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 보상안 배임 소지 논란…결국 주주보다 그룹이 우선?
이도현·김수정 기자 | dohyun.lee@chosun.com | 2018.04.16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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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안한 투자자는 이중손실 지적
"결국 삼성그룹 이미지 개선 목적" 평가
금감원장, 삼성증권에 배상 종용 발언도 구설수

삼성증권이 내놓은 '유령주식 사태'에 대한 보상안을 놓고 '주주 배임 논란'이 일고 있다. 보상안의 핵심은 주식을 매도한 모든 개인투자자에 최고가 기준으로 보상하는 것인데, 매도를 하지 않은 주주들 입장에는 주가 하락과 배상을 위한 회사의 현금 소진, 이에 따른 기업가치 추가 하락이라는 이중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보상안이 삼성증권 주주의 이권 보장보다 삼성그룹의 이미지 개선이 방점이 찍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증권에 피해자 보상을 종용한 듯한 금융감독원장의 발언도 문제로 꼽힌다.

지난 6일 112조원 규모 주식 배당 오류 사태를 일으킨 삼성증권은 사건 발생 닷새만인 11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첫 보상안을 공개했다. 일반 투자자 외에 기관들에 대해서는 개별적으로 따로 협상해 보상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보상안의 골자는 이렇다. 삼성증권이 우리사주 배당 전산 사고 피해자 구제 대상 범위를 사건 당일 매도한 모든 개인 투자자로 정했고, 보상액 기준은 당일 최고가로 설정했다. 개인 투자자는 주당 최대 4650원을 보상받을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증권의 보상안을 두고 증권업계에선 조심스럽게 배임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주식을 팔지 않은 주주들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안은 빠져 있다.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은 주식을 팔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중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미 이번 사태로 주가가 급락했고, 배상을 위해 회사 현금을 쓴다면 순이익이 감소, 이로 인해 회사의 기업 가치가 더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A기업 변호사는 "삼성증권은 유령주를 매도한 직원 16명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계획이지만, 회사의 손익 측면에선 사실상 의미 없는 조치"라며 "범죄 주체가 아닌 회사가 주식 매도를 한 주주들에게 현금 배상한다는 것은 주식을 팔 지 않은(또는 못한) 주주 입장에선 회사와 회사 경영진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 수 있는 배임 요소"라고 설명했다.

B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기관투자가들에 대한 보상안은 언급되고 있지 않지만 이번 보상안은 외국인 주주들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조치"라며 "여러 의미에서 코리안 리스크를 부각시키는 사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삼성증권이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보상안을 선택한 이유가 그룹 이미지 때문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삼성증권 주주의 보호보다 삼성그룹의 이미지 악화를 막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앞 둔 상황에서 계열사 사장들은 삼성그룹의 이미지가 더 악화되는 것을 볼 수 없을 것"이라며 "주주보다 오너를 지키기 위한 경영진의 해결책"이라고 꼬집었다.

삼성증권에 피해자 보상을 종용한 듯한 금융감독원장의 발언도 문제로 꼽힌다.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연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제도 개선이나 징계 수위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신속한 구제"라며 "피해자가 법적 대응을 하느라 시간과 돈을 빼앗기는 2차 피해를 보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또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삼성증권의 잘못이 명확하니 피해자와 관련해서는 지루한 소송으로 가지 말고 배상 대책의 기준을 만들라고 했으며, 삼성증권도 신속히 조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주식을 판 주주들에게 회사의 돈을 줄 근거가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금감원장은 관리 감독은커녕 이를 종용하고 있다"며 "금감원의 문제점을 들여다봐도 모자란 상황에서 자신이 처한 불리한 상황을 타개하려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4월 13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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