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중공업 매각, 이번엔 몸값 '마지노선' 넘을까
위상호·송윤섭 기자 | wish@chosun.com | 2018.08.03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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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KL파트너스 및 국내외 인수후보 예비입찰 참여
과거 수 차례 매각 시도했으나 가격 문제로 무산
전진重 매각에 실트론 실패 2007 PEF 성적 달려
2000억 이상 바랄 듯…실적·업황 전망은 긍정적

전진중공업 2

전진중공업은 KTB PE가 5년 전부터 매각을 추진했으나 새 주인을 찾는 작업은 쉽지 않았다. 기업 가치에 문제가 있었다기보다 전진중공업에 투자한 블라인드펀드의 성적이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KTB PE는 펀드 출자자(LP)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안기지 않기 위해서라도 마지막 자산인 전진중공업을 일정 금액 이하로 팔 수 없다. 이번 매각 성패도 이 기준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남북 해빙 기대감이 커졌고 국내 M&A 시장에 거래가 많지 않다는 점은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지난달 26일 치러진 전진중공업 매각 예비입찰에는 복수의 인수후보가 참여했다. JKL파트너스를 비롯해 건설중장비를 제조하는 국내 상장사 등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외국계 중에선 중국의 수위권 업체 줌라이온(Zoomlion, 中联重科)가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잠재 인수후보로 꼽혔던 아주산업은 참여하지 않았다. 실사를 거쳐 다음 달께 본입찰이 치러질 전망이다.

KTB PE는 2007년 KTB2007 사모펀드(PEF)를 활용해 전진씨에스엠 지분 48.53%를 인수했다. KTB는 이와 별도로 SBC-KTB중소기업구조조정조합, KTB13호03-4기업구조조정조합을 통해 2005년부터 전진씨에스엠 모회사인 전진중공업에 투자한 상태였다.

두 회사는 국내 콘크리트 펌프카, 특장차 업계 수위 업체였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후 자금난에 시달렸다. 2009년 KTB PE는 두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과 신규 투자를 진행했다. 총 9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투입됐다.

KTB PE는 펀드 만기(2014년)를 앞둔 2013년부터 전진중공업과 전진씨에스엠 매각 절차에 들어갔다. 아이에스동서 등이 관심을 보였으나 성과는 없었다. 아이에스동서는 이번 인수전에 참여한 JKL파트너스의 주주인 아이에스건설의 계열회사기도 하다.

KTB PE는 2015년 다시 매각에 나섰으나 역시 만족스런 가격을 얻지 못했다. 2016년 상장을 추진하던 중 한양정밀이 인수 의사를 밝혔다. 소형 굴삭기 등 건설장비를 제조하는 한양정밀은 인수 의지가 강했다. 그 즈음 신동욱 한양정밀 회장은 한미약품 투자로 큰 성공을 거뒀던 터라 성사 기대감은 컸다. KTB PE도 한양정밀이 제시한 금액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매각은 본격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깨졌다. 시장에선 KTB PE가 욕심을 부리다 호기를 놓쳤다고 봤지만, KTB PE는 한양정밀이 협상 테이블이 차려지기 전부터 제시했던 금액을 깎으며 말을 바꿨기 때문이란 입장이다.

전진중공업 1

KTB PE는 이 외에도 이런 저런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수의계약 제안을 받았다. 협상은 매번 실패로 끝났다. 시장에선 과연 매각 의지가 있느냐는 비판도 나왔으나 KTB PE는 제안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은 처지였다. 해당 투자 펀드의 실패 때문이다.

KTB PE는 2007년 4600억원 규모 KTB2007 PEF를 결성했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유수의 기관투자가 15곳이 출자자로 나섰다. 당시 최대 규모 PEF 중 하나였다. 지금으로 치면 1조원 규모에 맞먹는 규모라는 평가다. KTB PE는 당시 관리보수만 매년 92억원(2%)을 받아갔다.

이 PEF의 포트폴리오 중 하나가 LG실트론(현 SK실트론)이다.

KTB PE는 2007년 2832억원을 들여 LG실트론 지분 19.6%를 인수했는데 자금 절반은 금융권에서 빌렸다. 이후 반도체 업황이 꺾이며 회수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자는 낼 수 있어 인수금융 채무불이행(Default)은 피했다. 지난해 SK㈜에 지분 전량을 매각했지만 빚을 갚고 나니 KTB PE가 손에 쥔 것은 없었다. 이 건으로만 1600억원 이상의 손실이 발생했다. 다른 포트폴리오도 손실을 보거나 작은 이익을 거두는 데 그쳤다.

KTB2007 PEF는 전진중공업이 사실상 마지막 남은 포트폴리오다. KTB PE는 전진씨에스엠 주식을 전진중공업에 매각하고 배당도 받는 등 관련 투자 원금은 회수한 상태다. 나머지는 전진중공업을 얼마에 매각하느냐에 따라 갈린다.

KTB PE는 지난 2년간 조직 쇄신과 옛 포트폴리오 정리에 주력했고, 다시 블라인드펀드 및 프로젝트펀드 결성을 꾀하고 있다. LP들에 큰 수익은 못 돌려주더라도 적어도 마이너스 수익률까지 안길 수는 없다. KTB PE는 LP들의 내부수익률(IRR)을 1% 정도라도 유지하기 위해 기존 매각 이익과 전진중공업으로 받은 배당을 분배해 왔다.

시장에선 실트론 투자 실패를 감안하면 KTB PE가 전진중공업 매각으로 적어도 2000억원은 받아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KTB PE는 몇 년 전 한 싱가폴 회사가 1500억원을 제시하자 ‘두 배를 주지 않으면 팔지 않겠다’며 손을 내젓기도 했다.

PEF 업계 관계자는 “KTB PE의 전략은 전진중공업으로부터 매년 100억원 내외의 배당을 받으면서 2000억원에 팔 때까지 버티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전진중공업 3

전진중공업은 숱한 매각 무산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더해졌지만 이번엔 예전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펀드 만기는 무의미해졌으나 새 펀드를 만들어야 하는 KTB PE 입장에서도 언제까지고 배당만 받으면서 버틸 수는 없다.

전진중공업은 2016년 실적이 주춤했다. 장기적으론 전방 산업인 건설 경기도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작년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중국과 사드 갈등 등 악재 속에서도 해외 매출 규모를 다시 끌어 올렸다.

PEF 운용사 관계자는 “사업 환경이 썩 좋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 작년 실적이 어떻게 나오느냐가 중요했다”며 “성적표를 보니 경영 관리가 원활히 이뤄지고 경쟁력도 잘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향후 사업 전망도 나쁠 것은 없다는 평가다.

분위기는 오락가락하지만 남북 해빙을 위한 시도들은 어느 때보다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상황이다. 향후 본격적인 남북 경제협력이 이뤄지면 건설 경기에 불이 붙을 것이고, 전진중공업 등 관련 기업들의 몸값도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M&A 시장에 주목을 끌만한 대상이 많지 않다는 점도 호재다. 실제 사업 다각화에 관심이 많은 한 SI는 마땅한 기업이 많지 않아 전진중공업 인수를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투자금 소진에 매진하고 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8월 02일 07: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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