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글로비스와 닮은꼴 삼성SDS, 이재용 부회장 자금줄 역할 '부각'
입력 2018.05.23 07:00|수정 2018.05.24 18:23
    오너家 활용 가능 유일한 非주력사 지분
    김상조 위원장 "주요 대기업 오너 주력사 지분에 집중" 요구
    생명→전자 지분 처리에 이재용 부회장 나설 가능성
    "현대차 시도 유사하게 SDS 기업 가치 끌어올릴까" 평가도
    • 삼성그룹을 향한 정부의 지배구조 개편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오너 일가가 주요 지분을 보유한 삼성SDS에 대한 주목도도 높아지고 있다. 삼성SDS는 최근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고 이와 동시에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글로비스를 활용해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마련했던 것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 지분 활용법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3월말 대대적으로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하자 한때 재계의 관심은 '삼성그룹'으로 옮겨졌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0일, 10대 기업 경영진을 만난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을 직접 언급하며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 "오너 일가가 핵심계열사 지분에만 집중, 비주력 계열사에 대한 주식은 보유하지 않는 방향으로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삼성그룹이 당면한 과제는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정리하는 것이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의 지분 7.6%(보통주)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로, 지분 규모만 시가 기준 약 25조원에 달한다. 김상조 위원장은 "삼성생명을 통해 이어지는 그룹의 지배구조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삼성도 잘 알고 있다"고 밝히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삼성그룹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지분 처리방안을 내놔야 하지만 명확한 방안은 현재까지 제시되지 않았다. 최대주주와 계열사의 지분율이 삼성생명 보유분을 포함해도 20% 남짓인 점을 고려하면 제 3자 또는 장내에서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은 선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지분 처리 문제에 고심하고 있지만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실제로 명확한 처리 방안을 만들어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지속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어떤 방식으로든 나서서 해결 방안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삼성SDS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그룹 계열사의 IT서비스를 담당하는 계열사다. 삼성SDS의 내부거래 비중은 70%를 넘지만 그룹 계열사의 전반적인 시스템을 다루고 보안 문제가 엮여 있는 탓에 외부 업체에 맡길 수 없는 영역이 대부분이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 미만인 점을 비춰볼 때 일감몰아주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당장 오너 일가가 삼성SDS 지분을 매각해 현금화할 유인은 크지 않다. 다만 오너 일가가 지배구조 개편과정에서 사재를 출연한다면 자금 마련을 위한 선택지는 삼성SDS가 유력하다는 평가다.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오너 일가가 주요 지분을 보유한 그룹 계열사는 삼성SDS가 유일하다.

    • 삼성SDS는 지난해부터 기업 가치를 꾸준히 끌어올리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오라클 등 글로벌 업체들과 전략적 제휴를 맺고 클라우드 사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삼성SDS는 최근엔 미국 가상화 기술업체 비트퓨전(Bitfusion)에 지분 투자를 진행했다. 신사업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지만 기존 사업 실적이 뒷받침돼 주가 상승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공개(IPO) 이후 한동안 부진에 시달리던 삼성SDS의 주가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 상장 당시의 주가와 비슷해졌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SDS의 지분 가치는 현재 약 1조6000억원, 오너 일가의 총 지분가치는 약 3조원으로 평가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를 비춰볼 때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의 지분만을 보유해도 그룹을 지배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기 때문에 나머지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정리해 물산 지분을 더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며 "오너 일가가 삼성물산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고 삼성물산에 자연스럽게 자금이 흘러 들어가면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자금 부담도 다소 덜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오너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지분 활용법은 최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찾아볼 수 있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을 매각한 자금으로 지배회사인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추가로 인수할 계획이다. 최종 확정되진 않았으나 현대모비스의 핵심 사업부를 현대글로비스에 합병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삼성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삼성그룹 또한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과정을 보면서 참고할 내용이 다소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당장 삼성SDS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해 지분을 활용하는 노골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하더라도 점진적으로 오너 일가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작업은 조용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