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證, 실적 부담에 잇딴 징계까지...각자대표체제 어떻게?
입력 2018.10.15 07:00|수정 2018.10.16 09:44
    지주 대추위 조만간 본격 선정 절차 착수할 듯
    상반기 기대 이하 실적에 징계·사고 이어져
    하반기 기대한 발행어음업 신청조차 못해
    • KB증권이 윤경은·전병조 각자대표체제를 내년에도 연장할지 여부를 두고 조직 안팎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두 대표는 무난한 실적과 대안 부재로 인해 비교적 순탄하게 연임에 성공했지만, 올해엔 만만치 않을거란 전망이 조심스레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 '계열사 대표이사 추천위원회'(이하 대추위)는 이르면 이달 말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차기 수장 선정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KB금융은 올 상반기 확대지배구조위원회를 회장 추천 위원회와 대추위로 분리했다. 대추위는 지난 6월 계열사 대표이사 후보 선정안을 의결하고 후보 물색에 들어갔다. KB증권 외에도 양종희 KB손해보험 대표, 박지우 KB캐피탈 대표, 박충선 K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의 임기가 올해 만료된다.

      현재 자기자본 3조원 이상 대형증권사 중 각자대표체제를 선택한 증권사는 KB증권이 유일하다. 각자의 전문부문을 나눠맡은 두 대표가 내부경쟁을 통해 성장을 도모하는 현 체제는 현대증권-KB투자증권 합병 직후의 실적 성장세의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문제는 최근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KB증권은 덩치에 걸맞지 못한 성적을 냈다. 당기순이익이 152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8% 늘었지만, 이는 같은 기간 증권업계 전체 당기순이익 증가치 40.7%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이 7%로 국내 초대형 투자은행(IB) 5곳 중 가장 낮았다. KB금융 주력 계열사 중에서도 낮은 수준이다. 1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낸 계열사 중 KB증권보다 ROE가 낮은 곳은 4.1%를 기록한 KB생명보험 뿐이다.

      3분기 실적도 그리 눈에 띄진 못할 전망이다. 상반기 실적의 버팀목이 됐던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실적이 증시 침체로 꺾였다. 상반기 손익 기준 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을 줬던 트레이딩 부문은 상황이 호전되긴 했지만, 1300억원이 넘는 수익을 거둬들였던 지난해와는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리테일과 트레이딩 부문은 윤경은 대표의 담당 영역이다.

      전병조 대표가 담당하는 IB부문도 내부에서의 실적 압박에 비해 수익 증가 속도는 더딘 편이다. 올 상반기 IB부문 수익은 지난해 대비 오히려 역성장했다. 합병 이후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크게 줄였던 우발채무를 올 상반기에만 3000억원 가까이 다시 늘렸지만, 실적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3년 넘게 공을 들이고 있는 주식자본시장(ECM) 부문 점유율 확대는 아직 요원한 상황이다.

      그나마 글로벌 부문에서는 성과가 나고 있다. 미국법인, 홍콩법인은 올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전 대표가 공을 들여 인수한 베트남 마리타임증권(현 KB증권베트남조인트스톡컴퍼니)도 올 상반기 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물론 이들의 전체 순이익 규모는 40억원으로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잇따른 징계로 인해 사내 사기가 꺾이고 신규사업 추진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도 우려할만한 부분이다. KB증권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난해 3차례, 올해 2차례 크고 작은 징계를 받았다.

      올초 구 현대증권 시절 대주주 신용공여 위반으로 인해 중징계에 해당하는 기관경고를 받으며 신규사업 인가가 제한됐다. 지난 7월엔 퇴직연금 가입업체 임원에게 골프접대를 했다가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이어 직원이 고객 휴면계좌에서 수억원대 자금을 횡령한 사실이 적발돼 금융당국이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발행어음업 사업인가를 한 차례 철회한 KB증권은 7월 중 다시 인가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징계 부담으로 인해 여전히 신청서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 연초 중징계가 확정됐음에도 올 하반기 국민연금 거래증권사 명단에 다시 2등급으로 포함되며 다행히 '최악'만은 면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증권의 지배구조에 대해 숙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KB증권이 덩치에 비해 업계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이 떨어지고 있는 건 사실이고, 내부 사기도 떨어진만큼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은 지난해에도 단독대표체제 전환을 모색했다가 대안 부재로 인해 현 체제를 1년 연장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대추위에는 윤 회장과 허인 KB국민은행장, 유석렬 지주 이사회 의장, 최명희·박재하 지주 사외이사가 참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