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PEF) 개편안, 운동장 넓어졌지만 족쇄는 그대로?
입력 2018.10.12 07:00|수정 2018.10.15 09:57
    정부, 10%룰 폐지하고 운용 영역도 확대키로
    업계, 반색하면서도 실제 효과 거둘지 의구심
    GP 감독 예고, LP 통한 정부 영향력 우려도
    • 정부가 운용 규제를 하나로 합치고 운용 영역도 확장하기로 한 사모펀드(PEF) 제도 개선 계획을 밝혔다. 사모펀드 업계에선 정부의 의지에 기대를 드러내면서도, 실효를 거두지 못하거나 외려 감독당국의 입김이 더 세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사모펀드 제도 개선안 중 핵심은 ‘10%룰’의 폐지다. 현재 전문투자형 사모집합투자기구(헤지펀드)는 보유주식 중 10%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경영참여형 사모집합투자기구(PEF)는 의결권 주식 1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정부는 이를 전면 폐지해 사모펀드 규제 체계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자금 조달원에 따른 차이는 있다. 현행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는 기관전용 사모펀드로 전환된다. 업무집행사원(GP)에 대한 검사·감독 능력이 있는 기관(LP)으로부터만 자금을 조달하게 해 금융당국의 개입을 최소화 한다는 취지다.

      사모펀드의 ‘운용 수단’에 대한 규제는 대부분 사라진다. 앞으로는 대출 업무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감독당국이 부정적으로 봐온 금전대여성 옵션부투자도 허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업 투자 외에 부동산·인프라 펀드 설정도 가능해 질 전망이다.

    • 사모펀드 업계에선 법 개정 추이를 봐야 한다면서도 일단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할 수 있는 영역이 넓어졌고 걸림돌도 상당 부분 사라졌기 때문이다.

      대형 법무법인 사모펀드 담당 변호사는 “기존엔 전문투자형으로 10% 미만 지분에 투자했다면 10% 이상으로 지분을 늘리고 싶어도 통로가 없었다”며 “이제는 하나의 사모펀드로 지분율에 관계없이 유연한 투자가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한 소형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헷지펀드만 활약 가능하던 영역까지 들어간다면 경영참여형 투자만 할 때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0%룰 폐지로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엔 다양한 전략을 활용하는 해외 자본만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관여했다면 앞으로는 국내 사모펀드도 참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모펀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정부 의지에는 높은 점수를 주면서도 크게 달라지는 점은 없을 것이란 시선도 있다. 오히려 규제가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행법상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자체에 대한 금융당국의 검사·감독권은 규정돼 있지만 GP도 검사·감독 대상인지는 불분명하다. 정부는 PEF를 대표하는 GP 역시 검사·감독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기관전용 사모펀드 GP의 시스템 리스크, 시장질서 교란행위에 대해 검사·감독할 계획이다.

      한 대형 사모펀드 운용사 대표는 “당국은 문언상으론 규제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더 세게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며 “시스템 리스크의 범위를 넓혀서 본다면 검사·감독 받는 입장에선 항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0%룰의 폐지가 긍정적인 효과만 있는 것은 아니란 지적도 있다.

      현재도 ‘임원의 임면 등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실상의 지배력’을 행사하는 경우엔 10% 미만 투자가 가능하다. 즉 사외이사 자리를 받지 않고도 10% 미만 투자가 가능해진 반면 법에 기대 사외이사 자리를 요구할 협상력은 줄어든 셈이다.

      ‘경영참여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사모펀드 도입 목적이 희석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금기시했던 옵션부투자에 대출까지 허용된다면 지분투자와 대출을 병행한 전략 수립이 가능해지는 대신, 안전성 위주의 투자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해외 자본은 여전히 규제와 멀기 때문에 앞으로도 역차별을 피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관전용 사모펀드의 경우, 기관을 믿고 규제를 완화한다. 그러나 주요 기관들이 정부 영향력을 많이 받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부의 간접적인 경영참여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는 사모펀드가 중장기 성장자본 및 M&A 추진 주체로 나서 ‘기업 생태계 혈맥’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

      일부는 현실적인 문제를 토로하기도 한다.

      기관 네트워크가 좋아서 기관전용 사모펀드만 운용해도 되는 곳이 아니라면 기관 외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야 하고 투자자 보호 필요성도 커진다. 기존 헷지펀드처럼 준법감시인 선임 등 규제 요건을 적용 받는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라이선스만 있었다면 추가로 규제에 맞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부담이 생길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개편안의 기본 정신은 사모펀드의 투자 및 운용수단을 제한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경쟁이 심화하면 운용사들이 그에 맞춰 전략과 시장을 찾을 수 있을 정도로는 사모펀드 시장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