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시장 눈독 들이는 글로벌 벤처캐피탈
입력 2018.07.26 07:00|수정 2018.07.25 18:40
    북미 VC 시장 둔화로 대안 물색
    中·日 이어 국내 시장 관심 높아져
    잠재력 크고 성공 사례도 많아져
    정부도 벤처캐피탈 육성 의지 강해
    • 한국 시장을 기웃거리는 글로벌 벤처캐피탈(VC)이 점차 늘고 있다. 국내 벤처 생태계는 여전히 걸음마 수준이지만 그만큼 성장할 여지도 많다. 미국 등 핵심 시장의 성장이 둔화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대안을 찾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 세계적으로 가장 큰 VC 시장은 북미 지역이지만 최근 성장세는 예전만 못하다. 투자 규모는 유지되지만 건수는 줄고 있다. 우수 인력들이 창업보다 안정적인 대기업 취직을 선호하는 경향이 늘어난다는 지적이 있다. 갈수록 FAANG(Facebook·Amazon·Apple·Netflix·Google)으로 불리는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 탄생이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글로벌 VC들이 다른 대안을 찾으면서 북미 외 지역 투자 비중은 늘어나는 추세다. 우리나라 등 동아시아의 벤처투자 열기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 광둥성의 선전시(Shenzhen)는 이미 오래 전부터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구글, 유튜브 등 유니콘 탄생에 기여한 세콰이어캐피탈(Sequoia Capital) 등 유수의 글로벌 VC들이 일찌감치 진출했다. 1999년 선전시가 설립한 선전캐피탈은 각종 기금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50조원에 육박한다.

      일본은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주도해 출범한 세계 최대 정보기술(IT) 투자펀드 비전펀드가 유명하지만 벤처 시장의 역동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일본우정그룹은 올해 초 스타트업 투자를 위해 1조원 규모 투자기구를 결성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존에도 경제 부흥 목적의 VC가 있었지만 새 VC는 순수하게 투자 목적으로만 운용될 전망이다. 글로벌 VC들도 이 같은 기류 속에서 투자 기회를 물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우리나라에 관심을 갖는 글로벌 VC도 늘어나는 추세다. 과거엔 명성에 걸맞지 않게 10만달러 수준의 투자를 집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지만 최근 몇 년 간은 대규모 자금을 들이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국내 VC보다도 후하게 쳐주는 분위기다.

      VC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VC들이 최근 VC 열기가 높아진 동아시아에 눈길을 돌리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KKR 데이브 웰시(Dave Welsh) 파트너가 국내 유니콘 후보 기업을 살피기 위해 방한했다. 그는 벤처투자 전문가로 소프트웨어, 사물인터넷(IoT),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 등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에 투자하는 TMT 그로쓰 부문을 이끌고 있다.

      산업은행은 올해 네 번째 글로벌파트너쉽펀드 결성에 나설 예정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와 가까운 지역에서 활동하는 운용사들과 협업해왔다. 그러나 이번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글로벌 VC들과 손잡기 위해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시장에 대한 글로벌 VC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은 0.13%로 미국(0.37%), 인도(0.39%), 중국(0.24%), 영국(0.21%)보다 낮다. 성장 잠재력이 남아 있다.

      정부의 VC 육성 의지도 강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설립됐고 벤처투자촉진법 제정도 앞두고 있다. 국내 전통 제조산업은 빠르게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다. 국내외의 신생 기업에 투자하고 키워 나가는 것이 국가 경쟁력 제고는 물론 당면 과제인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란 평가다.

      글로벌 VC 입장에서도 나쁠 것 없는 선택이다. 초기에 투자했던 국내 기업이 유니콘 진입을 앞두고 있는 등 성공 사례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에 투자하면 기관들의 투자금을 유치해 출자자(LP)를 다변화 할 수 있고, 다음 투자 기회에도 가까워질 수 있다. 국내 기관이나 VC들 입장에서도 글로벌 VC의 이름을 업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윈윈(win-win)이 될 것이란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