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리스크' 아시아나항공…김수천 사장 책임론 부상
입력 2018.07.13 07:00|수정 2018.07.16 09:24
    항공기 도입, 장거리 노선 전략 사실상 실패
    경영진 판단 오류가 불러온 '기내식 대란'
    자율경영 체제 속 경영진 '보신(保身) 주의' 도마 위
    •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리스크'가 재조명받고 있다. 항공기 도입과 노선 배정 등 회사가 세운 중장기 전략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최근엔 경영진의 미흡한 판단이 불러온 기내식 대란까지 겹치며 회사 사정은 더 악화하고 있다. 항공 업계의 전반적인 호재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경쟁력에는 물음표가 찍히는 가운데 김수천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책임론도 부상하고 있다.

      ◇ 중장기 경영전략 사실상 실패…재무부담은 '여전'

      끊임없는 개선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 매출액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지표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차입금과 차입금의존도는 유의미한 수준의 개선세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2017년 이후 A350 등 중대형기 도입이 본격화함에 따라 차임금 규모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아시아나항공은 향후 A320을 비롯한 소형기 처분과 동시에 지속해서 중대형기 도입을 추진할 예정이어서 재무안정성 개선은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 유일한 경쟁사인 대한항공은 상황이 좀 다르다. 최근엔 미국 델타항공과 미주노선 관련한 조인트벤처(JV) 사업을 본격화했다. 업계에선 이를 통한 장거리 노선의 경쟁력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진해운 계열 분리 이후 재무지원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점, 증자를 통해 재무안정성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이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쳐 최근 NICE신용평가는 대한항공의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으로 조정했다.

      수년에 걸쳐 성사된 대한항공-델타항공 JV 설립과 같이 해외 항공사와 협업의 움직임은 아시아나항공에선 아직 나타나지 않는다. 장거리 노선과 같은 수익성 높은 노선 확보 또한 현재의 재무상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여객부문의 지속적인 수요 확대, 화물 운송 수요의 실적개선,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이슈의 해소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아시아나항공의 실적 개선은 제한적이란 평가를 받는다.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은 여전히 BBB-(안정적)에 머물러 있다.

      NICE신용평가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비해 중단거리 노선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저비용항공사와의 경쟁 강도가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한항공의 JV가 가시화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의 사업지위가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했다.

      경영진의 회사 중장기 경영전략 실패를 차치하고, 최근의 기내식 대란 사태 또한 경영진의 판단 오류가 불러온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새롭게 기내식 공급 계약을 체결한 GGK(게이트고메코리아)가 공장 화재로 인해 공급에 차질을 빚자 기존 납품업체인 LSG(LSG스카이쉐프코리아)는 3개월 간 계약 연장을 제의했다. 이를 검토한 회사 전략 담당 실무진은 LSG와 아시아나항공이 직접 계약을 맺고, 기내식 공급을 3개월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경영진의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경영진은 아시아나항공-LSG 등 당사자가 직접 계약을 맺는 방식이 아닌, GGK가 아시아나항공 대신 계약 주체가 돼 LSG에 하청을 주는 구조를 고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시아나항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경영진에서 GGK와 LSG가 원청-하청 계약을 맺는 것이 아시아나항공이 LSG와 직접 계약을 맺는 것보다 향후에 잡음이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며 "사실상 GGK에 방어막 역할을 맡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후계구도는 '안개 속'…자율경영 체제 속 팽배한 '경영진 보신(保身)주의'

      미흡한 경영전략 수립, 그리고 중대한 사안에서 경영진의 안일한 대처 등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 구조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 평판을 제쳐두고 명확한 후계 구도를 완성한 대한항공과 달리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경영권 이양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박삼구 회장의 맏아들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장(사장)은 그룹 내 이렇다 할 입지를 아직 다지지 못한 상태다. 박 사장이 맡고 있는 전략경영실은 기존에 200명 이상으로 구성돼 있었으나 현재는 30명이 채 안되는 조직으로 변모했다. 그룹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 돌입을 선언한 이후 전략경영실의 입지는 더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박세창 사장은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으나 박삼구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이 결국 연임했다. 자율경영 체제에 힘입은 김수천 사장을 비롯한 아시아나항공 주요 경영진들은 전략계획 수립과 인사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전권을 쥐고 있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전략 및 인사 등에 관해 김수천 사장이 상신한 내용에 대해 반대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이 때문에 주요 경영진 대부분이 김 사장 최측근들로 채워져 있다"며 "퇴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김수천 사장과 측근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변화를 요구하는 회사의 중장기 전략과 비전 수립에는 안일한 게 사실이다"고 했다.

      기내식 대란이 발생한 후 수일 후에 김수천 사장 명의의 사과문이 발표됐고, 김수천 사장은 박삼구 회장이 귀국한 후 박 회장과 함께 뒤늦게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질타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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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월4일 기내식 대란 관련 기자회견 중인 김수천 사장(좌)과 박삼구 회장(우)

      올해 초 아시아나항공 승무원들의 박삼구 회장에 대한 과도한 의전이 도마 위에 오른 이른바 미투 사건이 알려지기 이전부터 그룹 내부에선 이미 수년 전 이에 대한 문제를 꾸준히 지적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 또한 현 경영진에서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결국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아시아나항공 한 관계자는 "미투 사건이 발생하기 1~2년 전부터 그룹 차원에서 회장님을 모시는 방법을 바꿔야 한다고 끊임없이 지적했으나 결국 김수천 사장이 유지할 것을 지시하면서 문제가 불거지게 됐다"며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고 있는데 박삼구 회장을 위시한 경영진들이 최소한의 변화만으로 경영하려고 하니 회사 내부에서도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아나항공의 이 같은 경영 리스크가 부각할수록 회사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 위축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의 개별기준 부채비율은 700%에 달했고 최근 사옥까지 매각하며 더 이상 자산매각을 통한 유의미한 자금유입은 생각하기 어렵다. 연간 현금창출 규모 7500억원과 이제껏 자산매각을 통해 확보한 3000억원 등을 고려하면 회사의 가용 현금은 약 1조1000억원 수준으로 항공기 투자비용과 단기 차입금에 대응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회사는 현재 아시아나IDT 기업공개(IPO)와 해외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유동성 위기를 아직 극복한 상황이 아닌데도 이에 대한 위기감을 아직 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며 "회사의 중장기적인 전략과 비전 수립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구적인 노력 없이 경영진이 현재 상황만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해외 투자자들 또한 국적 항공사에 대한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을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