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지배구조 개편 무산…"높아진 주주 눈높이 못 맞췄다"
입력 2018.05.21 18:06|수정 2018.05.23 09:29
    21일 현대모비스·글로비스 임시주총 취소 결의
    글로벌 자문사 '반대'권고, 外人 반발에 '백기'
    정의선 부회장 "주주들과 소통 부족 절감"
    •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결국 철회했다. 높아진 주주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개편과 사업재편, 경영권 승계를 위한 첫 단추도 끼지 못한 채 새 판을 짜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는 21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하고 29일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를 열지않기로 결의했다.

      현대모비스는 "분할합병계약서에 대해 국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당사 주주들에게 반대 의견을 권고하고 주주들의 의견을 고려한 결과, 주총 특별결의 가결요건의 충족 여부 및 분할합병의 거래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해짐에 따라 분할합병 방안의 보완 등을 포함해 재검토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이 계획했던 지배구조 개편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는 게 핵심이었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모듈 및 AS사업부를 분할해 현대글로비스에 넘기고, 오너 일가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모두 기아차에 매각할 계획이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는 미래차 기술력 확보에 집중, 현대글로비스는 모빌리티를 비롯한 부가가치 창출 효과를 내세웠지만 주주들의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 양사의 합병 비율 0.61대 1에 발목이 잡혔다.

      3월 말 현대차의 지배구조 개편 방안이 발표된 직후 글로벌 헤지펀드 운용사 엘리엇매니지먼트(Elliot management)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식 1조원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고, 추가적인 현대차에 추가적인 개편안을 요구했다. 이어서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자체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현대모비스는 전례 없는 주주환원책인 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발표하며 대응했고 2025년까지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크게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SS·글래스루이스·기업지배구조원·대신지배구조연구원·서스틴베스트 등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은 현대모비스 주주들을 대상으로 '반대표 행사'를 일제히 권고했다.

      상황이 몰리자 정의선 부회장이 직접 전면에 나서 현대모비스의 비전을 발표하며 주주들 표심 잡기에 나섰으나 역부족이었다. 현대모비스의 주가는 주식매수청구가격인 23만원대 초반에 근접했고, 투자자들이 '반대표'를 행사할 유인은 점차 커졌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정부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에 힘을 실어줬다.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현대차 지배구조개편에 환영의 뜻을 밝히며 엘리엇의 공세에 바람막이 역할을 자처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맡게 됐던 국민연금은 상황이 달랐다. 삼성물산의 합병을 근거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구속됐고 엘리엇이 이를 근거로 정부에 7000억원대 소송을 진행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때와 마찬가지로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와 투자자들의 반발을 '외면'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정의선 부회장은 "그동안 구조개편안 발표 이후 주주들과 투자자 및 시장에서 제기한 다양한 견해와 고언을 겸허한 마음으로 검토해 충분히 반영토록 하겠다"며 "이번 방안을 추진하면서 여러 주주 분들 및 시장과 소통이 많이 부족했음도 절감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