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1兆 '벽' 뚫은 김앤장…종합자문사의 '꿈' 달성?
입력 2018.07.11 07:00|수정 2018.07.12 09:31
    2005년 시작한 '종합자문사' 꿈…1조 매출 거두며 '윤곽'
    국정농단·재계 자문·글로벌 자문 특수 누리며 수익 확보
    매출구조 걸맞지 않은 후진적 지배구조 도마에
    "고문과 스텝 비용만 늘어" 실무 변호사들 불만도
    • '한국의 골드만삭스를 키우겠다'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처음으로 논의됐던 지난 2005년. 김앤장법률사무소 내부엔 일찌감치 자본시장통합법 상황실(TFT)이 꾸려졌다. 창업자인 김영무 대표 변호사가 직접 실무 변호사들의 프리젠테이션(PT)을 경청하며 사안을 일일이 챙겼다.

      김앤장 변호사는 “당시 김영무 변호사가 금융기관들도 이제는 ‘종합 업무’를 한다는데, 법무·재무·세금 모든 분야에 최고 전문가가 모여 있는 우리는 왜 종합컨설팅을 못하는지 답답해했다”고 전했다.

      기본적인 전관 모시기는 물론 정부 관료나 노무사, 회계사 등 이종 직군 전문가의 영입에 가속이 붙은 시기도 이 무렵으로 회자된다. 경쟁사들로부터 과잉이라는 비판을 받거나 법인간 법적 분쟁으로 비화할 정도의 강한 인재 영입 기조가 시작됐다.

      김영무 변호사의 의지와 달리 '종합자문사 김앤장'으로의 진척은 더뎠다. 우수 인력들을 한 군데 모아둔다고 종합 자문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연관된 분야를 유기적으로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하지만 마땅한 인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김앤장은 법률 업무에만 익숙한 내부 변호사 대신 외부에서 인물을 수소문하기도 했다. 당시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자본시장통합법 제정 등 금융개혁을 주도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도 후보로 꼽혔다. 김앤장이 야인이던 김 위원장에게 통합어드바이스 자문실장(고문)을 제의를 검토했지만 영입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올해 초. 대형 법무법인들은 각각 파트너 변호사 대상 워크샵을 진행해 자체적으로 추산한 경쟁사들의 실적을 공유했다.

      이 자리에서 김앤장의 지난해 추정 매출이 1조원 이상이라는 숫자가 공개되며 파트너 변호사들이 숙연해졌다는 후문이다.

      대형 법무법인 매니지먼트 변호사는 “아무리 김앤장이라도 한정된 국내 시장에서 벌 수 있는 매출은 최대 8000억~8500억원 수준을 넘기기는 불가능 할 것으로 봤었다”며 “1조원 매출은 김앤장이 드디어 '종합자문사'로서의 해법을 찾았다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송무·자문 분야의 역량이 뛰어난 김앤장은 대관·포렌식 분야 등에서도 새 먹거리를 발굴하며 보폭을 넓혔다. 서비스 영역을 어떻게든 이어붙여 전체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능력만큼은 김앤장을 따를 수 없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우선 국내 사정이 밝지 않은 외국계 기업들은 위기 때마다 김앤장을 찾았다.

      상반기 산업계를 뒤흔든 이슈였던 GM사태에서 김앤장은 GM본사를 대리해 100억원대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전해진다. 감리·대관·송무·노사문제 등 사무소 내 제반 분야 전문가들이 총 투입됐다. 옥시 가습기 세정제 사태, 폭스바겐 연비조작 사태 등에 이어 다시 한 번 외국계 기업의 조력자로 나섰다.

      딜로이트안진도 김앤장의 든든한 수익원이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궁지에 몰려 있어 최상의 법률서비스를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회계법인은 대체로 소송비용 등을 포괄한 책임보험에 가입해 있다.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가장 비싸고 확실한 김앤장을 찾을 수 있다.

      그룹 오너의 형사사건을 기반으로 한 수익창출 전략도 빛을 발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소송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앤장은 과거 롯데와 자문료 문제로 얼굴을 붉힌 후 사실상 출입금지 통보를 받았지만, 회장 송무를 맡은 계기로 화해 분위기가 조성됐다. 그룹 지주사 전환을 비롯해 계열사들의 단순 분쟁이나 부동산 자문 등도 김앤장이 우선적으로 수임하기 시작했다. 최근엔 황창규 KT회장의 송무도 전담했다.

      대기업들은 국정농단 사태를 겪고 정부의 전방위 압박까지 이어지면서 그룹 컨트롤타워를 속속 해체했다. 자연히 대관 업무 역량도 크게 약화했고, 이를 맡아 줄 외부 법무법인을 물색했다. 이런 수요를 김앤장이 상당 부분 흡수하면서 특수를 누리고 있다. 준법경영(컴플라이언스)·디지털 포렌식 분야도 호황이다.

      순항 중인 김앤장이 맞이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외형은 커졌지만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는 여전히 약한 고리다. 김영무 대표 변호사가 자리를 비운다면 소속 변호사들의 연쇄 이탈이 현실화할 수 있다. 김앤장 브랜드 아래서 뭉치려는 움직임도 없진 않겠지만 결속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경쟁 로펌 사이에선 북한의 급변보다 김앤장의 급변이 법률시장에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요소란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지나친 글로벌 고객 선호 기조도 도마 위에 오른다. 올해 초엔 구글의 공정거래법 자문을 맡으며 기존 고객인 네이버에 일방적으로 결별을 선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앤장 소속 변호사는 “국내 기업과 글로벌 기업 간 분쟁(Conflict) 혹은 수임이 겹치면 무조건 글로벌을 택한다고 보면 된다”며 “김영무 변호사가 외국계 클라이언트가 진정한 우리 고객이고 국내 기업은 언제 다른 로펌에 갈지 모른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앤장 내부에선 변호사들이 국내 고객 영업을 위해 지불한 비용은 정산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외국 고객 변호사들 비용은 즉각 정산되다보니 불만이 폭발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구한말 구식 군대의 식사에 겨와 모래가 섞여 촉발한 '임오군란'에 빗대는 농담도 나온다.

      국내엔 김앤장 하나만 있는 줄 알았던 외국 고객들도 점차 BKL(태평양), Lee&Ko(광장) 등 대안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김앤장이 내놓는 청구서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앤장이 압도적으로 앞서 가고 있지만 다른 경쟁자들의 역량도 꾸준히 높아지고 있어 독주 체제가 길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종합자문업 강화를 위해 비법무 분야 고문 및 스텝 조직이 비대해지기도 했다. 내부에선 단순 법률자문만으론 어렵다는 판단에 공감하면서도 동시에 "경영진이 툭툭 던지는 말을 보조하기 위한 쓸모없는 스텝 조직들이 늘고 있다"는 불만이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급여체계를 다시 조정하면서 일해야 하는 사법연수원 30기 중반(Crown jewel) 파트너 들의 사내변호사, 법원 등 이탈현상이 재개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른 김앤장 파트너 변호사는 "어느 순간 밖에서 일하는 인력보다 고문과 프리라이더들이 많아지다보니 젊은 변호사 사이에선 돈버는 사람 따로, 과실을 누리는 사람 따로란 불만이 나오고 있다"며 "예를 들어 통일 이후 대비한다는 윗선 이야기에 비전을 보기보단 또 스텝과 고문만 늘어나겠다는 불만부터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