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또 하나의 고민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입력 2018.10.18 07:00|수정 2018.10.22 09:37
    내부거래 1200억원, 매출비중 60%
    공정거래법 개정시 현안으로 부각될 듯
    "사업부로 흡수합병 현행법(건축사법)상 어려워"
    투자자 유치해 외부매각?…'기술유출 우려' 평가
    •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삼성그룹의 고민거리로 부상했다. 그룹 공사의 핵심 설계를 맡고 있는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삼성이 이를 어떻게 처리할지 주목된다.

      삼우종합건축은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다. 지난 2014년 설계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삼성물산이 인수했다. 기존에는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총수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20% 넘는 회사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자회사까지 규제 대상이 확대하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삼우종합건축의 지난해 매출액 2126억원 중 내부거래를 통한 매출은 1274억원 수준이다. 그룹 계열사 발주를 통해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올린 셈이다. 지배회사인 삼성물산, 계열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삼성생명보험 등이 주요 고객이다.

    • 1976년에 설립된 삼우종합건축은 서울 태평로에 위치한 옛 삼성생명 본관·리움 미술관 삼성전자 용인연수원·삼성서울병원 등 삼성그룹에서 발주하는 주요 건설사업의 설계를 담당했다. 지난 1985년 주식회사로 전환, 삼성의 위장계열사라는 의혹을 받았을 정도로 삼성그룹 사업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성장했다.

      매출에서 삼성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에 내부거래 규모를 줄여 규제 수준에 맞추긴 사실상 어렵다.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내부거래 기준은 거래액 200억원 이상, 전체 매출 대비 12% 이상에 해당하면 규제 대상이 된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삼우종합건축은 삼성의 주요 공사를 도맡으면서 국내 1·2위를 달리는 설계 업체로 성장했는데 삼성그룹의 물량을 줄이는 것은 사업을 그만두라는 것과 같다"며 "그룹차원에서 삼우종합건축에 발주 물량을 줄이는 방안 외에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피하기 위한 다른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물산이 삼우종합건축을 사업부로 합병하는 방안도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다.

      현행 건축사법(23조)은 건축사 자격 등록자만이 대표로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해 설계업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2010년 시행규칙이 개정돼 건축사 자격이 없더라도 20인 이상의 건축사를 고용하면 건축사무소를 열 수 있게 했지만, 공공 발주 건물만 설계를 맡을 수 있도록 해 민간사업 설계는 맡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국내 종합건설사들은 주요 설계를 모두 외주에 맡기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건축 설계는 현대건설의 자회사 현대종합설계건축사사무소에서 담당하고 있고, GS건설은 범LG가 계열 창조종합건축사사무소에서 맡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오너일가가 직접 지분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계열 밖에 있어 일감몰아주기 규제엔 해당하지 않는다.

      대한건설협회가 현재 종합건설사의 설계업 진출을 위해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법 개정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종합건설사가 설계업에 진출할 경우 건축업계의 대규모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

      국내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종합건설사들이 설계를 직접 하지 않는 이유에 제도적인 한계점도 있지만 설계업은 대부분 단발성 프로젝트로 진행하기 때문에 평소 인력 유지에 큰 비용이 소요되는 부담도 있다"며 "수익성 차원에서 설계는 외주에 맡기고 시공사는 이를 검토, 보강, 관리하는 게 오히려 낫다는 판단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물산이 삼우종합건축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맞춘다면 규제를 피할 수 있다. 다만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등 핵심 계열사 설계에 대한 기술유출 우려 때문에 전략적투자자(SI)를 파트너로 맞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해 법정에서 '삼성그룹의 비핵심 사업부를 사모펀드(PEF)에 매각하진 않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재무적투자자(FI) 유치 또한 쉽게 선택하긴 어려워 보인다.

      투자은행(IB) 업계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이 개정돼도 유예기간을 주거나 예외조항들이 일부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그룹에서 아직까진 이렇다 할 방안을 마련하진 않았지만 규제 변화에 따른 지배구조개편 방안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