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 들고 바닥 훑었던 삼성...현대車는 '공중전'만
입력 2018.05.21 07:00|수정 2018.05.19 20:20
    모비스, 삼성물산 '위임장 수집'과 대비돼
    주주 구성 차이...모비스는 개인·기관 지분 12% 불과
    "경영권 공고한 현대차, 주주 대하는 시선 다를 수밖에"
    • 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일생일대의 거래'를 두고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대응 방식이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합병 주주총회를 앞두고 직원들을 동원해 개인 주주를 한명 한명 찾아다니며 위임장을 받았다. 반면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안과 관련 외국인 주주 설득과 언론 대응에만 집중하는 모습이다.

      2015년 7월 당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자본시장에서 화제가 됐던 것 중 하나는 '수박을 든 삼성물산 직원들'이었다. 삼성물산은 건설과 상사 부문 소속 직원들을 통해 개인 주주들을 찾아가 위임장을 수집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전직 삼성물산 직원은 "동원된 인력의 수는 정확한 기록은 없지만 천명 단위였을 것"이라며 "25.4%에 달하던 개인투자자 지분 중 적어도 4~5% 수준의 의결권 위임장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런 위임장 수집은 당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개인정보 유출과 편법 수집 우려가 제기됐다. 합병 성사 후 삼성물산이 위임장 수집 과정에서 가장 많은 인력을 동원했던 건설 부문의 희망퇴직 접수를 받으며 '합병 때 써먹은 직원들을 팽(烹)했다'는 지탄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저런 뒷얘기가 많았지만, 일부 개인 주주의 경우 삼성물산의 '성의'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서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분할합병안 관련 임시 주주총회를 불과 열흘 앞둔 현대모비스에서는 당시 삼성물산 같은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관련 업무는 재무 및 IR(투자자관계) 부서에 할당돼있으며, 홍보 등 일부 조직이 이를 보조하는 정도다.

      한 현대모비스 내부 관계자는 "분할합병 관련해서 사내 공지가 별도로 나온 것이 없고, 직원들도 딱히 큰 신경은 쓰지 않고 있다"며 "평소 자신이 하던 업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은 대신 그룹 차원에서 외국인 주주 접촉을 크게 늘렸다. 이원희 현대자동차 대표가 합병안 지지를 호소하는 입장문을 발표하는 등 '현대모비스 이슈'가 아니라 '현대차그룹 이슈'로 사안을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뚜렷하다.

      개별 주주들과의 접촉은 언론을 통한 고위급 인사의 인터뷰, 입장문 등으로 갈음하는 모양새다. 소형 기관투자가들도 회사 직접적인 접촉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한 소형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주총이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분할합병안 관련 현대모비스나 현대차그룹에서 어떤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철저히 공중전을 벌이는 것으로 전략을 짠 듯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온도차는 주주 구성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거란 평가다.

      삼성물산의 경우 개인투자자 비중이 다소 높았고, 외국인 지분율도 26.4%로 지금의 현대모비스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당시 삼성물산에 대한 삼성그룹 측 지분율도 14% 수준에 그쳤기 때문에 최대한 아군을 많이 포섭할 필요가 있었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경우 현대차그룹의 지분율이 30%를 넘는다. 외국인 지분율도 47%에 달한다. 국내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를 모두 합친 지분율은 12% 수준으로, 국민연금 한 곳(9.8%)의 지분율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삼성과 현대차가 주주를 대하는 시선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삼성그룹은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 지분율이 대체로 낮기 때문에 주주와의 의사 교환과 설득에 상당히 경험치가 쌓여있다"며 "순환출자 구조를 통해 경영권이 불확실한 계열사가 거의 없다시피 했던 현대차와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