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기업 육성 급한데 정부 부처들은 알력 다툼만?
입력 2018.08.13 07:00|수정 2018.08.17 11:42
    TIPS 예산 두고 부처간 갈등 거론
    과기부, TIPS 경쟁률 등 문제 제기
    일각에선 “부처 이기주의가 문제”
    정부 “예산 심의의 과정이었을 뿐"
    • TIPS(Tech Incubator Program for Startup)는 민간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이다. 2013년 이래 케이뷰브벤처스, 린드먼아시아인베스트먼트, 포스코, 현대자동차 등 벤처투자사와 기업들이 운영사로 참여했다. 작년 말까지 정부 지원금 대비 민간 유치 자금이 3배에 달한다. 정부 참여 창업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성공적이란 평가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내년 TIPS 사업비 마련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썩 순탄치 않은 상황이다. R&D 관련 예산 심의권이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TIPS의 몇몇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중기부는 TIPS 관련 행사에서 이런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기부가 문제를 삼는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일단 지원 대상 선정을 위한 경쟁률이 낮다고 보고 있다. 그간 중기부는 TIPS 운영사들로부터 1배를 조금 넘는 수준의 투자 대상을 추천 받아 왔다. 올해는 1.5배다. 이는 사실상 경쟁 없이 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경쟁률을 2배 수준으로는 올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간 자금 대비 정부 지원 비중이 높다는 점도 문제 삼은 것으로 전해진다. 운영사는 창업팀에 1억원 내외의 자금을 투입한 후 TIPS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된다. 여기서 선정되면 R&D 비용 5억원 포함 최대 9억원까지 정부 자금을 받게 된다. 운영사 지원금 대비 9배의 레버리지가 과도하다는 것이다.

    • 사실 관계를 살펴보면 이런 문제 제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반론이 있다.

      여러 민간 운영사들이 수많은 초기 창업팀을 걸러낸 후에야 TIPS 프로그램에 올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 경쟁률은 10대 1을 넘는다. 작년 7차 사업까지 참여한 TIPS 운영사만 38곳에 달한다. TIPS 경쟁률은 추천 배수 정도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운영사들의 투자도 적다고만 보기 어렵다. 금액으론 정부 금액이 10배 가까이 많아질 수 있지만 TIPS 신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들어가는 노력과 시간이 상당하다. 다른 큰 투자건과 비슷한 노력이 들어가고, 준비 기간은 3개월에 달하는 작업이다. 정부 부처가 직접 대상을 물색하고 심사하는 수고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운영사 입장에선 지금보다 조건이 악화한다면 투자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과기부의 문제 제기가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소형 엑셀러레이터(Accelerator)라면 울며 겨자먹기로라도 하지 않을 수 없지만 보다 큰 민간 기업이나 VC들은 남아 있을 동기가 없어진다. 민간이 주도하는 기술창업지원이라는 테마를 유지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초기 기업 육성이 차질을 빚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한 TIPS 관련회사의 관계자는 “R&D 관련 투자는 과기부가 주도해야 하는데 자기 사업보다 막내 부처인 중기부의 TIPS 프로그램이 잘 되니 문제 제기를 하는 것 같다”며 “그나마 최근엔 부처간 의견이 조율되어가는 분위기라 다행이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각은 다르다. 예산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통상의 검토 절차였을 뿐 갈등은 없었고 큰 문제될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심의는 이달 말까지 계속된다.

      정부 관계자는 “과기부가 R&D 예산에 대해선 1차 심의권을 가지기 때문에 다른 사업과 유사, 중복 여부를 살피는 것일 뿐 TIPS의 문제점을 두고 다툰 것은 아니다”며 “각 부처들은 각자 자기 사업이 최고라고 주장할 수밖에 없는데 예산을 따내기 위해선 당연히 검증 절차를 통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