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협주는 가치주...中美 기술주서 기회 찾아라"
입력 2018.06.21 07:00|수정 2018.06.22 14:06
    주요 증권사 고유자산·자기자본투자(PI) 책임자 인터뷰
    "하반기에도 경협주 테마 일부 유효...가시적 성과 중요"
    "해외 투자 적기...스페이스X·우버도 국내서 투자받아"
    "지배구조 개편서 차익내긴 어려워...하반기 증시 전망 '중립'"
    • 혼란한 국내외 금융시장 환경 속에서 '전문가 중의 전문가 집단'으로 통하는 증권사 고유계정·자기자본투자(PI) 책임자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세우고 있을까.

      인베스트조선은 전문가들의 하반기 투자 전략을 듣기 위해 주요 증권사 PI 책임자들을 만났다. 신동섭 NH투자증권 프랍트레이딩본부장, 서진희 KB증권 고유자산운용본부장, 김성민 미래에셋대우 대체투자팀장, 안석철 신한금융투자 AI부 이사가 인터뷰에 응했다.

      이들은 하반기 투자시장 분위기를 '전망'하는 데 인색했다. 시장은 예측이 아니라 대응하는 영역이라는 판단에서다. 시장 변동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 올해 상반기와는 또 다른 전략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덴 의견이 일치했다.

      올해 1분기까지 증시 태풍의 주역이었던 바이오 섹터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의견이 많았다. 증시에 신규 자금 유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주도주가 바이오에서 경협주 등으로 변화하며 수급이 균형을 잃었다는 것이다. 단기 조정과 옥석가리기 후 종목별 장세가 펼쳐질 거라는 전망이다.

      안석철 신한금융투자 이사는 "현재 들려오는 노이즈나 조정은 '진성'을 걸러내기가 힘든 바이오 투자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자율적 시장 정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조정 후에 '진짜 선수'인 회사는 더 높은 상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오 대신 주도주 자리를 꿰찬 경제협력(경협)주는 '가치주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는 평가다. 지금까지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올랐다면, 이후엔 오랜 기간동안 경협의 진척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기업·섹터 위주로 투자 심리가 호전될거란 것이다. 경협주에 속하는 기업 중 그간 여러 이유로 주가가 눌린 곳들이 상대적으로 더 좋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란 시각도 있었다.

      서진희 KB증권 본부장은 "증시에 마땅한 다른 주도주가 없는 상황이라 하반기에도 일부분 경협주 테마가 계속 살아있을 것으로 내다본다"며 "코스피200 종목 내에서 상반기에 소외됐던 전력·통신·내수 등 저평가된 가치주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금이 해외 투자에 눈을 돌릴 적기라고 판단하는 의견도 많았다. 최근 제4차산업혁명을 주도하는 미국과 중국 기술주에 투자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당장 작년만 해도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런머스크의 개인회사인 스페이스X와 세계 1위 라이드쉐어링회사인 우버 지분 일부에 대한 투자설명서가 국내 금융회사 사이에 돌았다. 일부 대형 기관이 투자에 나섰고, 프라이빗채널을 통해 개인자산가 일부도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성민 미래에셋대우 이사는 "최근 중국 라이드쉐어링 1위 디디추싱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했듯이 중국의 신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기회를 지속적으로 엿보고 있다"며 "리테일 상품으로는 글로벌 4차산업 선도기업에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분산투자하는 4차산업혁명EMP펀드 등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에 이어 현대모비스 분할합병으로 촉발된 지배구조 개편 테마에선 투자의 기회를 찾아볼 수 없을까. 최근 분할합병을 활용한 차익거래를 주 투자 전략으로 활용하는 헤지펀드 등 경쟁자가 많아지며 투자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다는 게 주된 의견이었다.

      신동섭 NH투자증권 본부장은 "코퍼릿 이벤트(Corporate Event)를 이용한 차익거래 전략을 사용하는 곳이 늘어나며 수익 기회가 거의 발생하지 않고 있고, 생기더라도 의미있는 수익을 창출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며 "그만큼 시장이 효율적으로 변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안석철 신한금융투자 이사 역시 "단순 차익거래 관점에서 하나는 롱(long;매수) 하나는 숏(short;매도)하는 전략으로 대응하면 실패할 확률이 크다"며 "개편 과정에서 저평가된 기업을 잘 선별해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하반기 투자 유망 섹터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시선이 조금씩 달랐다. 신동섭 본부장은 해외 및 4차산업 기반 IT와 바이오를, 서진희 본부장은 통신과 전력을, 안석철 이사는 게임과 내수업종을 눈여겨 봐야할 섹터로 꼽았다.

      서진희 본부장은 "시장을 중립적으로 보며 유연하고 적극적으로 투자해서 수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