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 회계법인 대표 감사경력 요구 놓고 고민
양선우·이상은 기자 | thesun@chosun.com | 2018.10.12 07:00
Edited by 현상경 부장 | hsk@chosun.com
print인쇄 print공유하기
+ -
새 외감법 규정, 상장사 회계법인 대표에 감사경력 10년 요구
감사경력 어디까지 인정할 지 놓고 회계법인 문의 쇄도
법의 취지는 이해하나 적용 과정에서 현실적인 문제도 다수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 전부개정안을 내놓은 감독당국이 고민에 빠졌다. 새 규정에 주권상장법인 감사인의 요건으로 회계법인 대표에 10년 이상의 감사경력을 요구한 조항을 넣으면서다. 감사품질 향상을 위한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칫 탁상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내놓은 외감법 규정 개정안에 따르면 주권상장법인 감사인이 되기 위해서는 대표이사 및 품질관리업무 담당이상은 각각 10년 이상, 7년 이상의 회계처리 및 외부감사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제대로 된 외부감사가 이뤄지기 위해선 적어도 회사의 대표이사가 감사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한 감독당국 관계자는 “감사에 대한 지식이 있는 회계법인 대표가 책임지고 감사업무를 수행하란 의미다”라며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으로 보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10대 회계법인

하지만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생각지도 못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우선 감사경력을 어떻게 규정하느냐의 문제부터 부딪혔다. 대형 회계법인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중소형 회계법인에선 회사가 작다 보니 업무 분장이 명확하게 이뤄지기가 힘들다. 규모가 작은 회사일수록 감사업무와 컨설팅, 세무 등등을 개인이 모두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디 까지를 감사업무로 볼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하기가 힘들다는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 이 규정 자체가 취지는 좋으나 회계법인들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회계법인들의 업무영역이 감사, 세무, 재무자문에서 컨설팅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실제 한해 영업수익의 3분의 1 정도만이 감사부문에서 발생한다. 오히려 여기서 파생되는 세무, 재무자문의 영역이 갈수록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의 경우 컨설팅 부문장이 회계법인 대표를 맡는 사례가 많다. 영업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함이다. 대표이사의 역할이 비단 감사 부문장의 역할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해외사례에도 안 맞고 규정 자체가 모호하다 보니 이를 놓고 업계에서도 해석이 분분하다”라며 “법이 시행되면 당장 조직개편, 대표이사 선임을 놓고 의견이 분분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감독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문의가 폭주하면서 원안대로 할지 말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회계법인들의 의견을 수렴해 감사경력 10년 요구에 대한 명확한 규정을 만들려면 개정안을 수정, 재공표 해야 하는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러다 보니 대안으로 감사경력이 아닌 회계법인 근무경력 10년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감사에 대한 대표이사의 책임을 강화한 마당에 굳이 감사경력까지 못박을 필요가 있냐는 의견 등이 있어다. 새로운 외감법에선 부실감사가 적발될 경우 해당 법인뿐 아니라 대표이사가 법적인 책임을 진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업계 의견을 수렴해 다양한 방안에 대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라며 "탁상행정에 그치지 않는 방안을 도출해 낼 것"이라고 밝혔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18년 10월 05일 14:50 게재]

기사 목록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