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양? 억압? 갈팡질팡 정책에 흔들리는 주식시장
입력 2018.07.13 07:00|수정 2018.07.16 09:24
    '정부, 증시를 불로소득 시장으로 생각해'
    코스닥 부양한다더니 한쪽에선 세제 강화
    거래세 인하 목소리엔 귀 닫아...양도세는 강화 추진
    "코스닥 단기 과열 후 급락한 건 정책 탓이 한 몫"
    • "이번 정부는 주식시장을 '불로소득이 발생하는 부르주아 시장'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모험자본이 필요하다며 코스닥을 인위적으로 부양하더니 이제는 전방위로 세금을 물린다니 갈피를 잡을 수가 없습니다." (한 자산운용사 중견 운용역)

      주식시장을 둘러싼 현 정부의 갈팡질팡 정책이 시장에 혼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인위적으로 코스닥 부양 정책을 추진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징벌적'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과세 정책을 마련하고 있어서다.

      최근 국내 증시가 대외 변수로 급락하며 불만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글로벌 강세장에 가려져있던 정책발 악재들이 일시에 돌출하며 낙폭을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이슈가 불거진 6월 초 이후 최근 한달간 7%, 코스닥은 8% 급락했다.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지수 하락폭(-4%)의 2배에 가깝고, 대만·인도·인도네시아 등 다른 주요 신흥국보다도 크게 떨어졌다.

      국내 증시의 낙폭은 무역분쟁 당사자인 중국이나 국가 부도 위기 상황인 아르헨티나 증시의 지난 한달 낙폭과 가깝다. 홍콩H지수는 이 기간 12%, 아르헨티나 BURCAP인덱스지수는 11%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급락의 원인 중 하나로 정부의 세제정책을 지목하고 있다. 글로벌 이슈로 인해 안 그래도 증시가 어려운 상황에서 주식투자에 비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투심(投心)을 더욱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최근 도입이 추진되다 보류된 금융소득종합과세 개편이다. 지난 3일 정부 재정개혁특위가 이자와 배당 소득에 대한 과세 기준금액을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춰야 한다고 권고한 것이 시발점이다. 이 경우 종합과세 대상자는 9만명에서 40만명으로 31만명 늘어난다.

      기획재정부의 반대로 개편안의 연내 도입이 무산되긴 했지만, 시장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시장을 타깃으로 한 자본과세 논의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당장 재정개혁특위는 올 하반기 대주주에게만 부과하고 있는 주식 양도소득세 범위를 개인투자자에게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전망이다.

      주식 양도소득세를 강화하는 세법 개정안은 이미 시행 중이다. 기존까지는 한 종목을 21억원 이상 보유해야 매각시 세금을 물었지만, 올해 4월부터는 이 기준이 15억원으로 내려왔고, 2021년부터는 3억원이 기준으로 적용된다.

      과세 압력은 커지고 있지만, 투자업계와 증권업계에서 줄기차게 건의해 온 '증권거래세 합리화'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국내 증시의 증권거래세는 0.3%로 홍콩 0.1%, 대만 0.15% 등 주변국 증시보다 높다. 미국·일본은 아예 거래세를 부과하지 않는다. 특히 국내 증권거래세는 손해를 보고 주식을 팔 경우에도 부과돼 원성이 높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거래세를 그대로 두고 양도세까지 일반투자자에게 적용되도록 기준을 강화하면 증시는 눈에 띄게 위축될 것"이라며 "증시 관련 세금을 강화했다가 거래량이 절반 이하로 줄어드는 등 부작용 끝에 10년만에 이를 되돌린 스웨덴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의는 그간 정부가 추진해온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코스닥 활성화 방안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코스닥을 활성화시켜 벤처·중소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 제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한다는 복안이었다.

      이를 위해 코스닥 종목이 포함된 새 지수 KRX300을 만들고, 코스닥 벤처펀드 제도를 손봐 혜택을 부여하고,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제한 해제를 독려했다. 실제 코스닥 벤처펀드엔 현재 3조원 가까운 자금이 몰려있는 상태다.

      한 연기금 주식운용 담당자는 "코스닥이 '레벨업'하지 못하고 단기 과열했다 식은 건 정부 정책의 혼선도 한 몫하고 있다"며 "증시가 활성화하면 세수는 자연히 늘어날 것인데 '주식에 대한 과세는 부자증세'라는 시각에서 접근하니 시장 전체가 역동성을 잃어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주식시장의 위기가 끝나지 않은 것이라는 점이다. 무역전쟁으로 인한 단기 급락은 진정세지만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자본 유출'이라는 글로벌 시장의 큰 흐름은 전혀 바뀐 것이 없다. 지난 주말 발표된 미국 고용지표 호조가 부각되며 미국의 연내 금리 4회 인상 가능성은 더 올라간 상태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역전쟁 이슈에도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미국 증시의 조정이 임박했다는 경고의 목소리를 크게 내고 있다. 미 증시가 급락할 경우 국내 증시도 영향권을 벗어나기 어렵다. 이전엔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증가를 기대할 수도 있었지만, 글로벌 보호주의 장벽이 점차 높아지고 있어 낙관이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 정부의 대표 정책상품 격이 된 코스닥벤처펀드는 현재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가장 많은 자금을 모은 KTB자산운용의 펀드를 비롯, 12개 공모펀드 중 11개의 설정 후 수익률이 최대 8.9%의 손실을 기록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