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 신화의 질문...."엔터산업 투자는 시스템?"
입력 2018.06.22 07:00|수정 2018.06.25 09:54
    YGㆍSM보다 매출적지만 수익성 월등
    방탄 혼자 벌어들이는 이익이 수백억
    '스타공장' 기대했던 기획사들 난항
    '아티스트'에 집중, 대안으로 부각될까
    • 2017년 투자시장에서 가장 화제가 된 기업이 '블루홀'이었다면 올해는 단연 '빅히트'다.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200 앨범 1위 기록은 국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글로벌 '유니콘'이 나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관심사는 방탄을 키워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에 매겨질 기업가치다. 이 숫자가 마련되는 과정에서 YGㆍSMㆍJYP 등 기존 엔터사들과 차별성이 부각될 전망이다. 동시에 주가수익비율(PER) 40~50배를 기록하면서도 성장성 부재를 겪어온 지금 한국 엔터산업의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따져 묻게 될 것으로 보인다.

      ◇방탄의, 방탄에 의한...단일 아티스트의 엄청난 수익성

      JYP 수석작곡가 출신 방시혁 대표가 2005년 설립한 빅히트는 임정희, 2AM 등이 거쳐갔지만 현재 소속 뮤지션은 '방탄소년단'이 거의 전부다. 말그대로 중소기획사. 이른바 3대 기획사들이 20명이 넘는 뮤지션에 중견과 신진 영화배우들까지 진용을 갖추고, 본업외에 다양한 부업에 전념하는 상황과 정반대 상황이다.

      매출만 놓고보면 3대 기획사보다 수치가 떨어진다. 지난해 별도 재무제표 기준, YG가 2600억원, SM이 2100억원을 거뒀다. 이 기간 빅히트의 매출은 924억원으로 약 1/3 정도다.

    • 그런데 수익성이 어마무지하다. YG와 SM이 3배나 큰 매출로 연간 250억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낼때 빅히트의 영업이익이 326억원이다. 영업이익률로 비교하면 YG가 9%, SM이 11%인 상황에서 빅히트의 영업익률은 35%에 육박한다.

      대부분 방탄소년단에서 벌어들인 이익이란 추정이 가능하다. 한마디로 YG나 SM이 수십명의 뮤지션과 배우, 그리고 여러 부업으로 벌어들인 이익보다도 빅히트가 방탄소년단이란 단 하나의 뮤지션만으로 더 큰 이익을 냈다는 의미다.

      원인은 음반/음원 시장에서의 방탄의 '시장지배력'으로 풀이된다. 가온차트 등의 국내 음반 시장 점유율 집계에서 다수의 뮤지션이 포진한 SM의 작년 점유율은 26% 정도. 같은 기간 방탄이 거의 전부인 빅히트의 점유율이 19%에 달했다. YG나 JYP의 순위는 한참 뒤로 밀렸다. 이 덕분에 빅히트는 작년 한 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딱 3배씩 늘었다.

      빌보드 200 1위를 기록한 올해 빅히트의 수치는 더 오를 전망. 500억원대 영업이익이 거론된다. 현재 대형 기획사에 적용되는 PER (SM 41배,와이지엔터 43배, JYP 51배)을 적용하면, 상장시 빅히트의 시가총액은 1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한국 엔터산업, 시스템이냐 vs '아티스트'냐

      그간 국내 엔터산업은 '한류열풍'을 배경으로 성장, 2000년 SM 상장과 2011년 YG 상장에 이르면서 '시스템'이 주목을 받았다.

      즉 절정의 인기를 끄는 아티스트가 현재의 이익을 보장하고, 이들의 인기가 시들해질 무렵이면 대체할 새로운 아티스트가 나온다는 인식이다.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기획사들의 ▲예비 스타 발굴 시스템 ▲체계적인 트레이닝 ▲데뷔 때부터 공중파 방송을 탈 수 있도록 만드는 영향력 등이다. 그래서 기획사들은 '스타 공장'으로 불렸고 끊임없는 성장성이 주목 받았다.

    • 하지만 시일이 지날수록 '소시'나 '빅뱅'을 대체할 슈퍼스타가 매번 양산되지는 못했다. 기획사 입장에서는 기존 아티스트에 대한 매출-이익 편중도가 심해졌다. 이를 타개하고자 국내 엔터사들은 '원소스 멀티유즈'와 '매출처 다변화'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SM은 '코엑스 아티움'을 짓고 SK그룹의 광고대행사까지 인수했다. YG는 숱한 M&A를 거쳐 패션ㆍ광고ㆍ화장품에 이어, 외식업에 골프부킹업까지 진출했다.

      그럼에도 불구, 스타 아티스트 대체효과는 그리 크지 못했다. 오히려 시너지 부족으로 적자가 보는 사업도 많았다. 이러다보니 YG에 대한 투자자들의 인식이나 주가추이는 여전히 '빅뱅 입대'와 '조만간 빅뱅 제대'라는 시각으로 해석됐다.

      반면 현재 빅히트의 모습은 정확히 거꾸로다. 철저히 하나의 뮤지션에 5년을 집중했다.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대체제를 만들기보다 이들의 본질가치 확대에 집중했다. 덕분에 방탄은 과거 한류열풍을 일으킨 K팝 뮤지션과 차별성을 드러냈다.

      '진정성', '공감과 공유'를 통해 10대에서 50대에 이르는 팬들을 확보했다. 영어 번역 가사를 쓰지 않고 한국어 가사를 고집하면서도 아시아는 물론, 북미ㆍ유럽ㆍ남미에서 아랍권까지 이르는 글로벌 팬덤을 일궈냈다. 이들 모두가 앞으로도 방탄의 앨범과 컨텐츠를 계속 구입할 고정 수요층이다.

      대형 기획사들이 부업에 눈을 돌릴 때, 오로지 본업 그것도 하나의 뮤지션만으로 이런 성과를 냈다는 의미. 이를 기존 기획사들의 스타 양산 시스템과 동류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애매한 지점으로 꼽힌다. 오히려 빅히트와 방탄소년단이라는 '특이성'에서 비롯된 가치로 봐야한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향후 빅히트의 상장이 진행될 경우 이에 참여할 투자자들도 새로운 고민을 해야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방식대로라면 "방시혁 대표와 빅히트는 제2의 방탄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인가" , "빅히트는 다양한 매출처와 안정성을 확보할 것인가"를 따져봐야 한다. 방탄에 국한된 매출 편향성이 특징이지만 때로는 '독'으로 인식될수도 있어서다.

      하지만 시각을 달리하면 지금 빅히트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방탄이라는 유일무이한 아티스트다. 따라서 '빅히트'에 대한 투자가 아닌, '방탄'에 대한 투자라는 측면이 강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했다면 지금은 '아티스트' 자체에 대한 투자의 성격이 짙다는 의미로도 풀이된다.

      빅히트의 상장여부는 미지수. 시기적으로는 지금이 가장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는 적기인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난 4월 넷마블이 2014억원을 투자, 초창기에 투자한 SV인베스트먼트 등의 벤처캐피탈 투자자들 상당수를 엑시트 시킨터라 여유도 있다. 회사 측도 이렇다할 계획을 밝히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