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몰아주기發 M&A에 잠 못 드는 IB 대표들
양선우 기자 | thesun@chosun.com | 2018.10.10 07:00
Edited by 이도현 차장 | dohyun.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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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속 나오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 M&A에 IB 긴장
IB 대표 네트워크에 따라 딜 주관 여부 결정돼
그룹사와 글로벌 IB와의 친밀도 드러날 듯

대기업들이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강화에 발맞춰 관련 회사들 매각에 적극 나서고 있다. 덩달아 조용했던 인수합병(M&A) 시장이 달아오르는 모양새다. 투자은행(IB) 대표들은 연일 터져 나오는 M&A 소식에 행여 경쟁사에 딜(deal)을 뺏기지는 않을까 잠 못 드는 밤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이다.

SK해운, LG그룹 서브원 내 MRO(전략구매관리) 사업부, 판토스 등 오너 일가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 매물들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 매물 등장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이다. 재계 30위 그룹 대부분이 오너 지분을 조정해야 하거나, 매각해야 하는 계열사들을 하나 이상씩 가지고 있다.

발 빠른 IB들은 이런 딜에 하나 둘씩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화S&C 지분매각에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 서브원 MRO 사업부 매각은 크레디트스위스,  GS아로마틱스 중국 종속회사 매각은 골드만삭스가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해운 매각은 이미 회사가 한앤컴퍼니와 장시간 얘기를 진행한 터라 따로 IB를 쓰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IB업계 관계자는 “은밀하게 진행되는 딜은 외부 노출을 피하기 위해 IB 없이 직접 당사자들이 딜을 진행한다”라며 “SK해운의 경우도 양사가 오랜 기간 M&A에 대해 얘길 나눈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IB들의 고민도 커졌다. 딜에 이름을 올리진 못하더라도 적어도 경쟁사에는 뺏기지 말아야 한다는 게 IB들의 철칙인데다, 글로벌 IB 대표들의 역량이 일감몰아주기 관련 딜에서 빛을 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1년 삼성그룹의 MRO 자회사 아이마켓코리아 매각이 꼽힌다. 골드만삭스는 삼성그룹과의 끈끈한 관계를 바탕으로 해당 딜의 자문을 맡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MRO회사는 그룹사 물량 의존도 때문에 매각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SK그룹은 이를 고려해 MRO 사업을 사회적 기업으로 바꾸기도 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는 이 딜을 성사시키면서 재계의 주목을 받았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MRO 사업부 매각에 성공하자 재단을 만들어서 문제를 해결하려던 SK그룹 등 재계 실무자들이 오너에게 혼이 난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오너 지분과 연관된 일감몰아주기 규제발 M&A는 아무나 맡을 수 없는 딜로 통한다. 내부사정을 빤히 알아야 하는데다, 오너 일가의 신뢰 없이는 딜을 진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IB들 사이에선 일감몰아주기 관련 M&A 딜을 보면 IB 하우스와 재계의 친밀도가 드러난다고 평한다. 4대그룹 일감몰아주기 관련 M&A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IB 대표들의 입장은 난처할 수밖에 없다. IB 대표 역량이란 게 결국 재벌 오너일가와 얼마나 끈끈한 유대관계를 갖고 있느냐로 결정되기 때문이다. 오너지분과 관련된 딜은 아이디어만 가지고 자문을 할 수 없다는 게 IB업계의 중론이다.

글로벌 IB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관련 M&A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IB 대표는 네트워크 역량 부족이란 평가를 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07일 09:00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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