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엔진에서 성형외과까지'…M&A로 활로 찾는 조선협력사들
입력 2018.08.13 07:00|수정 2018.08.16 09:06
    조선 전방산업 부진 이어지며 사업다각화 '잰걸음'
    본업 강화에서 바이오까지…신사업 영역도 제각각
    성공 사레도 있지만…기업사냥꾼·브로커 '주의보'도
    • 조선 업황 부진이 이어지며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협력사들도 보릿고개를 넘기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조선에서 벗어나 사업 다각화로 생존 활로를 찾고 있다. 다만 회사마다 인수합병(M&A) 역량·재무 상황·본업 내 경쟁력에 따라 평가도 천차만별이다.

      여전히 주력 사업 경쟁력이 탄탄한 가운데 현금을 쌓은 회사들은 저렴하게 쏟아져 나오는 회사들을 인수하며 불황이 끝날 시기를 기다리고 있다. 반면 무리한 M&A나 다각화로 인해 회생절차를 밟는 실패 사례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최근 인화정공은 두산엔진(현 HSD엔진) 인수를 마무리했다. 두산엔진의 주요 납품처였던 인화정공이 PEF인 소시어스-웰투시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재무적투자자(FI)로 맞이해 M&A를 마친 사례로 화제가 됐다. PEF입장에선 생소한 선박엔진 사업을 꾸려나갈 전략적투자자(SI)가 시급했고, 자금력이 부족한 인화정공은 PEF를 통해 자금조달을 마친 모범적인 결합 사례로 꼽혔다. 인수 과정에서 인화정공의 부채비율이 증가한 점은 숙제로 남았다는 평가다.

      LPG탱크선에 사용되는 LPG탱크를 만드는 세진중공업은 지난해 STX중공업으로부터 친환경 선박 부품 제조업체 ‘일승’을 인수했다. 일승은 선박용 분뇨처리장치, 기름청정기, 조수기 등을 생산하는 조선기자재 업체다. 주요 제품인 오수처리장치에선 국내 시장 점유율 80%, 해외 시장 점유율 20% 내외를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향후 국제해사기구(IMO) 규정 변화로 300톤 이상 선박에는 오수처리장치 설치가 의무사항이 되며 수주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LNG운반선용 단열 패널(보냉재)을 만드는 한국카본은 보유 중인 탄소섬유 기술을 바탕으로 골프, 낚시 제품 등으로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일찌감치 신사업으로 낙점한 항공과 자동차 분야 복합소재 부품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조선 협력업체들의 사업 다각화가 매번 장밋빛으로 이어진 건 아니다. 오히려 무리한 M&A로 신사업은 물론 본업에도 악영향을 끼친 사례도 빈번하다는 평가다.

      선박용 크레인, 선박구성부품 등을 제조 판매하는 디엠씨는 지난 2016년 12월 사업다각화를 내걸고 LCD 관련부품을 제조하는 제이피엘을 인수했다. 올해 3월에도 컴퓨터주변기기, 통신판매업을 주로하는 비져스 지분 100%를 인수해 사업을 키웠지만 최근 해양플랜트 경기악화, 전 경영진의 배임 혐의가 겹치며 결국 회생절차를 밟고 있다.

      선박 방향타 등을 생산하는 해덕파워웨이는 지난 4월 이지앤홀딩스에 매각됐다. 이지엔홀딩스는 서울 강남구에서 이지엔 성형외과를 운영하는 이종희 원장이 최대주주다. 회사 측은 바이오, 신약 개발 등 신사업을 사업 목적으로 내세웠지만 우회상장 효과를 누리려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수 이후 고점 대비 주가는 60% 가까이 하락했다.

      한 조선사 협력업체 관계자는 "조선 업황이 부진한 건 사실이지만 협력사 중 기술력이 선두권인 회사는 기존 사업 기반으로 버티며 사이클 전환에 맞춰 신사업이나 기존 사업 강화를 신중히 고민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본업으로 타격이 큰 회사 중에선 대부분 무리한 차입으로 어려움을 겪거나 브로커, 기업사냥꾼들의 접촉도 빈번해진 것으로 알고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