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자본시장 '찬밥' 신세 벗어난 건설사
입력 2018.06.22 07:00|수정 2018.06.25 09:32
    PBR·PER 해외 대규모 적자 전 수준 회복
    중견·중소 건설사도 공·사모채 발행 성공
    '경협 테마주 지목·실적 안정' 뒷받침 덕분
    해외 수주 증가·고배당주 복귀 기대되지만
    "경협 등 실적 개선 논하긴 이르다" 지적도
    • 자본시장을 찾는 건설사들은 요즘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한반도 정세 해빙의 최대 수혜자로 주목을 받고, 실적이 안정을 찾으면서 주식·채권 시장 양쪽에서 몸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 최근 건설업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5배까지 상승했다. 건설사들이 해외 사업에서 대규모 손실을 내기 전인 2010년대 초반 수준이다. 당분간 도달하기 힘들 것으로 보였던 시장 평균치 '1.1배'를 목전에 둔 상황이다. 건설업 주가수익비율(PER)도 8배까지 올랐다.

      주가 상승은 현대건설·GS건설 등 일부 대형사가 주도했다.

      지난 5월 말 현대건설 주가는 7만9400원까지 올라 3월 초 대비 2배 이상 올랐다. 현대건설 PER은 16배까지 치솟았다. 건설업계 '대장'으로 꼽힐 정도로 재무구조가 안정적인데다가, 과거 개성공단 변전소 건설 등 대북 사업 기록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같은 기간 동안 GS건설 주가도 2만원대 후반에서 5만원대 중반으로 상승률이 높았다. 해외 사업에서 환입액이 발생, 지난 1분기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을 기록한 덕분이다. 주택 사업부문의 매출총이익률이 15%를 상회해 환입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올 한 해 호실적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채권 시장에서도 훈풍이 불었다. 신용등급 'A' 이상은 물론, 'BBB' 수준인 한화건설도 공모채 발행에 성공했다. 이 기간 동안 진행한 수요 예측에서는 예상보다 많은 자금이 몰리며 증액 발행이 잇따랐다. KCC건설·이수건설 등 중견·중소 건설사까지 사모채 발행을 통해 성공적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최근 건설업종 재평가에 크게 기여한 요인은 남북 관계 개선이다.

      도로·항만·발전소 등 각종 사회간접자본(SOC)부터 주택까지 건설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남북 정상회담 당시 시장에 알려진 경협 사업 규모는 30조원 안팎이다. 경의선-중국 횡단철도 연결(7조8000억원), 동해선-시베리아철도 연결(14조8000억원), 개성공단 확장(6조3000억원) 등이다. 실현 가능성 및 시기에는 이견이 존재하나 해외 사업 수주 부진으로 인해 최근 수년 간 성장이 정체됐던 상황에서는 충분한 호재였다.

      안정기로 접어든 실적도 건설사 투자 심리 완화를 뒷받침했다.

      올 1분기 대림산업·대우건설·현대건설·현대산업개발·GS건설 등 5개 대형사의 합산 매출액은 13조4400억원, 영업이익은 1조1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2.5%, 33.0% 개선됐다. 영업이익률도 1.7%포인트 상승한 7.6%를 기록했다. 국내 주택 시장이 호황을 누린 지난 3년 동안 늘려놓은 수주 잔고 덕분에 대형사들은 내년까지 외형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익 완충재 역할을 했던 국내 주택 사업은 점차 둔화하고 있지만, 내년부터는 해외 플랜트 수주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는 점도 긍정적이다.

    •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쿠웨이트 KNPC, 아랍에미리트(UAE) ADNOC 등 주요 중동 국영 석유업체들이 잇따라 발주 계획을 내놓고 있다. 저부가가치인 원유 제품 중심인 지금의 사업 구성을 고부가가치인 석유화학 제품 위주로 바꾸기 위해서다. 2019년 이후 발주가 예상되는 대형 사업 규모는 최근 3년 간 발주량을 상회한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건설사들이 '배당주'로 복귀할 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주택 사업 호조로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회복됐고, 향후 해외 플랜트 사업까지 이익 구간으로 접어들면 2000년대처럼 고배당 정책을 꺼내들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작년 GS건설이 5년만에 배당을 재개했는데, 최근 회복한 실적을 유지 혹은 개선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인 것으로 시장에서는 해석하고 있다"면서 "주요 건설사를 중심으로 배당 강화 움직임이 확대된다면 주식 시장에서 건설업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더 따뜻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건설업 재평가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 경기 악화로 건설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가시적인 반면 해외 플랜트 수주 증가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일일 뿐"이라면서 "남북 경협 또한 실현 시점이 확정되지 않아 건설업계의 실적 개선을 논하기는 아직 이른 시점이라 최근의 주가 상승은 과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