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등에 업은 현대차 vs 앨리엇 중심 外人 싸움 시작됐다
한지웅 기자 | hanjw@chosun.com | 2018.05.14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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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요구에 화답한 현대차…"긍정적 평가"
현대차에 앞서서 바람막이 자처한 공정위
높아지는 엘리엇 공세 수위…정부 상대 소송 준비 中
엘리엇 중심 外人 결집 땐 "분할 합병 장담 못 해" 평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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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압박에 못 이겨 내놓은 대책이지만 현대자동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정부의 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정부는 현대차의 이 같은 노력에 화답하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 management)가 우리 정부·국민연금· 삼성그룹을 향한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합병 결정을 한 달여 앞둔 현대차의 부담도 더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3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내놓자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필요한 타이밍에 올바른 의사결정을 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취임 초기부터 꾸준히 현대차를 압박해 온 정부의 입장에 현대차가 협조적인 행동으로 화답한 만큼 정부가 압박수위를 더 높이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정부를 등에 업고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던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은 엘리엇이란 복병을 만났다. 총 1조원 규모의 현대차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엘리엇은 현대차에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추가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곧이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요구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현대차는 지난달 말, 엘리엇이 요구했던 자사주 소각에 대한 구체적인 시행 방안을 발표했다. 엘리엇이 제안한 ▲현대차가 보유한 잉여금 규모 감축 ▲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주식 적정가치 검토 ▲순이익의 최대 50%를 배당 등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엘리엇의 주장에 현대차는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공정위가 대신 한발 앞서 대응에 나섰다. 김상조 위원장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은 금산분리 위반"이라는 입장을 밝혔는데 엘리엇은 이튿날 "김상조 위원장의 언급에 주목하고 있다"며 "공정위의 우려는 엘리엇이 제기한 문제들이 유예기간 내에 해결돼야 하는 이유를 밝힌 것"이라며 곧바로 반박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자의든 타의든 간에 정부의 요구에 화답하며 코드를 맞추고 있는 와중에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인 주주들이 공격을 해오면서 공정위 또한 부담을 느꼈을 것"이라며 "엘리엇이 어떤 계열사에 어느 정도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지도 파악이 안 되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곧바로 반박에 나선 것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이 가운데 엘리엇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정을 문제 삼고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하며 막대한 손해를 입게 됐다"며 지난달 법무부에 중재 제안서를 제출했다. 엘리엇은 현재 국제투자부쟁해결센터(ICSID)에 '투자자와 국가 간 소송(ISD)'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는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내용을 공개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정부를 상대로 한 엘리엇의 소송은 합병을 앞둔 현대차그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의 합병 당시 주요 투자자였던 국민연금은 현재 현대차 계열사의 주요 주주로 등재돼 있다. 합병 의사결정 과정에서 한차례 홍역을 치른 바 있는 국민연금이 2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 책임 공방 중심에 서 있는 점을 고려하면, 지난 합병 때보다 주주들이 납득 가능한 의결권 행사 절차를 진행할 것이란 평가다. 일부 주주들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결정에 반발할 경우 또다시 책임 공방에 휘말릴 여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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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의 현대차 계열사(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의 지분율은 각각 약 1~1.5%로 추정된다. 비율로만 따져보면 그리 높지 않지만 이 정도의 지분만으로도 주주 제안권, 부정행위 이사 및 청산인 해임 청구권, 회계장부 열람권, 주주대표 소송권, 이사행위 유지 및 금지 청구권 등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엘리엇을 중심으로 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결집한다면 내달 말 열리는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의 임시 주주총회에서 분할·합병 안건의 통과도 장담할 수만은 없다. 회사의 분할 및 합병과 관련한 안건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에 해당하는데 안건 통과를 위해선 참석 주식의 66.7% 이상, 전체주식의 33.4%이상이 동의해야 한다. 삼성물산이 합병을 추진할 당시엔 외국인 지분율은 8% 남짓이었으나 간신히 요건을 맞출 수 있었다.

현대차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재 상황만을 비춰봤을 때 현대차는 분명히 정부의 지지를 얻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요구도 외면할 수만은 없다"며 "엘리엇의 주장이 단기 투자자들에게는 긍정적 유인이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과 어닝쇼크에 크게 실망한 소액주주들이 결집한다면 속단할 수 없는 표 대결이 예상된다"고 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03일 08: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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