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공법 택한 신세계家, 주가 하락에 승계 작업 속도 붙나
입력 2018.07.20 07:00|수정 2018.07.23 09:56
    신세계·이마트 중심 지배 구조 개편 '속도'
    정용진·정유경 남매 분리 경영 선명해져
    이명희 회장 보유 지분 증여 사실상 '핵심'
    유통株 타격 3개월 중 최저가 기록..."절세 적기"
    • 신세계그룹의 계열사 지분 정리에 속도가 붙었다. 문재인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대비함과 동시에 승계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이 따른다. 유통주가 약세를 보이는 현 상황은 지분 정리에 따른 대규모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오너일가의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신세계를 중심으로 계열사 지분 정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1일 이마트는 오너일가로부터 신세계건설과 신세계푸드, 신세계I&C 주식을 사들였다. 일차적으론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에 따라 신세계그룹이 이를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평가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대기업 총수 일가가 보유한 비주력 계열사 지분을 자발적으로 처분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더불어 이마트는 이번 지분 정리로 계열사 지배력을 높이는 효과를 얻었다. 이마트의 신세계I&C 지분율은 29%에서 36%로, 신세계건설은 32%에서 43%로 상승했다. 신세계푸드는 46%에서 47%로 변화했다. 자연히 이마트의 대주주인 이 회장과 정 부회장의 장악력도 높아진다. 향후 진행할 승계 작업을 완성하기 위한 의도도 내포돼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 두 남매의 승계 구도가 선명해지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4월 정 명예회장은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증여한 바 있다. 이로 정 총괄사장은 신세계에 이어 2대주주로 올라섰다.

      남매의 분리 경영체제를 공고히 하기 위해선 이 회장이 각각 18%씩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와 이마트 지분이 필요하다. 이 지분을 끝으로 신세계그룹의 승계 작업은 마무리 될 것으로 시장에선 예상하고 있다. 현재 이 회장은 신세계와 이마트의 최대주주이며 정 부회장과 정 총괄회장은 각 회사의 주식 9.8%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증여로 발생하는 세금은 가장 큰 걸림돌이다. 주식을 증여할 시 50억원 이상 증여는 최고세율 50%가 적용된다. 현재 이 회장이 보유한 양사의 지분 가치는 총 1조7000억원 규모로, 이를 증여할 시 세금만 8000억원을 넘어선다.

      신세계그룹은 그동안 승계 작업 시 '정공법'을 택했다. 2007년 두 남매는 아버지 정 명예회장으로부터 증여받은 신세계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주식을 대납하는 형태로 납부를 마쳤다. 올해 4월 정 총괄사장이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을 증여받으며 발생한 1000억원가량의 증여세도 전량 납부할 예정이다.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규제 의지가 강력한 상황에서 신세계그룹이 편법 승계를 선택할 가능성은 낮다. 이 회장이 이마트, 신세계 지분을 처분할 때도 정당한 방식의 승계를 택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 유통 관련 주식이 타격을 입은 현 시점은 승계를 대비하는 신세계 오너 일가에 기회라는 평가다. 증여세는 증여일 기준 전후 60일의 평균 주가를 기준해 책정한다. 지난 상반기 양사의 주가는 연중 최고가를 기록해 지분 가치가 높아지면서 주식을 양도시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최근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는 큰 폭으로 떨어져 3개월 중 저점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 따른 위안화 절하로 중국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백화점과 면세점 등 관련 유통 주식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저임금 상승 기조의 영향을 받아 신세계와 이마트, 롯데쇼핑 등 주요 유통기업의 주가는 동반 하락했다.

      대외적 악재와 함께 신세계와 이마트의 상반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주가는 타사 대비 상대적으로 빠르게 떨어졌다. 최근 신세계와 이마트의 주가는 이달 초 대비 각각 20%, 10% 까지 하락했다.

      증여세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회장의 지분 일부만 가져오더라도 정 부회장과 정 총괄회장은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보유한 지분 5% 내외 수준만 추가 확보해도 최대주주에 오를 수 있어 시장에서 우려하는 규모의 세금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지분 증여시 활용할 수 있는 자산도 확보한 상황이다. 정 부회장은 광주신세계 지분 약 1800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정 총괄사장은 이번 증여 받은 신세계인터내셔날 지분(21.4%)도 재원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