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엘리엇을 불러들인 셈"...발목을 잡는 과거의 '망령들'
이재영ㆍ한지웅 기자 | leejy@chosun.com | 2018.06.07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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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뮤추얼펀드 등, 현대차에 실망할 때마다 지분처분
엘리엇은 어디까지나 표면적...현대차가 주주불신 자초
실패를 반복한 부회장 그룹 여전...변화 기대 어려워

지분율 추이

"전부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당시 모비스 외국인 주주들 시각은 대부분 비슷했다. 현대차가 '또 무리한다'는 거였다"

      -홍콩의 한 롱펀드(long fund;장기투자펀드). 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대해-

5월말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안이 실패로 돌아간 후. 원인을 '투기자본 엘리엇'에 돌리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해외 투기자본에 국내 대기업들이 휘둘린다는 우려들도 쏟아졌다.

그러나 외국인 주주들의 시각은 달랐다. 원인을 제공한 것은 불투명한 지배구조와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보인 기업들 스스로라는 것.

현대차는 대표적인 경우다. ▲2011년 현대건설 인수 ▲2014년 한전부지 인수는 여전히 왜곡된 의사결정 사례로 꼽힌다. 본업과 무관한 자산 인수에 16조원을 쏟아부어버리자 주주들이 느낀 실망감과 분노는 엄청났다. 이는 지금도 현대차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는 '과거의 망령'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망할 때마다 주식 내다판 장기주주들...비집고 들어온 엘리엇

인베스트조선이 글로벌 금융투자 정보회사 모닝스타 및 홍콩·싱가포르에 소재한 복수의 중장기 한국 투자자(Korea investor)를 취재한 결과. 현대차그룹 주식을 보유한 외국인 투자자들 상당수는 모비스 분할합병안에 반대의견을 보였다.

그렇다고 이들이 엘리엇의 주장을 특별히 지지한 것은 아니었다. 현대차가 제시한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공감대가 많았다. 뿌리는 과거의 현대차 행적들이었다. 이런 인식은 현대차 관련 지분을 처분하는 모습에서 곧바로 드러났다.

'가치투자자'로 평가 받는 미국 독립계 뮤추얼펀드 캐피탈그룹(Capital Grupo)의 경우, 한때 현대모비스 지분율이 4.5%까지 달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ㆍ한전부지 인수 등이 터질때마다 지분을  줄였다. 특히 한전부지 인수를 전후로 모비스 지분율을 1.5%까지 낮췄다. 캐피탈그룹은 이 시기 현대차 지분도 투매했다.

아시아 전문투자회사이자 1995년 코리아펀드를 설립, 국내에도 유명한 미국 매튜스 아시아(Matthews Asia)도 마찬가지다. 2011년 이전에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0.5%가량 보유했다. 그러나 현대건설 인수 이후 지분율을 0.3%로 줄였다. 한전부지를 인수한 2014년에는 아예 거의 전량을 처분해버렸다.

현대차가 '장기투자자'라 우대하려던 뮤추얼펀드 등이 오히려 현대차의 행적에 실망해 매번 주식을 내다팔았다는 의미다.

롱펀드의 대표격인 블랙락(Black Rock)은 2011년 이후 꾸준히 현대모비스 지분 1.5%를 보유해 왔다. 아직까지는 지분율이 꽤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안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최고경영진이 설득에 나섰지만 마음을 돌리지 않았다.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2011년, 2014년 주주 불만이 폭발하며 장기 우량 투자자가 빠져나가고 불신이 싹튼 자리에 엘리엇이 자리잡은 것"이라며 "어찌보면 엘리엇은 주주들의 불만을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했던 것에 불과했을 뿐, 엘리엇 때문에 분할합병안이 실패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결국 엘리엇과 같은 투기자본이 활개치도록 빌미를 제공한 것은 주주 이익과 무관한 경영활동을 반복해온 현대차 스스로라는 얘기도 된다.

현대자동차 주가 추이

◆그룹 미래를 'MK회장 가신'들이 결정?...'부회장 가신그룹'까지도 거론

현대차그룹도 변신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 이후 주요 계열사 이사회 내에 윤리위원회를 투명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배당 성향도 20% 가까이 상승, 글로벌 자동차 기업 평균에 맞췄다. 현대차는 최근 2년 이익이 줄어도 배당액을 유지했다. 캐피탈그룹, 매튜스, 블랙락 등이 2015년 이후 다시 현대차ㆍ모비스 지분율을 늘렸는데 이런 주주환원정책의 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근원적인 문제가 남아있다. 그룹 미래를 좌우할 '의사결정권자가 누구냐'라는 점이다.

현재 그룹 내에 '오너 일가'를 제외하고 김용환 부회장이 최대 실세로 꼽힌다. 전략기획 총괄인 그의 입지나 영향력은 막강한 수준이라 평가받는다.

문제는 그가 바로 2011년 현대건설 인수를 이끌고 성사시킨 '주역'으로서 그룹 안팎에서 신망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니 그룹 내에서 현대건설 인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ㆍ자기반성적인 사고를 기대하기는 애당초 어려운 상황이다. 당사자가 주주들을 설득하려 나서본들 설득력이 떨어질 것도 예상가능하다.

정몽구 회장의 경영활동이 예전같지 않음을 감안하면 부회장들의 지배력은 더 강력해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부회장 가신그룹'까지 거론될 정도다. 즉, '정몽구 회장 가신그룹'이 아닌, '가신인 김용환 부회장의 가신그룹'이 더 힘을 얻는다는 평가가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전략기획은 물론, 비서실ㆍ감사ㆍ법무에 구매파트까지 김 부회장이 담당하는 상황에서는 구조적으로도 권한이 몰릴 수밖에 없다.

한전부지 인수 상황에서도 현대차 최고 경영진들은 이렇다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어찌됐든 정몽구 회장의 최종 의사결정에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정치적 상황과 배경을 감안한다해도 현대차의 미래를 희생시키는 판단이란 평가가 당시에도 쏟아졌다. '한전 부지가 아니라 한전을 인수하는 것 아니냐'라는 우스갯소리가 그룹 안팎에서 회자될 정도였다.

그러나 오너의 이런 결정에 '가신그룹'이라 불리는 부회장들 가운데 그 누구도 반대에 나서 저지하지 못했다. 또 이에 대해 아직까지 어떤 내부비판이나 문책도 없다.

당시나 지금이나 현대차 최고 경영진들은 거의 동일하다.

한전부지 인수 당시인 2014년에도 윤여철 부회장(정책 및 노무)ㆍ양웅철 부회장(연구개발)ㆍ김용환 부회장(전략기획) 모두 같은 업무와 직위를 담당했다. 현대차 정진행ㆍ이원희 사장도 마찬가지.

이때 사장이었던 권문식 사장이 1년뒤 부회장으로 승진했고, 이후 연구개발 부문에서 양웅철 부회장과 '알력다툼'을 벌이는 상황이 알려져왔다.

주주들 시각에서 보면 지난 7년간 현대차의 실패를 야기한 이들이 여전히 최고 경영진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이들의 영향력은 더욱 막강해질 상황이다. 이런 경영진으로부터 과연 현대차의 변화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나올 상황이란 의미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6월 04일 13:52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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