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도전 나서는 변호사들…"투자사로, 성장 기업으로"
위상호·차준호 기자 | wish@chosun.com | 2018.09.10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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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법인서 경험과 감각 쌓은 변호사들 이적 봇물
변호사는 경험 펼치고 기업들은 노하우 습득 ‘윈윈’
경쟁 심화로 이적 사례 늘 듯…신진 변호사들도 들썩

일러스트 바이라인_로펌

대형 법무법인을 떠나 성장 기업 혹은 투자사로 둥지를 옮기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다. 변호사들은 보다 자유로운 환경에서 경험을 펼칠 수 있고, 기업들은 단기간에 대형 법무법인의 역량과 노하우를 습득할 수 있다. 법률 시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이라 앞으로도 이런 사례가 늘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일단 증권사나 금융회사 혹은 투자회사로 옮긴 이들이 적지 않다

태평양에서 금융 M&A를 전문으로 하던 황승화 변호사가 올해 메리츠종금증권으로 이직했다. 연초부터 임원 직급(상무, 법무본부장)을 달고 하고 있다. 금융 전문가로서의 경력을 활용해 이직했다기 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위해 자리를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세종에서는 최우진 변호사가 작년 맥쿼리캐피탈코리아 상무로 옮겼다.

광장에서는 김학훈 파트너 변호사가 조단위 거부에 오른 이상록 전 카버코리아 회장과 함께 일하게 됐다. 김 변호사는 2016년 이 전 회장이 골드만삭스-베인캐피탈 컨소시엄에 경영권을 매각할 때는 물론 지난해 잔여 지분을 유니레버에 팔 때에도 관여하며 관계를 다진 것으로 전해진다. 김 변호사는 투자 전문가로 변신한 이 전 회장의 투자 관련 자문을 맡을 전망이다.

김앤장에서는 M&A부문에서 활동하던 성해경 변호사가 지난해 초 현대카드로 이직했다. 우리투자증권 등 대형 딜에 관여했던 성 변호사는 지금은 현대카드와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의 법무1실장을 맡고 있다. 임기는 2021년까지다.

기업체로 자리를 옮겨 승승장구하는 이들도 많다.

광장에서 헬스케어 부문을 이끌던 정진환 파트너 변호사는 최근 안마의자 기업 바디프랜드로 이적했다. 친분이 있던 바디프랜드 경영진의 제안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바디프랜드에선 감사 업무와 함께 법률 자문도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세종에선 공정거래 분야 전문가로 활약한 이재환 파트너 변호사가 올해 소셜커머스사 위메프로 자리를 옮겼다.

세종의 경우, 서장원 전 선임미국변호사가 넷마블로 이동한 사례가 잘 알려져 있다. 이적할 때는 상무 직급으로 옮겼지만 2015년부터는 넷마블 경영전략담당 부사장을 역임하고 있다. 작년 넷마블이 인수한 카밤의 현지 법인 관리 업무도 맡는다. 지난달엔 넷마블문화재단 대표로 선임됐다. 외부 출신이지만 ‘성골’로 올라섰다는 평가다.

변호사들의 이 같은 변신에 대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큰 돈을 벌게 된 성장 기업이나 투자회사들이 친분 있는 변호사를 스카우트하려는 움직임이 부쩍 많아졌다”며 “대형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은 큰 거래 경험이 많고 상업적 감각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사내에 모셔 일을 맡기는 편이 외부 변호사를 쓰는 것보다 경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변호사라는 직업의 매력도가 예전만 못해졌다”며 “전에는 외국계 로펌 변호사들이 고객의 요청을 받아 이적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앞으로는 국내 법무법인들에서도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좋은 직함과 대우를 받고 가는 파트너 변호사뿐 아니라 신진급 변호사 사이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법률시장 규모는 정체하는데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변호사들의 처우는 예전보다 아쉬워졌고, 위로 올라가는 길도 좁아졌다. 파트너가 돼도 수임 부담에선 자유롭지 않고 위든 아래든 챙겨야 할 사람은 많다. 미래가 불투명하다보니 제안이 오면 마음이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진급 변호사들은 자문을 제공하던 벤처캐피탈(VC)이나 스타트업, 블록체인 업체 등으로 이적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당장 돈이 되지는 않지만 성장성에 투자하는 셈이다. 동업자 성격으로 참여해 주식이나 암호화폐를 받아두면 나중에 큰 돈을 만질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대형 법무법인 파트너 변호사는 “변호사 사이에서도 돈 모아서 집 못산다는 이야기가 많다”며 “대형 법무법인에서 승진해 봐야 선배들이 일감은 안 떼주고 수임 고통은 계속되기 때문에 지분을 나눠주는 투자사나 초기 기업으로 가려는 움직임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09월 05일 16:59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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