류에이션이 최고 수준"라는 암묵적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앞으로 더 많은 EBITDA가 나올지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사모펀드들이 한화종합화학 경영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구조도 아니다.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배당을 줄지 말지, IPO를 언제 시킬지 등 중요사항은 모두 이번 거래에서 배제된 한화그룹 손에 달려 있다. 삼성으로부터 지분을 샀지만 앞으로 한화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니 삼성이 이 가격에 지분을 팔려면 삼성이 나서서 어느 정도 이자(수익률)을 보장해줘야 가능한 구조가 됐다.

      거꾸로 보면 이런 구조다보니 1조5000억원 정도의 가격이 도출됐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삼성 입장에서는 "우리가 4년뒤에 1조5000억원에는 팔수 있는 자산을 지금 매각하는 거니까 적어도 사모펀드들이 이 정도 가격은 써내야지?"라고 요구할 수 있었을 것이란 의미다.

      ◆ 2018년 투자해 4년뒤 연4%면 최소 2400억 소요....2000억까지 주겠다=3% 또는 2% 금리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이 사모펀드에 제안한 조건은 "한화그룹 IPO를 통해 수익이 충분하지 않다면 삼성이 연4%의 이익을 주겠다"로 정도였다. 1조5000억원으로 연4%짜리 투자를 하라고 제안한 셈이다.

      문제는 이를 위해 삼성이 감당해야 할 금액이다.

      1조5000억원에 연4%를 적용하면 연간 600억이 필요하다. 투자시기(2018년)과 한화가 IPO를 해줘야 하는 시기(2022년) 사이의 4년을 감안하면 최소 2400억원을 삼성이 준비해야 한다. 삼성은 이 금액을 갖고 있다가 혹시라도 한화그룹이 높은 공모가에 IPO를 하지 못하면 이 돈을 사모펀드에 내줘야 한다.

      별도로 이 2400억원 가량을 어떻게 재무제표에 '회계처리'할지도 고민거리로 남는다. 풋옵션 부채를 장부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는 과거 국내 자본시장에서 여러차례 논란이 된 이력이있다.

      이런 부담을 지고 삼성이 4%를 보장해주더라도 사모펀드가 받는 실질수익률은 또 그 이하로 떨어진다.

      이번 거래에 참여한 인수후보들은 베인캐피탈, 한국투자파트너스, IBK투자증권-스톤브릿지컨소시엄 등이었다. 이 가운데 조단위 블라인드 펀드가 있는 베인캐피탈을 제외하면 나머지 후보들은 국내에서 프로젝트 펀드를 만들고 차입금을 조달해야 했다. '조달비용'이 상당부분 들어간다는 얘기다.

      또 삼성과의 거래지만 투자대상인 회사는 한화종합화학이어서, 삼성이 아닌 한화그룹의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했다.

      결국 삼성이 연 4% 이익을 줘도 조달비용을 빼면 사모펀드의 실질 이익률은 3%대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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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아무리 경영권이 없는 거래라 해도 어쨌든 사모펀드가 3%대 금리로 조단위 투자를 단행한다는 것은 그리 매력적인 상품이 못된다.

      사실 베인캐피탈도 이번 거래에 고수익(IRR 8%이상)을 목표로 하는 '바이아웃 펀드'가 참여한 것이 아니었다. 1998년에 생긴 베인캐피탈 크레딧(Credit)펀드를 통해 지분 인수를 추진했다. 이 펀드는 단기대출에 주력해 왔고 요구하는 수익률(금리)도 낮다보니 인수제안을 낼 수 있었다.

      안그래도 조건이 빠듯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삼성이 '보장금액을 더 줄이겠다'라고 인수후보들에게 조건 변경을 통보했다. 그것도 본입찰까지 다 끝난 이후 통보였고 이달 12일까지 의사를 표명하라고 시간을 짧게 줬다. 삼성이 수익률을 보장해줄 금액을 2000억원까지만 설정하고 그 이상은 줄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4년 동안 받을 수 있는 수익보장 금액이 24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떨어질 경우. 1년에 받을 금액은 단 500억원으로 쪼그라든다. 투입금액 1조5000억원을 감안하면 수익률은 연 3.3% 밖에 되지 않는다. 시중 예ㆍ적금 금리보다 못한 이자율을 주겠다는 의미인 셈이다. 게다가 여기에 국내 사모펀드들이  조달비용을 감안하면 실질수익률은 무려 2%대로 떨어진다.

      이 금리를 받으려고 1조5000억원을 달라고 삼성이 제안했다는 의미가 된다.

      삼성의 통보를 받은 국내 인수후보들은 전부 '인수포기'를 선언한 것으로 알려진다. 남아있는 후보는 베인캐피탈이 유일하다. 베인캐피탈이 제 아무리 크레딧펀드라고 해도 저 수익률을 수용할 수는 없다보니 기존 본입찰에서 제안했던 가격을 낮춰 삼성에 역제안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삼성과 베인캐피탈이 협상을 통해 조건을 조율해내느냐, 마느냐 뿐이다.

      ◆ 옛 미전실 인사들 속한 사업지원TF서 거래 지휘...예상 못한 오너 복귀에 '눈치보기'?

      이번 거래는 명목상 매각주체인 삼성물산과 삼성SDI가 거래 당사자다. 다만 거래 규모가 조단위가 넘고 글로벌 인수후보까지 감당해야 하는 터라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출신인사들도 일부 거래에 관여해왔다. 삼성전자의 M&A를 대표하는 인물이기도 한 안중현 부사장이 소속된 사업지원 TF등이다.

      안 부사장은  2004년 삼성과 일본 소니가 합작한 에스엘시디(S-LCD) 설립 때부터도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했던 이력을 갖고 있다. 에스엘시디가 이재용 부회장이 첫 등기이사로 참여하는 회사다보니 그룹이 경영진에 상당한 공을 들였는데, 당시 부장  직급이었던 그가 이 부회장을 보좌할 인물로 뽑힐 정도였다. 이때 함께 참여했던 이가 장충기 부사장이었다. 안 부사장은 이후 삼성전자의 M&A를 진두지휘해 초고속 승진을 이어갔다.

      이런 전문가 그룹이 참여했음에도 불구,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가 삼성의 프로페셔널한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고 보고 있다.

      일단 '선의'로 빅딜을 맺었던 한화그룹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먼저 거래를 시장에 표방한 점부터 그랬다. 한화가 우선매수권을 실행할지 여부는 미지수지만 한화그룹은 "우리는 삼성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라는 볼멘듯한(?) 공식 입장을 내놨다.

      또 이 수준의 수익 보장으로는 국내 어떤 후보도 투자하기 어려운 걸 알면서도 막판에 조건변경을 한 것 역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국내에서 활동해 온 내로라하는 대형 사모펀드들은 이번 거래에 예비입찰에도 참여하지 않있다. 일부 PEF는 잠시 검토했으나 수익보장이 안된다며 검토를 접었고, 또 다른 PEF는 처음부터 내부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사이즈에 비해 시장 주목을 못받았다는 의미다.

      삼성그룹이 M&A경험이 많은 것 같아도 이런 형태의 구조화 거래, 또는 사모펀드를 상대로 한 거래에는 '경험'과 '능숙함'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로 그간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한 그룹 M&A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해외 M&A에 집중됐다. 바이어들 대부분 해외 후보들이었고 거래 구조는 경영권 거래로 단순했다. 삼성전자가 '기업쇼핑'을 하는 경우가 상당수였고 매각거래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게다가 투자업계에 알려진대로 '사모펀드를 꺼리는 삼성'이기도 했다.

      반면 이번 한화종합화학 거래는 깐깐하고 보장수익률을 따지는 사모펀드를 대상으로 한 거래였다. 또 바이아웃이 아닌, 삼성이 손댈수 없는 회사의 비상장주식에 경영권이 없는 지분이었다. 삼성으로서는 처음 해보는 거래였던 셈이다.

      아무리 익숙하지 않았다 해도 '경험'과 '실력'을 가진 삼성이 거래를 대하는 방식이 너무 미숙하다보니 '다른 이유'를 유추하는 이들이 더 많다. 사실 시장관계자들 상당수는 이런 해석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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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래를 시작했을 때와 거래 종료를 앞둔 현재 삼성의 입장이 달라졌거나, 아니면 내부조율이 제대로 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거래 시작 당시만 해도 이재용 부회장이 재판으로 자리를 비웠다. 조단위 거래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권자가 부재했다. 한화에도 이렇다할 응대가 없이 큰 거래를 시작했다. 거래가 한창 진행 중인 와중에 예상하지 못하게 그룹 오너가 석방됐다. 미전실 출신 인사들과 계열사 대표이사 등 사이의 알력다툼과 눈치보기가 팽배했던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풀려나면서 의사결정의 판이 바뀐 것 아니냐는 예상이 많다.

      바로 이런 배경 때문에 삼성이 매각 중단까지 감안해서 인수후보들이 못받아들일 구조를 막판에 들이민 것 아니냐고 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