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 순익 '반 토막' 펍지, 배틀그라운드에 무슨 일이?
입력 2018.10.15 07:00|수정 2018.10.16 09:28
    올해 2분기 순이익 495억원…1분기 1062억원 대비 절반
    최고·평균 동접자수 1월의 3분의 1 수준…경쟁작 범람
    텐센트 등 6兆 가치로 투자했는데…장외 주가는 52주 신저가
    • 지난해 세계 최고 히트 게임 중 하나였던 '플레이어 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이하 배그)를 개발한 펍지(PUBG)의 실적이 심상찮다. 유저들의 불만이 쌓이는 가운데 경쟁작이 잇따라 등장하며 성과 지표 하락세가 뚜렷하다.

      펍지에 수익 대부분을 의존하는 모회사 블루홀의 장외 주가도 급락세다. 돌아보면 블루홀이 외부 자금 유치에 나섰던 지난 2월이 사실상 기업가치 측면에서 '꼭지'였던 셈이다.

      지난 4일 블루홀 주식은 장외 시장에서 주당 42만원에 거래됐다. 52주 신저가 수준으로, 9월 이후에는 단 하루도 상승하지 못하고 줄곧 떨어지기만 했다.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사상 최고가 78만원과 비교하면 반 토막 수준이다. 연초와 비교해도 35%가량 떨어졌다.

      블루홀의 자회사 펍지가 개발한 배그는 지난해 글로벌 게임업계 최고 히트 상품 중 하나였다. 지금도 글로벌 게임 유통 플랫폼 스팀(steam)에서 동시접속자 수 1위를 자랑하고 있다.

      문제는 '성장'이 끝난 기미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펍지는 15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626억원 대비 150%나 늘었다. 분기로 따져보면 그림이 좀 다르다. 2분기 펍지는 49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1분기 1062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 펍지는 지난해 하반기 회계기준을 변경했다. 스팀 패키지 판매 매출을 13개월간 나누어 인식하도록 바꿨다. 이로 인해 분기별 순이익 추이 비교가 쉽지 않다. 다만 회계기준 변경 전 기준 전 계열사 합산 기준 지난해 연간 2517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는 블루홀의 발표를 참고할 수 있다.

      지난해 블루홀 및 계열사 중 수익을 낸 곳은 테라M을 내놓은 블루홀스콜과 펍지밖에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펍지의 회계기준 변경 전 기준 하반기 순이익 규모는 1500억원에서 2000억원 안팎이었을 것으로 추정이 가능하다.

      추정을 토대로 펍지의 수익 추이를 살펴보면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심지어 올해 매출은 지난해 패키지 판매 수익 이연분이 반영된 것이다.

      일단 핵심 매출처인 스팀에서의 일일 최대 동시 접속자(DAU)수 감소가 눈에 띈다. 지난 1월 한때 323만여명에 달했던 배그 DAU는 지난달 112만여명으로 줄었다. 평균 접속자 수도 54만명대로 연초의 3분의 1 수준이다.

    • 배그는 기본적으로 패키지 게임이다. 한번 29.99달러(한화 3만2000원)를 내고 구입하면 평생 즐길 수 있다. DAU가 급상승하는 시기엔 패키지 매출도 크게 늘지만, DAU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는 구조다.

      게임 내 결제 형태로 '랜덤박스'(일종의 뽑기)를 도입했지만, 매출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1인칭 총쏘기 게임(FPS) 게임 특성상 승부에 영향을 미칠만한 유료 아이템은 유저들의 거부감이 크다. 외형 등 '꾸미기' 요소에만 치중할수 밖에 없는데, FPS는 꾸미기가 그리 중요한 요소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올 상반기 배그 모바일 버전을 내놓으며 대규모 마케팅을 펼쳤지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했다. 국내 구글플레이 기준 매출 순위 10위권을 맴돌다 지금은 39위로 뚝 떨어졌다. 국내 구글플레이 20위 바깥은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순위권이다.

      PC방 유료화도 시기를 놓쳤다.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카카오게임즈는 지난해 11월 국내 PC방에서 배그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초 2개월로 예정됐던 프로모션 기간은 6개월로 길어졌고, 올해 4월에야 유료화에 나설 수 있었다.

      배그의 국내 PC방 점유율은 지난 3월 꼭지를 찍고 가파르게 떨어졌다. 7월 둘째주엔 사용시간 기준 PC방 점유율 1위를 다시 리그오브레전드에 내줬다. 현재 배그의 PC방 점유율은 22%대로 3월 대비 절반 수준이다. 1위 리그오브레전드와의 격차는 10%포인트 가까이 벌어졌다.

    • 배그의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건, 느린 콘텐츠 업데이트와 불법 프로그램 사용 유저들로 인해 유저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비슷한 컨셉의 경쟁작들이 쏟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펍지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배그 서비스 이후 지난 9월까지 불법프로그램 사용으로 제재된 계정 수가 총 1300만 계정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배그 총 판매량이 5000만장임을 감안하면 계정 넷 중 하나, 하나의 게임에 참여하는 100명의 플레이어 중 평균 25명은 불법프로그램 유저였던 셈이다. 이들은 순간이동·무적 등 불법 기능을 사용해 승부를 조작한다.

      펍지가 '컨셉이 비슷하다'며 저작권 소송을 제기했던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는 지난 3월 DAU 340만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엔 미국 초대형 게임사 액티비전블리자드가 개발한 15년 전통의 프랜차이즈 FPS 게임인 '콜오브듀티' 신작에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한 배틀로얄 모드가 탑재되기도 했다.

      블루홀은 배그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 2월 신규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기존 투자자들도 일부 지분을 매각했다. 텐센트가 5700억원, IMM인베스트먼트가 2000억원, JKL파트너스가 500억원, NHN엔터테인먼트가 90억원어치 지분을 사들이며 신규 주주가 됐다. 이들의 투자금액을 바탕으로 역산한 블루홀 전체 기업가치는 6조원에 이른다. 현재 장외 주가 기준 시가총액 3조2000억원의 두 배 수준이다.

      한 증권사 게임·엔터 담당 연구원은 "블루홀 투자자들은 신작 온라인게임 '에어'에도 기대를 거는 듯 하지만,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대한 국내 유저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배그가 온라인 FPS의 '복병'인 불법프로그램을 넘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