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전 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패자만 남았다
입력 2018.07.13 15:35|수정 2018.07.16 09:28
    증선위, 분식회계에 대해 결론 못 내려
    삼성은 대외 이미지 타격
    금감원, 분식회계 입증 할 결정적 증거 제시 못해
    길고 긴 법정 싸움 이어질 듯
    • “결국 공시위반 정도 징계만 나올 거라고 보입니다”

      지난달 삼성바이오로직스 관련 증권선물위원회 1차 심의 후 한 회계법인 감사업무 담당자가 내린 관전평이다. 그리고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 결론이 나왔다. 예상하지 못한 점은 증선위에서 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부풀리기에 대한 결정을 이번에도 내리지 못했다는 점 정도다.

      이번 사태가 시작됐을 때만해도 드디어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분위기였다. 5월1일 금융감독원의 기습적인 사전조치통지서 한장으로부터 시작된 이번 사태는 코스피 시총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폐지까지 거론되며 주식시장의 일대 ‘아노미’가 올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바이오 주식 전반에 대한 가치 재평가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두 달여에 걸친 공방 끝에 드러난 것은 바이오젠사가 보유한 콜옵션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제대로 공시하지 않았다는 혐의뿐이다. 사업보고서만 들여다 봐도 알 수 있는 수준의 결론을 내리는 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렇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무엇을 남겼나.

      우선 삼성이란 브랜드에 치명적인 오명을 남겼다. 일반적인 상식으로 회계처리 변경으로 4년간 적자를 본 회사가 갑자기 1조9000억원의 흑자회사로 전환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다만 회계 전문가들은 국제회계기준(IFRS)을 도입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IFRS도입 전 사용되던 미국 회계기준(US-GAAP)에서는 이러한 ‘현금흐름할인(DCF)’에 기반한 공정가치 평가를 금하고 있다.

      어떠한 결론이 나더라도 삼성은 분식회계 사태에 얽힌 것만으로도 대외적인 이미지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삼성이 적극적인 항변에 나선 것도 대외 신인도에 미치는 타격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은 또다시 체면을 구기게 됐다. 애당초 너무 무리하게 사안을 확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있었다. 확실한 물증이 없다면 분식회계로까지 몰아세우기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그래서 시중에 나온 이야기가 ‘스모킹 건(결정적 단서)’이 있다는 추측이었다.

      하지만 금감원이 쥐고 있는 건 지금까지 ‘공포탄’으로 판명났다. 금융위원회에서 바이오에피스 기업가치 부풀리기에 대해 추가적인 감리를 요구했지만, 사실상 금감원의 주장을 배척한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위로선 택할 수 있는 정치적인 결론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주주들도 이번 사태에 또 하나의 피해자다. 사태 이전 60만원까지 치솟았던 주가는 40만원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증선위의 결과 발표 이후 주가는 또다시 하락했다. 당분간 이런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잠정결론 만 나온 상황이라 회사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빈수레만 요란했던 이번 사태는 이제 법원으로 넘어가게 됐다. 벌써부터 법원으로 전장을 옮긴들 달라질 것이 없을 것이란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간만 질질 끌고 남는 것 없는 지루한 공방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