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코스닥 IPO 문 닫을 판...벤처펀드도 '긴장'
입력 2018.08.13 07:00|수정 2018.08.14 09:13
    반도체·자동차·바이오 3대 산업 약세에
    5년來 신규 상장 최저 숫자 기록할 가능성
    코스닥 활성화 '약빨' 떨어지고 지수 약세
    코스닥 벤처펀드, 물량 담기 어려워지고 수익률 우려
    • 올해 코스피는 물론, 코스닥을 중심으로 사상 최대 기업공개(IPO) '큰장'이 설 거라던 전망은 빗나갔다.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3대(大) 산업의 업황이 부진해 하반기에도 이 같은 추세가 크게 변하지 않을 거란 부정적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이는 고스란히 코스닥 벤처펀드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코스닥 벤처펀드에 3조원의 자금이 몰린 건 공모주 우선 배정 혜택 때문이었다. 예상만큼 공모주가 나와주지 않으면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이는 수익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연초 이후 현재까지 국내 증시에 신규 상장한 기업은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SPAC)을 제외하고 모두 32곳이다. 현재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절차를 밟고 있는 기업은 6곳이다. 연말에 일부 공모가 몰리는 점을 감안해도, 올해 신규 상장사 수는 2014년 이후 5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거란게 복수 업계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특히 코스피에 비해 코스닥 시장의 신규 상장이 저조할 거란 전망이다.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 방안을 내놓고, 지수가 크게 올랐던 올해 초의 전망과는 정 반대다.

      가장 큰 원인은 상장할만한 기업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간 국내 IPO 시장을 책임졌던 3대 산업이 모두 어려운 상황인 까닭이다.

      우선 반도체 산업의 신규 설비 투자 상승폭 감소와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눈에 띈다. 반도체 산업의 업황을 가리키는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연초 고점을 찍고 횡보 중이다. 국내 반도체 기업들도 설비투자를 2015년 수준만큼 크게 늘리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반도체 관련 2~3차 협력업체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평가다. 앞으로 반도체 경기가 꺾일거라는 부정적 인식이 자리잡으며, 이들이 IPO 시장에 나오기는 어려워졌다.

      자동차 산업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자동차 산업 대표지수인 KRX 자동차 지수는 지난 1년간 14% 급락했다. 현재 공모 절차를 밟고 있거나 상장 예심을 통과한 기업 중 자동차 관련 기업은 전무하고, 예심을 청구한 기업도 대유에이피·에코캡 정도로 손에 꼽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나 반도체 관련 중소기업들이 코스닥 신규 상장 수요의 핵심을 차지하는데, 올해는 해당 산업의 업황이 예년 같지 않아 이들이 자취를 감췄다"며 "상장할만한 업종이 없다"고 말했다.

      바이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로 인한 여파가 고스란히 미쳤다. '감리 병목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 이후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부실 방지를 위해 신규 상장 예정 기업에 대한 감리를 대폭 강화했다. 주로 바이오 업종이 대상이었다.

      문제는 비상장기업 감리를 전담하는 한국공인회계사회(한공회)의 감리 담당 인력이 50여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감리 범위가 넓어지고 감리 강도가 세지며 예정보다 일정이 밀리거나 심사를 청구할 엄두를 못내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의 빈자리를 메꿔주던 해외 기업 상장도 올해엔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증시 해외 상장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투심은 악화될대로 악화한 상황이다.

      중국 국내에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이 진행되며 자금 수요가 급한 중국 기업들이 국내 증시로 몰려오고 있지만, 거래를 수임한 증권사들이 보수적으로 업무를 진행하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 기업은 IPO 신규 상장보다 상장폐지 점검 업무가 오히려 더 많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문제는 올해 출범한 코스닥 벤처펀드들이다. 단기간에 이들 펀드에 3조원의 시중 자금이 몰린 건 공모주 30% 우선 배정 혜택 덕분이었다. 올해 초부터 3월까지만 해도 신규 상장 공모주들은 50%에 육박하는 평균 수익률을 기록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하반기 상장한 8곳의 코스닥 신규 상장사 중 절반인 4곳이 공모가 대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상반기엔 21곳 중 7곳만 수익률이 마이너스였던 것과는 비교되는 지점이다. 미국 금리 인상 및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6월 이후 국내 지수가 약세를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이미 담은 공모주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고, 설상가상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 수마저 줄면 포트폴리오 확보가 어려워진다. 이미 12개 공모 코스닥 벤처펀드 중 11개가 설정 이후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사모펀드에는 여전히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지만, 공모펀드에서는 6월 이후 100억여원의 자금 유출이 발생했다.

      운용사들도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하반기엔 코스닥 벤처펀드보다는 코넥스 하이일드펀드에 좀더 신경을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