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0억 평가받은 '토스'...투자 제안했으나 기회 놓친 네이버
입력 2018.07.18 07:00|수정 2018.07.20 09:54
    6월 투자유치 과정에서 전년대비 기업가치 4배 상승
    "새로운 유니콘 등장할까"…기대감 커진 스타트업 업계
    인수·투자 두고 접촉한 라인…'시너지 확보' 측면에선 최선이란 평가도
    • 간편송금서비스 토스(Toss)가 ‘유니콘’(1조원 기업가치 스타트업) 반열에 성큼 다가서면서 스타트업 및 투자업계의 화제로 떠올랐다. 네이버의 계열사 라인(Line)도 물밑에서 인수 및 투자를 추진했지만 실제 협상까지 진행되진 않았다.

      투자업계에선 단기간 급상승한 토스의 기업가치를 둔 갑론을박이 진행되고 있다. 동시에  ‘큰 손’인 네이버가 다시 관련부문 투자나 인수에 나설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년만에 기업가치 4배 평가…1조(兆) 유니콘까지 성큼

      관련업계에 따르면 ‘토스’를 운영하는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6월 싱가포르투자청 및 세콰이어 차이나로부터 약 440억원(4천만달러)를 투자 받았다. 투자자들은 회사가 발행한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인수하고, 전환시 5.85%의 지분을 확보한다. 이를 고려할 경우 토스의 전체 기업가치는 약 7500억원으로 평가됐다.  토스 관계자는 “주주간 계약 상 기업가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토스는 지난해 페이팔(Paypal)을 비롯한 복수 실리콘밸리 기반 전략적투자자(SI) 및 VC 5여곳으로부터 신주 29.4%를 발행해 약 55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이를 역산하면 당시 기업가치는 약 1870억원 수준.

      결국 이번 투자로 1년여 만에 4배 가까운 성장을 외부에서 증명 받은 셈이다.

      다른 스타트업들과 마찬가지로 현재 토스의 재무제표로는 이 같은 기업가치의 수직 상승을 설명할 수 없다. 토스의 지난해 매출은 205억원, 순손실은 390억원에 달한다. 무료 송금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시중 은행에 내는 지급수수료가 고스란히 회사의 손실로 반영되고 있다. 외형 확장과 동시에 손실 폭도 늘어나는 구조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부분은 토스가 보유한 질(質) 높은 사용자 정보다. 회사가 공개한 토스의 누적 사용자는 800만명, 월 송금액 기준으론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업계에선 한달에 한번이라도 어플을 사용하는 '월활성사용자(MAU)'만 300만명을 돌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장 뚜렷한 현금창출기반을 갖추지 않더라도 이를 기반으로 파생될 확장성이 7500억원에 달하는 기업가치를 뒷받침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쟁사 간편결제 업무 담당자는 “금융어플리케이션 중 그나마 사용자층을 갖춘 신한·KB금융그룹도 지금의 이용자를 모으는 데 장기간 시간과 인력을 투입했다”며 “특히 토스는 대부분 개인간 실거래 데이터가 모이는 데다 이용자간 관계도 추적할 수 있어 다른 금융권 데이터에 비해 ‘허수’가 적은 장점이 있다”고 평가했다.

    • ◆'5000억원' 제시하며 접근한 라인…M&A 재시동 걸까?

      토스가 빠른 성장세를 보이자 복수의 후보들도 인수 및 투자 의향을 내비쳐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업계에선 네이버의 자회사 라인(LINE)이 올해 초 5000억원 규모 인수 제의가 있었지만 이승건 현 대표이사가 거절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단기간 회사가 유니콘으로 성장할 것이란 자신감이 반영된 일화로 회자된다.

      라인은 국내에선 본업인 메신저와 신사업인 간편결제 모두 후발주자다. 'M&A'가 최선의 전략이 될 수 있다. 경쟁사인 카카오톡이 독점에 가까운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을 기반으로 자체 페이서비스를 육성하고 있다. 라인은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라인과 토스간 서비스 통합을 통해 기존 이용자들을 흡수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자사의 서비스와 연계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라인이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일본 및 동남아 시장 진출에서도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신규 진입자가 간편결제 서비스에 진입하려 해도 토스처럼 금융권들과 협력 관계를 맨 땅에서 다지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특히 은행법 규제를 받거나 대기업집단에 속한 업체들이 토스가 제공하는 P2P대출·가상화폐·해외주식 투자 등 규제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신사업에 진출하긴 제약이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들어 네이버와 라인은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자사와 연계된 서비스에 투자하거나 인수를 단행하는 등 ‘큰 손’ 면모를 아낌없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도 명함관리 서비스 ‘리멤버’를 제공하는 드라마앤컴퍼니를 인수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35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 토스 입장에선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안정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수익 창출'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최근 회사는 관리비·가스비 등 정기 결제를 통한 수수료 수익, 보험을 비롯한 금융상품 판매 등 연관사업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한 유니콘 스타트업 출신 관계자는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놓일 시기일 것"이라며 "단기간에 기존 사업을 보다 날카롭게 다듬거나 사람을 쏟아부어서 한 단계 발전한 신규사업 찾지 못하면 기업가치를 둔 논란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타트업 및 IT 대형사들이 모여있는 판교에선 최근 토스의 공격적인 인재 흡수가 회자되기도 했다. 팀장급 관리자들 사이에선 "투자금 전부 인력 확보로 쏟아붓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는 후문이다. 한 카카오 내부 관계자는 "회사 1층 커피숍에 토스 인사담당자가 상주한다는 농담이 돌 정도"라며 "웬만한 IT 대형사 대비 연봉 1.5~2배를 제시하며 인력을 쓸어 담고 있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