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 사태, 회계법인들이 '콜옵션 가능성'도 보증해줬을까
현상경ㆍ양선우 기자 | hsk@chosun.com | 2018.05.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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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법인들 문제 없다 했다"... 방식 변경에 대한 판단 불과
회계 전문가들, 어디까지나 '콜옵션'가정에 근거해 내린 판단
3년이나 앞서 콜옵션 판단한 것은 삼성 제공한 자료에 기인
매번 말 바뀌는 삼성....IPO 때는 조용하다 3년만에 "증거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논란이 오는 17일 감리위원회를 기점으로 재점화된다.

삼성은 "회계처리 변경에 문제 없었고 3대 회계법인들도 이를 인정했다"고 반발해왔다. 행정 소송에서 삼성이 유리하다는 회계 전문가들 평가도 많았다.

하지만 초점은 "2015년에 이미 콜옵션 행사를 판단했다"는 삼성 주장에 맞춰지고 있다. 행사 만기를 3년이나 앞두고서 미리 콜옵션을 판단한 증거가 충분했는가다.

마침 삼성물산-제일모직이 합병하는 해였다. 자연히 시기적으로 다른 의도가 없었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그간 삼성은 콜옵션 행사 가능성을 이유로 회계변경을 주장해왔다. 따라서 여기서 상반된 성격의 자료 등이 발견되면 삼성의 주장이 모두 무효화될 수 있다.

금융감독원이 보유했을 것이라 추정되는 '스모킹건'(Smoking gunㆍ결정적 증거)도 이 부분일 것이라 보는 이들이 많다.

◆회계법인 판단은 '행사 가능성'에 근거...삼성 제시 자료에 기인한 판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에 콜옵션 가능성을 알았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2015년 7월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의사를 담은 편지(Letter)를 보냈다 ▲2015년 10월부터 한국ㆍ유럽에서 제품 판매 승인이 나서 회사가치가 높아지면서 콜옵션 행사가능성이 높았다 등이다.

바이오젠이 2014년에는 증자에 참여하지 않다가 2015년에 증자에 참여한 것도 추가 이유로 내세웠다.

이런 이유로 삼성바이로직스가 자회사(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회계처리를 바꿨고 회계법인들도 여기에 법적문제가 없다고 보증했다는 주장이다. 2012년~2015년 외부감사를 맡은 '삼정회계법인', 2016년 지정감사인인 '안진회계법인', 2015년말부터 삼성물산 감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이 모두 적정하다고 봤다는 것.

그러나 이런 회계법인들의 '보증'은 어디까지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다면... 그렇게 회계 처리를 변경해도 문제가 없다"는 사실에 국한된다.

2015년에 이미 콜옵션 가능성을 판단하는 사실 자체는 별개 문제라는 의미다.

삼성이 2015년에 이렇게 판단하고 가정한 사실조차도 대형 회계법인 3곳이 '보증'을 해줬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뜻도 된다.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바로 그 부분이 이번 사태에 있어 회계법인들 사이에서 가장 민감하게 판단하는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계법인들이 바이오젠과 직접적인 콜옵션 거래 당사자인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결국 콜옵션 가능성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판단은 삼성이 제공한 자료들에만 기인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달리 말해 삼성이 회계법인들을 강력한 '우군'처럼 내세우고 있지만 정작 이들도 삼성의 모든 주장을 100% 보증한다 보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비단 회계법인 뿐만 아니다. 최근 주요 일간지 기고 등에서 삼성의 승소가능성을 예상한 회계 전문가들의 코멘트도 유사하다.

"콜옵션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충분한 사정 변경이 있다면....그렇게 반영해야 한다"라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가정법'에 근거한 판단이다.

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장은 다르다. 회사 측은 "3개 회계법인 모두 2개 제품 승인 등으로 콜옵션 가치가 가격(원금+이자)보다 높은 내가격상태로 언제든지 행사가능하다고 판단했다"라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에서 회계법인에 대한 보증 또는 책임소재가 과다하다는 지적도 있다.

또 다른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지면 회계법인을 앞에 내세워서 '분식에 가담했느냐, 아니냐'라고 판단하고 강력하게 처벌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회계법인들의 책임소재나 범위를 국한지우고 '벌금'을 무는 선에서 그치는 경우가 오히려 많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분식회계 책임을 물고 5대 회계펌의 하나인 아서 앤더슨을 공중분해시킨 '엔론 사태' 같은 경우는 드문 상황이다.

오히려 이런 일이 벌어졌을때는 감리 부실 등에 대한 회계법인들의 책임소재와 영역을 국한하는 일이 많다. 그리고 이에 따라 벌금을 내거나 기존에 받은 감사수수료를 토해내는 정도가 흔하다는 의미다.

◆콜옵션 행사 관련...정보 공개 안하거나 말이 바뀐 삼성바이오로직스

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내놓은 대답은 매번 달랐다.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당시. 역시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왜 콜옵션을 미리 가정했느냐"라는 질문이 나왔다. 그러나 삼성은 이번에 제시한 증거물 관련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특히 "2015년에 바이오젠이 콜옵션 행사 의사가 있다는 레터를 보냈다"는 내용은 단 한줄도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 주장대로면 이때도 이미 삼성은 증거물을 갖고 있었다. 따라서 상장 과정에서 짧게라도 내용을 밝혔으면 모든 논란이 사라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삼성은 지난 3년간 기업설명회(IR) 혹은 관련 증권신고서 어디에도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다 이번 특별감리 결과가 나오니 "이런 레터가 있었다"라고 이제서야 밝힌 상황이다.

이로 인해 최근 시장에서는 '투자자 기망' 논란까지 일어났다.

1개월 전에는 또 얘기가 달랐다.

지난 4월9일. 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삼성물산이 3조원 규모로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분 매입을 준비한다"라는 내용의 뉴스 보도가 나왔다.  이 무렵부터 바이오젠 콜옵션 논란이 점화됐다.

이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 행사 여부는 전적으로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달린 사안이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건에서 관여할 수 있는 바가 없다"며 "현재 콜옵션 행사 여부도 알 수 없다"라는 회사 입장을 밝혔다.

역시 "일찌감치 레터를 받아서 알고 있었다"라는 최근 해명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심지어 콜옵션 행사 만기 시기에 대해서도 "연내라고만 알고 있을 뿐 자세한 것은 모른다"는 입장까지 내놨다. 이 시기는 바이오젠의 기업보고서(Form 10-K)에 공개적으로 실려있다.

결국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 행사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보 비공개' →"아는 바 없다"→"이미 알고 있었고 증명서류도 갖고 있다"라는 식으로 그때그때 다르게 대응해 왔다는 의미다.

자연히 "정말 확실한 증거물이 있었다면 삼성이 미리 공개하지 못한 이유가 무엇일까"란 질문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공개할 필요가 없었다",  "이번에는 잘못된 언론보도때문에 공개했다"라고 반박한다.

회사 측은 "국제회계기준에서 '콜옵션 행사의도'가 고려대상이 아니므로 레터 유무가 판단의 근거가 아니므로 상장 당시 IR 자료 등에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회계규정을 잘못 이해한 언론보도에서 의도가 없었음에도 지분법 전환 처리했다는 보도에 대응 차원에서 레터도 있었음을 공개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쟁점인 '현금흐름할인법'(DCF)의 경우도 유사하다.

상장사가 아닌, 비상장법인의 경우. 공정가치(Fair Value) 산정에서 DCF를 쓰는 경우는 흔하지도 않고 감독당국조차 추천하는 바가 아니다. '위법'은 아니지만 시장에서 혼선이 없게 '순자산'을 감안하라는 게 감독당국의 가이드라인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를 무시하고 자회사에 대해 DCF를 도입해 적용했다. 그리고 관련 회사들은 조단위 값어치를 지니게 됐다.

역시 2016년 상장 당시에도 같은 의문이 제기됐다. 이때도 삼성은  "따로 더 내놓을 입장이 없고 회계법인들이 문제 없다고 했다"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최근 논란이 제기되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히려 순자산가치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순자산가치는 세무회계에서 주로 쓰고 있으나 브랜드, 노하우 등 무형가치를 반영하지 않아 공정가치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며 "제약업과 같이 개발기간 및 투자회수 기간이 긴 경우에는 미래수익 및 현금흐름을 현재가치로 할인 평가하는 DCF를 많이 활용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적용한  DCF 방식에 대해서는 회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박이 많다.

'미래가치'를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고 해도 단 몇개월 사이에 이익도 못내는 회사 지분가치를 '10조원짜리' 라고 평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것.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는 "결국 DCF를 돌리는 과정에서 가정법을 무엇으로 삼았는지, 그리고 그 가정법이 얼마나 합리적인지 여부"라며 "DCF를 적용한 다른 경우들과 비교해도 회사가치가 단기간에 크게 올라갔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5월 14일 10:2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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