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ABL생명 매각설 솔솔…'가성비 對 부실위험'
입력 2018.03.21 07:00|수정 2018.03.20 18:15
    동양생명 시가총액, 내재가치의 절반 수준
    육류담보대출 등 어디서 부실 터질지 몰라
    ABL생명은 적자 지속에 악성 부채 여전
    • 우샤오후이 전 안방보험 회장의 구속 이후 동양생명과 ABL생명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영권을 뺏은 중국 정부 당국이 자국 기업의 해외투자 정리에 집중하고 있는 까닭이다.

      마침 ING생명을 중심으로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의 M&A 움직임이 포착되는 상황이다. 동양생명-ABL생명의 처리 방향이 이에 미칠 영향을 무시하기 어렵다. 매물 성격도, 밸류도 다르지만 어쨌든 인수자 입장에서는 '대체제'로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

      일단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지배구조 불안정이 수면위로 부상하면서 기업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시가총액이 내재가치 대비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거꾸로 보면 상황에 따라서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매물이 될수도 있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다만 단기 실적에 집중하며 생긴 부실 위험과 여전히 적자 상태인 ABL생명을 감안하면, 여전히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의견도 교차한다.

      동양생명 주가는 올 들어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14일 종가기준 주가는 7440원으로 상장 이후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해 연말까지 2조원 하던 시가총액도 1조2000억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 내재가치(EV)가 2조8000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내재가치는 계약가치와 자산가치 등을 고려한 보험사의 핵심 밸류에이션(가치측정) 척도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0.41배에 머물고 있다. 업종 평균(0.7배)에 크게 못 미친다.

      지난해 실적은 준수했다. 지배지분 기준 영업이익은 1660억원, 당기순이익은 1840억원이었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 안팎으로 ING생명과 더불어 지난해 상장 생보사 최상위권이었다. 안방보험 피인수 후 증자 지원을 통해 지급여력(RBC)비율도 211%를 유지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가 2조4000억원으로 중형 생보사중에서는 다소 떨어진다. 다만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함께 합병한다면 자기자본 합계가 3조6000억원으로 4위권인 NH농협생명과 ING생명급에 이르게 된다. 설계사 수도 6800여명(동양생명 3700여명, ABL생명 3100여명)으로 단숨에 업계 5위권의 설계사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다.

      인수시 업계에서 즉각적인 '레벨 업'이 가능한 수준의 덩치에 저렴한 가격이 최대 매력인 셈이다. 매물로 나올 경우 중국 정부가 '차익'보다는 '빠른 매각'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생보사 매물 시장의 판도를 흔들 변수로 꼽힌다.

      아울러 보험업계 일각에선 동양생명과 ABL생명 경영권을 '꽝 확률이 높은 로또'라고 평가한다.

      앞으로 어디서 부실이 터질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동양생명은 지난 2016년 육류담보대출 사기 사건과 같이 리스크 관리에 허점을 드러내면서 대규모 피해를 입은 바 있다.

      저축성보험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도 문제로 거론된다. 단기 실적을 위해 저축성 보험 판매에 올인한결과 ROE가 치솟았지만, 이는 오래 유지하기 어려운 사업구조다. 지난해 다시 저축성보험을 줄이자 수입보험료가 급감했다. 동양생명 지난해 수입보험료는 전년대비 11.5% 감소한 5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사실 ABL생명 역시 자기자본과 설계사 네트워크를 제외하면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매물이란 평가가 이어진다. 안방보험이 지난 2016년 ABL생명을 단돈 35억원에 인수했을 때부터 인수가격을 놓고 설왕설래가 많았다. 악성 보험계약이 많다 보니 추후 대규모 증자가 필요할 것이란 부분이 매각가에 영향을 미쳤다. 35억원도 매각자문을 맡은 JP모간의 수수료다. 사실상 돈 한푼 안들이고 인수한 셈이다.

      그 후 2년이 흘렀지만, 아직까지도 정상화하지 못했다. 지난해 누적 실적 기준 손실을 유지했다. 3분기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4.46%였다. 마땅한 타개책이 없다 보니, ABL생명 역시 저축성 보험 판매에 올인 하는 모양새다.

      문제는 저축성보험이 2021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동시에 '부실 덩어리'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자칫 인수 후 자본확충을 위한 지원용 자금이 인수비용보다 큰 상황에 직면하게 될수도 있다. IFRS17 대비를 위해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얼마나 자본확충이 필요할지는 정밀 실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저렴하게 인수한 뒤 확실한 지원으로 자본 여력을 늘리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양생명-ABL생명 매물 가능성은 ING생명 위주로 쏠리던 생보사 매물판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