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렁이는 코스닥 벤처펀드, 고개드는 '장기투자' 회의감
입력 2018.05.18 07:00|수정 2018.05.21 09:24
    코스닥 변동성 커져...공모형 펀드 대부분 마이너스 수익률
    곳곳서 부작용 도출...'메자닌·공모주 폭탄 제조중'
    "추후 수익 안나면 책임은 결국 운용업계가 질것"
    • "보세요. 코스닥 지수 변동성은 이렇게 큽니다. 바이오주 화요일 급락에서 보이듯 코스닥 벤처펀드 자체가 변동성을 키운 면도 있습니다. 손톱만한 소득공제 혜택 주고 국민의 자산을 3년이나 이런 시장에 묶는다는 게 말이 됩니까?" (중형 헤지펀드 운용역)

      정부가 의욕적으로 도입한 코스닥 벤처펀드가 다시 투자업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생산적 금융 육성'이라는 정책방향 아래 극도로 변동성인 높은 코스닥 시장에 장기투자를 권유하는게 결국 '탁상공론'이라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초 손질돼 새로 도입된 코스닥 벤처펀드는 최근 증시의 히트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달 말 기준 판매액은 2조원에 육박한다. 인기 펀드는 대부분 잠정적 판매 중단(소프트클로징)에 들어갔을 정도다.

      일시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며 곳곳에서 부작용이 도출됐다. 코스닥 벤처펀드에서 편입 가능한 코스닥 기업의 시가총액 기준 바이오 비중은 60%에 달한다. 지난 8일 몇몇 코스닥 벤처펀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를 계기로 일부 바이오주를 환매하며 코스닥 150 바이오 지수가 5%이상 급락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 영향으로 코스닥도 3%대 폭락세를 보였다.

      메자닌 시장으로 일시에 자금이 몰리며 '폭탄'도 양성되고 있다. 수시로 변동성에 노출되는 보통주 대신 채권 형태로 보유하며 중장기적 수익을 낼 수 있는 전환사채(CB)·신주인수권부사채(BW)·우선주 등을 편입하려는 수요 때문이다.

      덕분에 최근 2년간 적자를 낸 한 코스닥 바이오 기업의 300억원대 전환우선주에 서너곳의 코스닥 벤처펀드가 몰려 물량을 나눠갖는 모습이 연출됐다. KG모빌리언스·에프앤가이드·지오씨·지스마트글로벌 등은 표면금리(쿠폰)이 0%이고 조기상환청구권이 없거나 전환가액재조정(리픽싱) 요건이 없는 메자닌을 발행했다.

      최소한의 수익을 담보할 수 없는, 발행사에 극도로 유리한 조건이다. 주식 옵션이 행사 가능한 시점에 무조건 주가가 올라 있어야 수익이 나는 구조인데다, 코스닥 벤처펀드간 물량 확보 경쟁으로 수익성이 더 빠듯해졌다는 평가다.

      SK루브리컨츠 상장 실패 이후 공모주 시장의 분위기가 다소 가라앉은 점도 부담이다. 코스닥 벤처펀드는 공모주 30% 우선 배정을 무기삼아 한달새 2조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 1분기 신규 상장사 평균 공모가 대비 주가 상승률이 50%에 육박했던 덕분이다.

      하지만 2015년과 2016년만 해도 공모주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였다. 공모주 시장 역시 분위기를 타기 때문에 낙관만은 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코스닥 급락은 고유가·강달러로 인한 '6월 위기설'에 상당부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코스닥 내부의 성장성보다는 외부 변수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코스닥은 전통적으로 매우 높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만큼, 경기위축 우려 등의 이슈가 생기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코스닥 지수는 4월 중순 대비 5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펀드수퍼마켓에 등록된 주요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는 대부분 최근 1달 수익률이 마이너스 상태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한계와 우려를 안고 있는 상품을 정책적으로 '장기투자상품'이라며 밀어붙인 정부에 대한 불신이 최근 다시 팽배해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말 운용사 간담회를 열고 정책 개선을 약속했음에도, 여론은 여전하다. 코스닥 벤처펀드를 장기투자 상품으로 여기는 '근본 생각'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운용구조의 불합리성으로 인해 코스닥 벤처펀드가 사모로 쏠릴 것을 금융당국이 알고도 시행했다면 직무유기고, 모르고 했다면 무능"이라며 "3년 후 코스닥 벤처펀드가 수익을 내지 못했을때, 결국 관료들은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운용업계의 잘못으로 되돌아올 게 불 보듯 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