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의 또 다른 아킬레스건..."차기 구심점이 없다"
입력 2018.07.18 07:00|수정 2018.07.19 09:35
    입지 미약한 박세창 사장
    "박삼구 회장 대체재가 없다" 지적
    •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좌),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우) 이미지 크게보기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좌), 김수천 아시아나항공 사장(우)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또 하나의 '아킬레스건'은 불명확한 후계 구도다. 박삼구 회장의 뒤를 이을 것이라 전망되는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장(사장)은 전문 경영진 그늘에 가려 이렇다 할 입지를 다지지 못한 상태다. 사실상 그룹의 구심점이 없다시피 한 상황에서 각 계열사의 '경영 리스크'는 점점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그룹의 사실상 머리 역할을 해야 하는 전략경영실은 박삼구 회장의 맏아들인 박세창 사장이 이끌고 있다. 박 사장은 금호타이어 영업총괄 부사장과 기획관리 총괄 부사장을 거치고 2016년 그룹에 합류했다. 지난해 말 정기인사에서 그룹의 주력인 아시아나항공 사장에 올라 경영 수업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김수천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며 박 사장은 그룹에 잔류하게 됐다.

      그룹 전략경영실의 위상은 예전 같지 않다. 금호아시아그룹이 계열사 자율경영 체제로 전환하면서 한때 200명에 가까웠던 그룹 전략경영실은 30명 이하의 작은 조직으로 변신했다. 전략경영실의 역할은 계열사의 전략·인사와 관련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고 중대한 사안을 보고받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계열사들은 사실상 전문경영진이 전권을 쥐고 운영하는 구조다.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던 신년 산행과 회장의 경영 지침 하달 등도 올해부터 폐지됐다.

      오너 2세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박 사장을 2인자로 여기는 분위기는 조성되지 않았다. 오히려 박삼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얻은 전문 경영인들이 더 주목 받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박세창 사장의 운신의 폭은 그리 넓지 않다는 평가다. 실제로 박 사장이 전략경영실 사장에 부임한 이후 박삼구 회장 의전과 관련한 사안을 폐지하는, 아시아나항공 운영과 관련한 몇몇 사안에 대해 지적했으나 이행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퇴임을 몇 년 남기지 않은 전문경영진들이 수년 후에 전권을 쥐게 될지도 확실치 않은 박세창 사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유인이 없다"며 "비교적 젊은 경영자인 박세창 사장과 현 상황을 유지하려는 전문경영진들 간 보이지 않는 알력 관계가 있다"고 했다.

      박 사장과 계열사 경영진과의 관계를 떠나서 그룹의 고령화한 인적구조도 박 사장이 입지를 다지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제1 목표가 회사 정상화였기 때문에 회사를 잘 아는 오래된 인력들이 남아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75년생인 박 사장 아래에 있는 본부장급 인사들이 10살 넘게 많은 경우도 흔해 사실상 박 사장이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오너 또는 그룹 차원의 구심점을 잡아가지 못하는 동안 관련업계에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리스크'에 주목하고 있다. 장거리 노선 확보 실패와 중대형 항공기 도입에 따른 재무부담으로 사실상 중장기 전략은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투 사건'과 '기내식 대란'과 같은 사건에서도 경영진의 안일한 대처는 도마 위에 올랐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와 사업 리스크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삼구 회장이 대내외적인 압박으로 물러나게 될 경우에 대비해 그룹의 중심을 잡아줄 대체재가 필요하지만 박세창 사장이 아직 구심적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중장기적인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그나마 오너가 전권을 쥐고 있으니 변화에 빠르고, 조직문화도 많이 달라진 게 사실"이라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물론 '오너 리스크'가 부각되긴 하지만 미국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JV), 재무구조 개선, 신용등급 상승 등 경영 측면에서의 '순기능'도 무시할 수는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IB 업계 다른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오너 리스크보다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불안한 부분이 많은데 이는 그룹의 인사 및 경영구조에서 문제점을 찾을 수 있다"며 "오너 경영이 반드시 옳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변화가 반드시 필요한 기업에서 경영 정상화, 효율화를 위해 명확한 구심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