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vest Column]
"그런 얘기하면 아시아나항공 주가 빠져요"…걱정해주는 산업은행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 2018.07.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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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 퇴직 임원들, 10년 넘게 아시아나 사외이사 꿰차
아시아나 위기 처하면 피해는 고스란히 채권은행으로
유달리 금호아시아나에는 호의 논란…'대비'보다 '면피' 먼저

산은아시아나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이 한창 시끄럽던 지난 5일. 산업은행이 흥미로운 입장자료를 냈다.

"아시아나가 기내식 사업자를 바꿀 때 산업은행과는 이미 자율협약이 끝났다" , "그때는 아시아나가 자체적인 경영활동을 하던 시기였다"라는 내용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사익을 위해 기내식 사업부를 활용한 정황과 배임 소지가 거론된다. 이에 산은의 감시 역할이 부족했다고 지적하자 내놓은 해명이다. 뒷말은 생략됐지만 "그때 산은이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라든가 "산은에게 이번 사태 책임을 묻지 마세요" 라고 읽힐 대목이다.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따뜻한(?) 걱정도 해줬다. "아시아나가 상장사인데 추측성으로 이런 지적을 하면 주가에 중대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KDB산업은행이 대외 공식 배포한 자료에 담긴 문구다.

◆산업은행 前 총재ㆍ부행장 등...매번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 자리 꿰차

산업은행에게 '금호아시아나'란 이름은 건드리면 아픈, '역린(逆鱗)' 같은 존재다.

2008년 금호가 자율협약ㆍ워크아웃에 들어갈 때부터 산은이 관리 총대를 맸다. 그러나 금호생명(KDB생명)은 산은 인수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금호타이어는 구조조정 본산(本山) 대접을 받던 산은의 명성을 크게 깎았다. 대우건설에서는 관리능력 부족으로 시장에서 몰매를 맞았다.

그 고생을 하는 와중에도 산은은 "내부에 금호 장학생이 넘친다" , "금호에 파견 이력이 있는 직원이 대외담당 창구를 맡고 있다"는 오해 혹은 의구심을 샀다. 억울함을 호소할 일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단초를 제공한 곳도 산업은행이었다.

일례로 지난 10년간. 산업은행 전임 총재와 임원들은 아시아나ㆍ금호산업ㆍ금호타이어ㆍ아시아나IDT 사외이사 자리를 줄줄이 꿰찼다. 현대차 부실채무 탕감의혹 비리로 체포까지 당했던 부행장도 포함돼 있다. 과거 금호 구조조정을 담당했던 부행장도 사외이사다.

산업은행 임원, 퇴직후 금호아시아나그룹 주요 재직 현황

인연을 거슬러 올라가면. 박삼구 회장 장인이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의 이정환 산업은행 총재(1964~1968)다.

재계에서는 금호 사외이사 자리 일부는 산은 은퇴임원  '고정석'로 인지돼 있다. 고위 임원들이 이렇게 '전관예우'를 받듯 자리를 잡는다. 이 상황에서 산은에게 냉정한 관리 감독을 주문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주채권은행이 빚 떼일 걱정도 안하면서...구조조정 첨병?

산은-아시아나항공 자율협약은 2014년말 끝났다. 그러나 주채권은행은 여전히 산은이다.

지금 아시아나는 유동성 악화 기로에 서있다. 국내서 자금 마련이 어려워 10% 넘는 금리를 주고 해외에서 자금을 구하려 한다. 작년말 부채비율(별도기준)은 700%에 달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자산들을 내다팔고 있다.

이러다 아시아나가 재무 위기에 처하면? 산은은 곧바로 '빚' 떼일 걱정을 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오너가 회사 미래현금 5000여억원을 사실상 편취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런데 여기에 주채권은행이 내놓는 첫 멘트가 "그때 그거 우리 담당(?) 아니었어요"다.

아시아나항공의 '어두운 미래'보다는 자신들의 '면피'가 더 신경 쓰인다는 얘기다.

사실 기내식 사업 교체는 2016년~2017년에도 수차례 문제 제기가 있었다. 산은에게 "당시 이 문제를 심각하게 조사하거나 질의한 적이 없느냐" 질의했다. 그러나 산은은 일절 묵묵부답이다.

행여 "주채권은행이 그런 일까지 신경써야 하느냐" 혹은 "권한이 없다"라고 답한다면? 산은이 작년말부터 아시아나항공을 심층 관리대상으로 분류, 실사까지 진행한 일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 산은 해명대로면 아시아나는 지금도 '자체 경영'을 하는데... 왜 채권은행이 자꾸 관리를 하느니, 실사를 하느니 하고 있는가란 얘기다.

이런 산업은행이 지금도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기업 구조조정' 첨병 역할을 맡고 있다. 컨트롤타워가 애매한 탓이다.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사모펀드(PEF)와 자본시장을 활용한 구조조정'에서도 맨 앞단에는 산은이 서 있다. 앞으로도 산은이 대우조선해양ㆍKDB생명ㆍ대우건설 처리를 도맡아야 한다.

◆이상하게도....금호아시아나에는 유달리 친절한 정부ㆍ채권은행?

재계와 금융권에서도 적폐청산을 내건 이번 정부다. 그러나 다른 기업에는 엄격하면서 금호아시아나에 대해서만큼은 미묘한 호의(?)가 느껴진 것이 수차례다.

2016년말 금호타이어 매각에서 먼저 나타났다. 당시 산은이 '읍참마속'(泣斬馬謖)의 기세로 금호타이어 P플랜까지 감안하고 매각을 진행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들이 한꺼번에 "매각에 신중해야 한다"라고 발언하면서 자칫 매각이 엉킬 뻔했다.

이번 기내식 사태의 경우도 마찬가지. 이미 전문가들 상당수는 '배임 소지' 혹은 '불공정경쟁'과 '갑질계약'을 우려해 왔다. 그러나 작년 신고를 받은 공정거래위원회는 무슨 이유에선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상조 위원장의 공정위는 최근 각 지주회사들의 문제점을 거론하며 '오너의 사익 편취'를 문제 삼아왔다. 즉 '배당'을 제외하고 계열사로부터 받는 브랜드 사용료가 과다하고 이것이 결국 오너에게 돌아간다는 지적이다.

그런데 지금 금호아시아나 사태가 딱 이에 부합하는 모양새다. 금호홀딩스는 그룹의 지주회사 격이다. 박삼구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특정 사업부를 활용, 자신이 주인인 회사에 현금을 집어넣도록 유도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금호에 대해서만큼은 이런 문제를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재계의 다른 그룹들만 타깃인 모양새다.

산업은행도 마찬가지.

여러 우려에도 불구, 산은은 올 들어 한국GMㆍ금호타이어 사태를 마침내 해결했다. 금융위원장이 "한 수 배웠다"라고 평할 정도였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번 정부 금융부문 '실세'임을 증명했다. 차기 금융위원장 내정설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렇게 단호하던 산은의 모습은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보이지 않는다. '해결'보다는 과거에 대한 '해명'이 먼저였다.

이 난리통 한가운데에서 박삼구 회장은 딸인 박세진 상무를 계열사 금호리조트 상무로 만들었다. 이화여대 소비자인간발달학과ㆍ해외 요리학교(르 꼬르동 블루) 졸업 외엔 경력이 없는 주부다. 박 회장은 이번 사태를 사과하겠다면서 기자 수십명을 불러다 놓고는 그 자리에서 자기 딸 낙하산 취업을 "예쁘게 봐달라" 당당하게 주문했다.

'여성의 사회참여 필요성'을 언급했다.

올 한해 내내. 국내 은행권과 공기업은 신입사원 취업비리ㆍ고위임원의 채용청탁으로 조사 받느라 발칵 뒤집혔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금융지주사 회장들 퇴진이 언급된 것이 수십번이다.

재계도 마찬가지. 2~3세 후계자를 대표하는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도, 현대차 정의선 부회장도 '능력 검증' 논란을 겪고 있다. 수십년간 회사 경영에 참여한 이력도 충분치 않다 하고 있다. 그러니 아시아나 사태는 마치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처럼 보인다.

어쨌든 "예쁘게 봐달라"는 최대 '유행어'로 부각될 전망이다. 다만 이를 언급하는 재계와 금융권 관계자들의 모습에는 '침울함'이 가득했다.

자신들의 기업과 오너는 철저히 검증받고, 심지어 비난까지 받았다. 그런데 어느 그룹의 오너는 사익 편취 논란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기자들을 앞에 두고 "우리 딸 낙하산 인사를 예쁘게 봐주세요"라고 요청한다. 공정성ㆍ형평성을 내세웠던 정부는 이에 일언반구도 하지 않는다. 이에 질세라 주채권은행은 혹시나 주가라도 떨어질까봐 공식자료까지 배포하며 걱정해주고 있다. 2018년 현 주소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7월 06일 14:46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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