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부진 속 美 모멘티브 인수나선 KCC, 결국 삼성물산 지분 매각할까
입력 2018.08.09 07:00|수정 2018.08.13 15:38
    KCC, 원익-SJL파트너스 손잡고 모멘티브 인수전 참여
    거래금액 최대 수 조원 예상
    KCC 보유현금 4000억원…투자 지분은 3조5000억원 수준
    실적부진에 대규모 현금창출 제한
    "투자 지분 매각 가능성" 평가도
    • 최대 3조원까지 거론되는 모멘티브 퍼포먼스 머티리얼즈(Momentive Performance Materials Inc.; 이하 모멘티브)의 인수가격은 KCC에 부담이다. 실적이 꺾이면서 현금 마련 여건은 더 어려워져 모멘티브 인수를 위해선 대규모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 다행히 그동안 투자해 온 기업들의 지분이 상당한 탓에 이를 활용해 자금을 마련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재계의 백기사 노릇을 해왔던 KCC는 현재 삼성물산과 현대중공업, 한라홀딩스 등 주요 그룹 자회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현대중공업에 투자한 KCC는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현대중공업지주(옛 현대로보틱스), 현대건설기계 등 주요 자회사의 지분도 보유하게 됐다.

      KCC는 특히 지난 2012년과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 지분을 인수하며 삼성그룹의 우군 역할을 톡톡히 했다. KCC는 현재 삼성물산의 2대주주로 보유 지분가치는 약 2조4000억원 수준이다. 투자회사 중 지분 규모가 가장 크다.

    • 최근 들어서 KCC는 비핵심 자산을 속속 매각하고 있다. 계속되는 실적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다. 지난 3월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매각했고, 5월엔 현대건설기계 지분 2%가량을 장내매도 했다. 이 외에 카지노 사업을 위해 2년 전 취득했던 인스파이어인티그레이티리조트 지분을 유상소각하며 올해 들어서만 총 5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KCC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의 예상치(840억원)을 크게 밑도는 556억원 수준이었다. 7일 발표한 2분기 영업이익은 861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호전됐으나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가량 감소했다. 매출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자재·도료 부분의 부진이 영향을 미쳤다. 전방산업인 자동차·건설·조선 등의 업황이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으면서 실적 부진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란 평가다.

      이 같은 상황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모멘티브 인수 자금 마련은 KCC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KCC가 보유한 현금은 연결기준 약 4300억원, 개별기준 약 3900억원이다. 임석정 펀드로 잘 알려진 SJL파트너스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고 있지만, SJL파트너스는 현재 보유한 블라인드펀드가 없기 때문에 자금 조달 과정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주요 기관들의 프로젝트펀드 출자도 아직까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KCC가 자체적으로 수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도 거론되고 있다. KCC는 또한 향후 SJL파트너스에서 모멘티브 사업부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자금도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KCC가 현재 보유하고 있는 투자회사들의 지분을 대거 매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중공업과 삼성물산의 지분만 활용해도 최대 3조억원가량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KCC의 기업가치를 뒷받침 해온 투자 지분이 사라지면 회사에 대한 투자 매력도 반감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KCC가 그동안 지분투자를 통해 차익을 많이 봤기 때문에 현재의 자금소요를 고려하면 충분히 타법인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다"며 "다만 현재 사업이 당분간 호전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 지분들을 매각할 경우 KCC의 기업가치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했다.

      지분 매각에 나서더라도 최적의 타이밍은 놓쳤다. 최근 1년 내 주당 15만원에 거래됐던 삼성물산의 주가는 현재 12만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주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가 악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사실상 지주회사격인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은 당분간 예단하기 어렵다. 같은 기간 17만원에 달했던 현대중공업 주가도 11만원대로 떨어졌다. 수주가뭄 속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현대중공업 또한 상황이 그리 좋지않다. 투자 기업의 주가 하락은 순이익에도 영향을 미쳐, KCC는 2분기 3350억원의 순이익 적자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