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兆 공모 大魚 현대오일뱅크, 9월 공모도 물 건너 갔다
입력 2018.09.19 07:00|수정 2018.09.20 15:35
    9월 5영업일 남겨두고도 감리 결과 오리무중
    정제마진 수혜 받을 최고 타이밍 놓쳐
    잘해야 11월 공모 가능…해 넘기면 예심 다시 받을수도
    • 현대오일뱅크의 기업공개(IPO) 공모 일정이 기약없이 밀리고 있다. 추석 연휴를 불과 사흘 앞두고도 감리가 마무리되지 않아 물리적으로 9월 중 공모 진행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예비 상장기업 감리 결과 상장이 불가능할 정도의 사례가 아직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감리로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이 옳은 것이냐는 불만이 증권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18일 한국거래소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에 대한 감리 절차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언제 마무리될지, 이달 중 금융위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감리 결과가 안건으로 올라갈 수 있을진 미정이다. 금융위는 지난달 30일, 이달 5일 열린 정례회의에 현대오일뱅크 감리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추석 연휴로 인해 9월도 5영업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오일뱅크와 주관사단은 당초 8월 중순 상장예심 통과 후 8월 말 곧바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었지만, 2달 가까이 일정이 지연되며 '플랜B'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보다 먼저 감리에 들어간 카카오게임즈도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대오일뱅크도 괜한 이의제기로 관(官)의 심기를 거스를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늦어도 10월 초까지만 감리 결과가 나와준다면 연내 공모가 가능하다. 다만 135일룰(rule)등 글로벌 공모 여건을 고려하면, 3분기 실적 결산 후 절차에 나서는 편이 더 합리적이다. 이 경우 결산 절차를 위해 또 다시 1달 가량 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 10월말 결산 후 11월 초 신고서를 제출하고 12월 중 상장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만약 감리가 10월마저 넘기면 셈법이 더욱 복잡해진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8월 중순 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다. 심사의 유효기한은 내년 2월 중순까지다. 자칫 일정이 꼬이면 예심을 다시 거쳐야 하는 상황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을 거란 지적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속수무책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부담스러운 표정이다. 계획대로 8월 말 공모에 착수했다면 최근 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전통 제조업임에도 불구, 공모 흥행을 기대할 수 있었다. 정유업계 수익성 지표인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6월 넷째주 배럴당 평균 4.1달러까지 떨어졌다가, 8월 둘째주에는 7.9달러까지 급상승한 까닭이다.

      8월 마지막 주 평균 6달러로 숨고르기를 거친 정제마진은 이달 첫째주 평균 6.4달러로 재차 상승했다. 석유화학부문의 실적도 개선되며 정유업에 대한 투자 심리와 밸류에이션(가치산정) 기준이 좋아지는 모습이었다.

      문제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경기침체 우려가 작용하며 투자 심리가 다시 악화될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유·화학업종이 속한 KRX에너지화학 지수는 7월초 2367.15포인트로 연 저점까지 밀렸다가 8월초 10%가량 급반등하며 2570선을 회복했다. 지금은 상승 모멘텀을 잃고 다시 2500선 아래로 밀린 상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국공인회계사회는 '감리가 IPO의 발목을 잡은 적이 없다'고 항변하고 있지만, IPO 시장에 감리로 인한 병목현상이 발생한 건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자칫 올해의 신규 상장 규모가 최근 5년 내 최저 수치를 기록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