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실상은 '버츄얼 미전실?'
입력 2018.04.20 07:00|수정 2018.04.23 09:57
    42명으로 구성된 TF…규모는 줄었지만 위상은 '여전'
    보고 체계서 가장 '우위'…TF 보고 위한 TF 구성 이야기도
    이사회 중심 자율경영?…삼성물산 M&A도 삼성전자 TF가 주도
    • 삼성전자의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가 그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업지원 TF는 전자 계열사의 사업간 공통된 이슈를 협의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설치됐지만 제조 계열사의 주요 M&A도 깊게 관여하는 등 사실상 '미래전략실'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업보고 체계에서도 가장 우위에 있어 사업지원 TF에 보고를 위한 계열사별 TF가 또 생기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는 총 42명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과장급 이상 인력으로 이 중 13명은 상무급 이상 임원이다. 기존 미래전략실이 200명 남짓으로 구성돼 있었던 점을 고려하면 사업지원 TF의 규모는 이에 못 미친다.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 미전실의 주요 업무였던 그룹의 재무·인사·대관·홍보 등의 업무를 계열사에 일임했고 TF는 관련 계열사에 국한해 사업적인 내용만 논의하도록 했다.

      사업지원 TF는 미전실에 비해 규모가 크게 줄었으나 주요 사업을 관할하고 조율하는 업무에 있어선 기존 미전실의 위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TF 구성인력의 직급이 기존 미래전략실보다 대폭 상향됐을 뿐 아니라 TF의 전권을 쥔 인사들이 이재용 부회장의 핵심인사로 채워지다 보니 TF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사업지원 TF를 이끄는 정현호 사장은 미전실 해체 이후 사임했으나 지난해 말 'CEO 보좌역'을 맡아 복귀했다. 정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의 하버드 대학교 MBA 시절부터 연을 맺고 이 부회장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일해온 최측근 중 하나다. 미전실에선 인사지원 팀장(사장)을 역임하며 그룹 인사에 가장 핵심적인 업무를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삼성그룹의 주요 빅딜(Deal)을 이끌어온 안중현 부사장도 사업지원 TF에서 중추를 맡고 있다.

      전자 계열사의 주요 일정은 사업지원 TF의 움직임에 따라 가변적이다. 각 계열사에서는 정기적으로 사업지원 TF에 사업의 주요 현안을 보고하는데, 보고 및 내부 임원회의 일정까지 TF를 중심으로 맞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사업지원 TF를 삼성그룹 내부에서도 '버츄얼 미전실'이라고 부를 정도로 기존 미전실과 유사한 점이 많다"며 "삼성전자는 물론이고 관련 계열사 임원들도 TF의 결정에 대부분 따르려고 노력하고 일부 계열사에서는 사업지원 TF에 보고를 위한 TF 형식의 인력도 조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이에 삼성그룹 전자계열사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사업지원 TF에 보고하기 위한 조직을 따로 구성한 것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존 미전실이 있을 당시엔 이에 대응하기 위한 인력들이 따로 있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로 TF 대응 및 보고를 주요 업무로 하는 인력들이 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전자계열사를 관할한다던 삼성전자 사업지원 TF는 비전자 계열사까지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한 삼성물산의 한화종합화학 지분 매각은 현재 사업지원 TF 소속의 안중현 부사장이 직접 진행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삼성물산을 비롯한 제조업 계열사들은 'EPC 경쟁력 강화 TF'를 구성했고, 각 계열사별로 이사회 중심의 사업 운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룹의 중심인 삼성전자 TF의 영향력에선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사실 삼성그룹 기존 미전실의 역할과 위상은 단순한 그룹의 컨트롤타워 이상이란 평가가 많았다. 수시로 실시하던 미전실의 '계열사 경영진단'은 정부와 감독기관의 감사보다 강도가 훨씬 높기로 유명했다. 이번 삼성증권의 내부통제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에도 내부에선 미래전략실이 없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공식적으로는 사업지원 TF의 역할이 인사와 재무 등 미전실의 주요업무를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미전실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전자계열사는 물론이고 다른 계열사까지 직간접적인 영향력이 미치고 있는 것을 볼 때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의 자율경영을 내세운 그룹의 전반적인 기조와는 다른 모습으로 비춰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